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만으로 산재예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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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만으로 산재예방 안 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6.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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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구원, 지난 29일 학술집담회 개최…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 초청 강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화학물질이나 물리적 환경, 생물학적 요인 등 개별 유해인자만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양식 그 자체의 구조적(사회·경제·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파괴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산재예방 등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사회운동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한 기업주의 처벌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며, 좀 더 시각을 넓혀 우리 사회구조의 권력관계에 기반하고 있는 문제임을 직시하고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치적 기획의 일부로써, 또한 공공안전 혹은 공공보건의 관점에서 기업에 대한 정부 및 사회적 개입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적 기획의 일부로써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윤 대표의 온라인 강연 장면.
이상윤 대표의 온라인 강연 장면.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는 지난 29일 한국산업구강보건연구원(이사장 전성원 이하 산구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1년 제1차 학술집담회에서 ‘노동자 건강권과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걍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상윤 대표는 노동건강연대를 통해 지난 2003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지금까지 그 법의 제정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온 바 있다.

산구원 한동헌 학술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이 대표는 우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의의에 대해 “산재사망은 운명이나 부수적 피해, 노동자 개인의 책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라 기업의 태만과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살인행위이자 기업 범죄임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기업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비사법적 구제방안과 더불어 사법적 제재 수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 기업경영자와 함께 기업 자체를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중대재해처벌법만으로는 산재사망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아동학대자를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죄와 벌이라는 프레임만으로는 산재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면서 “산재사망은 사회구조적 문제로써 정치적 해법과 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조직이 강화되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강화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최우선”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이상윤 대표는 “그러면 도대체 왜 중대재해처법법 제정운동을 벌여온 것이냐?”하는 물음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사망 문제를 개인의 문제나 산업발전 및 경제활동 과정 중에 부가적으로 발생한 문제 정도로 치부하고 있던 한국 사회에 인식론적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운동이었다”며 “법 제정 자체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운동의 과정이 더 중요했고, 대중의 정동에 기초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적 동의 확보를 통한 형벌 강화 및 규제 강화, 근로감독 강화,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로써 근대적 의미의 국가의 역할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기폭제로써의 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운동이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기존의 사회적 프레임을 전환시켜내는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프레임 전환 결과 노동자를 죽인 기업 및 최고 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성과에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사회경제적, 정치적 문제로써 산재 문제의 해결을 사법적으로만 풀어나가려고 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사법적 문제 해결의 종착점은 결국 기업처벌을 위한 검찰권의 강화 및 검찰 개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자 안전 및 건강정책 노선 채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회 경제·정치적인 문제로써 사회 권력으로부터 배제된 노동자의 권리 강화와 함께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 및 사회적 개입을 통한 해결을 추구해야 하며, 정부는 돈을 쓰지 않고 일부 기업만 처벌하는 형태의 신자유주의적 노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둘러싼 사회적 의미가 이렇듯 매우 크고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 자체의 의미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도 있다”며 “한국의 사법 역사상 최초로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이 죄를 범했을 때 그가 속한 기업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당장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게 만든 것은 법 제정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으나 경영책임자의 범죄 여부와 상관 없이 ‘독립적으로’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제의 입법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확인한 것과 기업 처벌 방식의 다양성 측면에서 논의됐던 영업 정지, 기업 몰수, 보호 관찰, 사회봉사명령 등은 제도로 포함되지 못한 것 등은 한계”라 지적하고 “향후 과제로는 검찰 내 기업범죄 전담 기구의 신설 및 기업의 노동자 살인 행위에 대한 지속적 여론화 작업 등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이상윤 대표
이상윤 대표

이날 온라인 학술집담회에는 산구원 전성원 이사장과 이흥수 감사, 김용진 총무이사, 옥유호 사업이사, 이정옥 홍보이사, 한동헌 학술이사, 이병진·주재환 이사, 장기완·김진범 자문위원, 홍민경 간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학술집담회에 앞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년도 제3차 정기이사회에서는 홈페이지에 ‘특수구강검진의’ 페이지를 신설해 교육자료와 영상, 인정의 발급 현황 및 교육 이수 치과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 또한 최충호 이사의 ‘직업성치아부식증 감별진단’ 강연을 오는 9월 개최되는 GAMEX 2021을 통해 진행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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