기후위기에 맞선 보건의료인들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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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맞선 보건의료인들의 선언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9.24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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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 보건연합, 탄소자본주의에 대응하는 연대 선언…“기후위기 적응과 감축‧불평등 완화 위해 공공의료 중심체계로 전환해야”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2년 가까이 일상을 마비시키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 ‘코로나19’ 펜데믹, 그 전의 사스(SARS)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박쥐 등의 서식지 변화 때문이다. 1950년대에 비해 고지대 말라리아 전파 위험은 38~149%가까이 높아지는 등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뎅기열, 말라리라, 비브리오의 감염 위험이 증가했다. 

수십‧수백년만에 최악으로 기록된 산불, 홍수, 폭염, 한파 역시 기후위기가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 20년 간 128개국에서 산불에 노출된 인구가 증가했고, 비슷한 기간 고온으로 인해 사망한 65세 이상 인구는 53.7% 증가해 2018년엔 30만 명이 됐다. 해수면은 금세기 말까지 1~5m 상승해 1억4천5백만~5억6천5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주거 상실, 생계곤란, 질병 등이 초래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옥수수, 콩, 쌀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은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감소했고 이로 인해 최근 국내외 식품가격이 급등했다.

온실가스의 원인이기도 한 석탄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로 인한 사망은 2018년 3백만 명을 넘었고, 이러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91%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악화시키고 건강과 생명에 재앙을 불러 올뿐 아니라 나아가 인류 존재 자체를 위협할 것이다.

“이윤보다 생명”…기후위기에 맞선 보건의료인들

보건연합
보건연합

이에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전 세계적인 기후행동이 예정된 오늘(24일) ‘글로벌 기후파업’과 오는 25일 ‘기후 집중행동의 날’을 맞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연대할 뜻을 밝혔다.

보건연합은 “최신 과학적 근거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예상보다 더 적고 빠르고 전면적인 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를 막고 있는 탄소자본주의,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거대 기업과 정부, 그로 인해 초래되는 죽음과 부정의에 맞서 보건의료인들은 ‘이윤보다 생명’이란 우리의 오래된 구호를 외치며 적극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보건연합은 이른바 ‘기후악당’이란 악명을 뒤집어쓴 한국 정부에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책임감 있는 태도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연합은 “한국 정부가 제안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3개 중 2개는 아예 탄소배출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탄소포집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과 위험천만한 핵발전에 의존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처럼 일반 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안이나, 배출권 거래제 같은 효과도 없고 불평등만 심화시키는 시장주의적 해법이 전부인데, 그나마도 이러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탄소중립위원회’는 화석연료 기업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꼬집었다.

특히 보건연합은 기후위기로 인한 시민의 건강과 생명 앞에 닥친 문제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에도 정부는 철저히 무관심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펜데믹에서 한국의 민간중심 의료로는 확진자 치료와 의료공백 대응에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등 감염병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음에도 올해와 내년 정부 예산안에 공공의료 확충 예산은 극히 미미하다”며 “기후재난이 초래할 건강과 생명의 피해는 ᅟᅥᆼ부가 보건의료체계를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달렸는데, 이처럼 부실한 한국의 공공의료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새로운 신종감염병에 무방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난 30년 간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 기후현상으로 인한 재난은 증가했지만, 보건의료 긴축을 수행한 국가에서는 피해자가 늘어난 반면 보건의료 지출을 늘린 국가에서는 영향을 받은 사람이 적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건연합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를 의료부문에서 차지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 공공의료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줄이고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의료 서비스의 질은 저하되지 않을 수 있다”며 “보건의료 공급체계를 민간에서 공공의료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연합은 “기후위기가 심화시킬 사회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도 생계보장을 위한 유급병가‧상병 수당, 상시적 재난 시대에 누구나 경제적 장벽 없이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의료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저소득 국가 백신 접근권 향상을 위한 지적재산권 일시 유예와 기술공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생명과 건강의 위기인 기후위기에 정부는 응답하라.

- 정부는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조속히 발표하라.
- 기후위기 적응과 감축, 불평등 완화를 위해 공공의료 중심체계로 전환해야.

오늘(24일) ‘글로벌 기후파업’과 내일 ‘기후 집중행동의 날’을 맞아 수도권 대규모 일인시위와 전국 각지 각 부문의 활동 등 기후위기에 맞선 시민들의 동시다발적 저항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이런 움직임들에 적극 연대하며 함께할 것이다.

최근 세계 전역에서 수십·수백년 만에 최악으로 기록된 산불, 홍수, 폭염, 한파, 허리케인이 닥친 것은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화되고 이것이 곧 건강과 생명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128개국에서 산불에 노출된 인구가 증가했고, 비슷한 기간 고온으로 인해 사망한 65세 이상 인구는 53.7% 증가해 2018년 30만명에 달했다. 해수면은 금세기 말까지 1~5m 상승해 1억 4,500만~5억 6,5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거 상실과 생계곤란, 질병 등을 초래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으로 옥수수, 콩, 쌀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은 지난 수십 년에 거쳐 감소했고, 이로 인해 최근 국내외에서 식품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타격이다. 또 온실가스의 원인이기도 한 석탄에서 발생하는 PM2.5로 인한 사망은 2018년 300만 명을 넘었다. 이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91%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나아가 여러 사회경제적 조건을 악화시켜 건강과 생명에 재앙을 불러오고 인류 존재 자체를 위협할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은 감염병 전파에 점점 더 적합해지고 있다. 1950년대에 비해 고지대 말라리아 전파 위험이 38%~149% 가까이 높아지는 등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뎅기열, 말라리아, 비브리오 감염의 위험이 증가했다. 직면한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기후위기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와 미얀마, 라오스 지역에서 박쥐 서식지가 증가한 것이 사스(SARS)와 코로나19 발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우리 생애 마지막 팬데믹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기후위기는 그 중요한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위기와 재앙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안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3개 안 모두 부적절하다. 두 안은 아예 탄소배출을 멈추지 못하는 계획이고, 나머지 한 가지도 탄소포집 같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과 위험천만한 핵발전에 의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전기요금 인상처럼 평범한 사람들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배출권 거래제 같은 효과 없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시장주의적 해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중요한 결정을 화석연료 기업들이 포함된 인사들이 밀실에서 논의하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내리도록 했다. 계속되는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불충분한 기후 정책은 한국의 시민들과 전 세계 사람들의 존재 조건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기후재앙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의료에도 완전히 무관심하다. 올해 예산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에도 공공의료 확충예산은 극히 미미하다. 한국에서 민간중심 의료는 확진자 치료와 의료공백 대응 모두에 실패하며 감염병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또 민간병원들은 오랜 기간 극히 부족한 인력을 고용하며 위기를 부채질했다. 이렇게 부실한 공공의료로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새로운 신종감염병, 그리고 점점 더 심각해질 재난들로부터도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 기후재난이 초래할 건강과 생명의 피해는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건의료 체계를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0년간 극단적 기후현상으로 인한 재난이 증가했지만 보건의료 긴축을 수행한 나라들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늘어난 반면 보건의료 지출을 늘린 나라들은 오히려 건강 영향을 받은 사람이 줄어들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공공의료 전환이 필요하다. 의료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5%에 달한다. 의료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고 오히려 공중보건에도 도움이 될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줄이고 치료에서 예방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즉 보건의료 공급체계를 민간의료에서 공공의료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시킬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의료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한국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고 와병 중 생계보장을 위해 필요한 유급병가·상병수당이 모두 없는 유일한 OECD 국가다. 상시적 재난 시대 누구나 경제적 장벽 없이 보편적 기본서비스인 의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기후위기가 초래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백신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감염병 확산을 막고 변이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평등하게 백신접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지적재산권을 일시적으로 유예하자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침묵하고 있으며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근을 위해서 단 2억 달러만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백신 불평등을 초래하는 독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백신 및 치료제 지적재산권을 일시적으로 유예하자는 제안을 지지해야 하고 기술공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최신의 과학적 근거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예상보다도 더 적고, 빠르고 전면적 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막아서고 있는 것은 탄소자본주의, 그리고 여기서 이익을 보는 거대 기업들과 이를 지지하는 정부들이다. 보건의료인들은 죽음과 부정의를 초래하는 이 거대한 위기에 맞서서도 적극 투쟁하며 우리의 오래된 구호인 '이윤보다 생명‘을 소리 높여 요구할 것이다.

2021. 9. 24.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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