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치과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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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치과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
  • 신보미
  • 승인 2021.08.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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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①]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치위생학과 신보미 부교수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형성 조병준) 구강보건정책연구회(회장 김경일 이하 정책연구회)는 지난 7월 31일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며, 정책제안서 『모두를 위한 치과주치의제도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발간했다.
 
정책연구회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구강불평등에 주목해 왔으며, 이러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고자 구강보건법 제정부터 치석제거 및 의치 보장 등 보장성 확대, 공공·장애인치과 정책 개발, 아동치과주치의제도 등의 정책을 제안해 왔다.
 
이번 정책제안서를 통해 정책연구회는 이미 성과가 입증된 아동치과주치의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 연령 및 모든 계층이 치과주치의제도를 누릴 수 있도록 '일차구강보건의료 확립 및 강화' 그리고 '사람중심의 포괄적 일차의료서비스 모형'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책연구회는 이 정책제안서를 바탕으로 치과계를 넘어 시민사회, 정부로 관심과 논의가 확장되길 바라며, 본지와 기획연재를 시작하기로 했다.
 
▲1회차 '모두를 위한 치과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 ▲2회차 '해외 구강건강보장에서 발견한 치과주치의 제도의 원칙' ▲3회차 '모두를 위한 치과주치의 제도, 그리고 남은 과제들' 등 총 3편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의료계에서는 지난해 의료계 단체를 포함하여 90여 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며 전 국민 주치의제도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올해 하반기부터 대상 및 서비스를 확대하는 3단계 시범사업 추진을 앞두고 있다. 치과주치의 제도는 2007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를 중심으로 논의되며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2012년부터 서울시에서 아동•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시행하며 부산, 인천, 울산, 경기도로 확산돼 왔다.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햇수로 벌써 10년이다. 이제 올해부터는 보건복지부에서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계 전반의 변화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이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에게 이미 와 버렸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전 국민 검진제도를 통해 무료로 구강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 치과치료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는 보건소를 기반으로 구강보건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만 12세 아동 우식경험영구치지수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상태이며, 성인의 1/3이 치주질환이 있고, 50세 이상부터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절반은 저작불편과 구강기능 제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 연령대에서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 장애여부 등에 따라 뚜렷한 구강건강 불평등이 존재한다. 

더욱이 치과의료 이용에 대한 장벽은 여전히 높다. 최근 1년간 병의원을 이용하고 싶을 때 이용하지 못한 경험의 비율은 6% 수준인 반면, 치과의 경우 30% 수준이고, 특히 노인 인구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치과를 방문하지 못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외래 치과진료비 부담은 연간 약 9조이고, 치과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33% 수준으로 국가 재정뿐 아니라 가정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노년층에서 가중되며, 취약계층의 구강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듯 구강질환은 예방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전 연령대에서 높은 빈도로 발생하며,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되어 나타난다. 더욱이 구강질환은 다양한 만성질환과 생물학적, 행동적, 심리사회적 공통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있어, 결국 노년기의 전신건강과 전반적인 삶의 질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여전히 괜찮지 않다. 구강질환은 전 연령에 걸쳐 예방 및 관리돼야 하며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공중보건의 문제이다.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세계보건기구(WHO)는 1978년 알마아타 선언에서 일차보건의료를 정의한 이후, 2008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어떤 사회든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공평한 변화를 얻기 위해서 보건의료의 중심에 사람을 위치시키는 사람중심의 일차보건의료(People-Centered Primary Care)를 강조했다. 사람(환자)중심 의료는 사람을 전인적 측면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필요와 선호에 반응하는 건강 시스템의 수혜자로서 뿐 아니라 참여자로 보는 보건의료의 접근방식으로 이를 통해 의료의 질 및 건강수준을 향상할 수 있다. 즉, 사람(환자)중심 의료는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올바른 일이며, 의료 패러다임이 생의학적 모형에서 새로운 것으로 변화한 것이 아닌, 의료의 본질,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2014년 국제연합(UN)에서도 국제적 행동 및 글로벌 협력 아젠다로서 임상서비스와 공중보건서비스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일차보건의료 서비스(Comprehensive Primary Health Care)를 통한 건강증진, 질병예방, 건강돌봄(Health Care)의 생애과정 접근 방식의 보편적인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의 실현을 주창했다. 보편적 건강보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UN)의 핵심 가치이자 목표로서, 모든 사람이 그들이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건강 서비스에의 접근성을 가지는 것으로 건강증진에서 예방, 치료, 재활, 완화의료 분야까지 포함한 필수 건강 서비스의 전 영역을 포함한다. 즉, 일차보건의료는 사람 중심의 관점에 기초해 지역사회 전체 참여를 통해 모든 개인과 가족들에게 첫 접촉과 지속성을 가지고 보편적 서비스와 포괄적 돌봄을 제공하는 체계를 실현하는 것으로, ‘모든 이의 건강(Health for All)’을 달성하는 핵심 전략이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건강 불평등의 심화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차보건의료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를 위해 주치의제가 제안되고 있다. 지역사회 주민 개인 또는 가족이 일차의료 의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통해 환자는 주치의에 의해 합리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주치의는 최초접촉, 포괄성, 조정기능, 지속성을 갖춘 의료 서비스를 등록환자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지난해에는 90여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며 전 국민 주치의제도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에서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2020) 결과에 따르면, 보건의료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나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했고, 응답자의 87%가 주치의제도에 긍정적이며, 75%는 향후 주치의제를 이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50% 이상이 보건의료 관련 정보를 포털사이트, TV를 통해 얻고 있어, 내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해주는 주치의를 통해, 연속적, 포괄적 진료를 받을 뿐 아니라, 예방과 건강증진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강보건의료 역시 현대의료가 직면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으며, 치료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예방관리로 패러다임이 변화돼 가고 있다. ‘모든 이의 구강건강’을 위해 사람 중심 일차구강보건의료 체계의 확립이 요구된다. 국민 모두가 전 생애에 걸쳐 나를 잘 아는 치과주치의와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며 구강질환의 예방 및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실현해가는 제도, 우리에겐 ‘모두를 위한 치과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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