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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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천한다
  • 김형성
  • 승인 2021.06.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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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후위기를 ‘루틴’하게 상기하는 기후행동 캠페인
건치 기후행동 캠페인 포스터 중 일부
건치 기후행동 캠페인 포스터 중 일부

루틴(Routine)하다는 말은 좋은 뜻은 아니었다. 내 기억에는 일상적인 환자로 생각했다가 진단을 놓쳤다거나, 반복적인 치료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놓쳐서 애를 먹었다던가 할 때 선배들이 루틴하게 하던 거라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루틴은 관성처럼, 밀려오던 힘으로 밀어가는 반복에 긴장감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지금 루틴은 반복의 힘, 일상성의 힘, 1만 시간의 기적 같은 긍정의 힘으로 찬양하는 정보가 넘친다. 톨스토이가 60년 동안 일기를 꾸준히 썼다거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새벽 4시부터 저녁 9시 취침까지 글쓰기와 달리기, 수영, 독서, 음악감상을 항상 반복했다는 이런 반복의 일상은 루틴한 습관을 낳기도 한다. 류현진 선수는 시합 전 30분 뜨거운 사우나를 즐기고 김연아 선수는 몸풀기로 경기장을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 꼭 돌곤 했다고 한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지난 몇 달 동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보건의료인들과 함께 공감하고 실천할 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실천한다’는 캠페인을 준비했다. 그동안 기후를 걱정하는 환경실천운동은 내가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분리수거를 ‘더’ 잘하기 위한 노력, 일회용품을 ‘더’ 줄이기 위한 노력, 탄소가스가 덜 발생하도록 일상생활의 에너지를 ‘더’ 줄이려는 노력 등등.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일상의 노력은 사소하고 별 효과가 없다. 지난 1965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20개 회사가 전체 온실가스의 1/3 이상을 배출했고, 세계 상위 10% 부자가 전체 온실가스의 절반을 배출한다. 국내기업 역시 상위 10개 업체에서 배출한 온실가스가 국가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는 그러한 현실 인식에 근거해서 우리가 해왔던 ‘더’ 잘하려는 노력의 루틴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하는 출발점이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면서,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면서, 한 끼 채식을 실천하면서 이것이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지만 ‘#나는실천한다’고 함으로써 정부와 기업의 책임과 행동의 필요성을 ‘루틴’하게 상기하는 일이다.

물론 실천과 함께 ‘#그럼에도불구하고’ 로고와 뱃지를 SNS에 공유하면서 우리의 ‘루틴’이 국가와 자본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하는 ‘운동’으로 진화하는 일에 동참하면서 말이다. 

류현진의 30분 뜨거운 사우나가, 김연아 선수의 몸풀기가 ‘루틴’하게 어떻게 그들의 성공에 기여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법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들의 루틴한 기후위기 실천행동은 일상의 기후위기 인식과 그 해법의 명확한 현실인식을 가져오는 희망의 루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의 최선을 다하고 이제 국가와 자본에게 그 책임을 지우자. 그 모든 ‘#그럼에도불구하고’를 넘어서서.

김형성(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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