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나선형 모양으로 꼬여 있어 ‘타래난초’이다. 그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빛깔도 참 곱다. 분홍과 연분홍, 그리고 많이 모여 있는 곳에는 ‘흰타래난초’가 섞여 있기도 하다.

타래난초가 묘지에 많이 핀다는 이야기에 의지해 안양시립공원묘지를 이틀이나 뒤졌었다. 어둑어둑해지는 그 오후의 섬뜩하던 시간이 생각난다.

타래난의 씨앗은 정말 작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콧김에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 씨앗이 작으니 발아에 필요한 영양분을 갖고 있지 못해 다른 곳에서 공급을 받아야 한다.

잔디뿌리에 공생하는 박테리아를 불러들여 자기 몸에서 기생하게 만들고 거기서 영양분을 섭취한다. 그러나 얻는 영양분보다 도리어 먹히는 것이 훨씬 많다.

이것이 숫자상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종자를 생산해내지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타래난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이고 또 잔디밭에서만 피어나는 까닭이다.

어찌하여 이러한 생존방식을 택했는지 궁금하기 이를 때 없지만 타래난은 대답이 없다. 속모를 자연의 이치를 머리로 헤아리려는 인간들이야 어떠하든 뜨거운 햇살을 동무삼아 제멋대로 꼬여 있다.

그리고는 카메라렌즈가 흐르는 땀으로 뿌옇게 되는 여름 한복판에서 대부분 먹힐 씨앗을 열씸히 만들고 있다. 참 미련하기 그지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