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참닻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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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참닻꽃
  • 유은경
  • 승인 2021.08.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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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쉰 일곱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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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길진 않았으나 폭염이 진했다. 숲 가장자리에서 볕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닻꽃’을 보러 올해는 조금 서둘렀다. 해마다 한창때를 지나 빛을 잃고 지쳐 있는 닻꽃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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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살이나 두해살이풀들은 뿌리가 살아 있는 여러해살이풀들과 달리 그해의 기후에 다음해의 생이 달려 있다. 넉넉한 봄비 때문인지 풍성하게 올라오는 아주 싱싱한 닻꽃을 만났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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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빛깔도 아니고 눈에 뜨이는 크기의 꽃도 아니다. 꽃받침이 네 갈래로 갈라져 있고 갈라진 조각이 뾰족하다. 그 모양이 배를 정박할 때 사용하는 ‘닻’을 꼭 닮았다. 8월, 뜨거울 때 산에 올라 꽃을 보며 바다를 생각할 수 있는 아주 멋진 꽃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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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이 꽃을 보려고 먼 길을 달린다. 남쪽 땅에서 이 꽃을 볼 수 있는 곳은 가평 화악산과 인제 대암산이다. 멸종위기 2급 식물목록에 올라있다. 지난 2019년 이름이 ‘참닻꽃’으로 바뀌었는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에만 사는 새로운 종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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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뜨거워도 산위에서 만나는 바람은 여름의 끝을 알려주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북쪽의 들녘은 벌써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그 뜨거웠던 햇살이 필요했던 곳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더위를 견뎌온 시간이 억울하거나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씨앗 맺기에 목숨을 다하는 한두해살이풀들의 수고로움만 하겠는가.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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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렇게 기후가 점점 뜨겁게 변해가면 닻꽃처럼 북쪽이 고향인 꽃들은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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