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솔나리’에게는 알고 있는 어떤 형용사도 붙여주고 싶지 않다. 그저 다른 나리들과 다르다고만 얘기할 뿐이다.

잎 모양, 빛깔, 사는 곳 등 어느 것 하나 비교할 수가 없다. 꽃을 그리워하기도 하는구나, 그리워할 수도 있구나, 그런 것을 가르쳐준 꽃이다.

잎이 소나무 잎처럼 삐죽삐죽해서 솔나리다. 첫 만남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잎을 만져보는 것이었다. 생긴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 쓸어보던 그 느낌이 아직 손에 남아 있다.

빛깔 또한 어떤 나리꽃도 넘보지 못할 만큼 특별하다. '나리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가 필요하고도 충분하다.

나리를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꽃이 하늘을 보고 있으면 ‘하늘나리’, 땅을 보고 있으면 ‘땅나리’, 그 중간쯤 되면 ‘중나리’다. 중나리 중에 줄기에 털이 나 있으면 ‘털중나리’이고 ‘말나리’는 줄기 아래쪽에 커다란 잎이 돌려난다. 말나리 중 꽃이 하늘을 보고 피면 ‘하늘말나리’.

솔나리 피는 때가 장마철이어선지 여러 번 만났지만 밝은 햇살아래 있는 솔나리를 담은 적이 드물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 깊은 산속에서 마주친 젖어 있는 솔나리는 유혹적이기까지 했다. 흐린 날이든 비 오는 날이든 땀을 흘리는 수고는 필수다.

숲에 들 때는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한다. 설레임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기대하는 만큼 조심스러워서라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마음을 비우려는 몸짓이기도 할테고… 그렇게 담아오는 들꽃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