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보고 싶은 시대는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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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보고 싶은 시대는 어디입니까?
  • 박준영
  • 승인 2021.09.0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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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세상읽기- 서른 세 번째 이야기: 『미드나잇 인 파리』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요즘은 컴퓨터 모니터에 외국 명소 사진을 띄워놓고 멍 때리기도 하고 흐뭇한 상상에 빠져 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앞으로도 코로나19와 함께 평생 가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백신 접종 후에는 그나마 보복적 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위안을 삼는다. 여기에 대리만족하기 좋은 영화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그래서 오래 전에 봤던 우디 알렌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를 다시 플레이해 보았다.

서기 2008년에 살고 있는 작가 길(오웬 윌슨)은 자신이 가장 가보고 싶은 ‘파리의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여러 일들을 감독의 스타일대로 잘 녹여냈다.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온 길은 아예 파리에 머물면서 작가생활을 하고 싶어진다.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을 쓰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러나 아네즈는 이런 예비 남편 길이 영 마뜩지 않다.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은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차에 올라타게 된다. 그를 태운 차가 도착한 곳은 파리의 예술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천재적인 문화예술인들이 세기의 걸작들을 양산했던 바로 그 1920년대의 파리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평소에 그가 꿈에서라도 동경하던 작가와 예술가들(『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까지)이 그를 환영하고 함께 술집을 유랑하면서 밤을 새워 예술과 인생을 얘기한다.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길에겐 정말 꿈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아뿔싸!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와 사랑까지 싹트게 되면서 그에게 파리는 천국과 같은 낭만의 도시가 되지만 그가 살고 있던 서기 2008년의 파리는 모든 일이 꼬여 그만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영화는 당신이 꿈꾸는 혹은 가보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시대가 언제 어디인가를 묻는다. 이 작품의 각본까지 쓴 우디 알렌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가보고 싶었던 서기 1920년대의 파리를 선택한 듯하다.

현실과 환상,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틈새 속에서 감독은 현학적 허세와 자본의 횡포, 그리고 위선적이고 형식적인 결혼 제도에 대해 우디 알렌 특유의 가시 돋친 힐난들을 곳곳에 깔아 놓았다. 그러나 역시 백미는 그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믿음과 판타지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앞서 기념품 가게에서 만났던 여인을 우연히 다시 만난 그는 이제 그녀와 진심으로 마음을 터 놓고 나눌 수 있을 것같은 확신이 선다. 눈 빛을 교환한 둘은 파리의 다리를 함께 손잡고 총총히 걸어간다.

보기만 해도 따뜻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세상에서 ‘사랑’을 뺀다면 정말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사랑’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가장 빛나는 ‘무엇’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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