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간호현실 외면… “법안 폐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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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간호현실 외면… “법안 폐기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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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본부 등, 지난 12일 국회 앞 기자회견… 지방병원 간호인력 노동환경 개선 촉구
지난 12일 국회 앞 기자회견 장면.
지난 12일 국회 앞 기자회견 장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이향춘 이하 의료연대본부)와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회장 최정화 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지난 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역공공간호사법은 지난해 11월 27일에 발의된 법으로 전국의 간호대학에 지역공공간호사 선발전형을 두고 선발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되, 의료인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케 하고 의무복무 위반 시 지급받은 장학금 반납과 의무복무 미이행 기간 동안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권은혜 정책부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지방 공공병원의 간호사 처우는 열악하다. 병원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적은 인력과 높은 노동 강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마저도 임금체불이 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의무복무는 어불성설”이라며 “간호사들이 처한 현실은 외면한 채 등록금 반환과 간호사면허 취소를 무기로 신규 간호사를 붙잡아 놓겠다는 발상은 지금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이서영 정책위원은 발언을 통해 이 법안의 취지가 의료기관 간 의료의 질 격차를 해소하고 필수의료를 제공할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이 법안으로는 해당 취지를 지킬 수 없다면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위원은 “의사의 경우 면허 소지자의 수가 부족하고 의대졸업자가 적어 증원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의료원이 수도권 병원보다 임금수준이 높은데도 의사들이 가지 않는 게 문제다. 반면 간호사의 경우 간호대 정원이 외국보다 많고 면허간호사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병원의 노동조건이 열악해 이직률이 높고 유휴간호사가 많으며 아울러 지역으로 갈수록 처우와 임금이 낮은 상황인데 이런 현실을 방치한다면 공공병원은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면 도망쳐야 할 임시 일자리로 여겨질 것”이라며 “결국 공공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지방의료원 간호사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더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정화 대표도 지방의 작은 민간 종합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왜 이 법안이 지방병원과 간호사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지 토로했다. 그는 “지역 민간병원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툭하면 임금체불을 하기 일쑤지만, 공공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오히려 공공의료원의 열악한 급여 조건을 피해 민간병원으로 이직을 해오기도 한다”면서 “그 와중에 국회는 지역공공간호선발전형을 통해 정원 외 간호사를 더 늘리고 지역공공간호사를 민간병원에도 배치하려 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지역의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열악한 간호현실은 전국의 모든 병원으로 확대·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호대학을 갓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 이정민 간호사는 간호대학 학생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간호대학 학생들은 졸업 후 바로 병원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 4년 동안 취업준비를 하게 되는데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지원했다. 그 이유는 열악한 간호현실에서 그나마 괜찮은 곳이 서울과 수도권이기 때문”이라며 “서울과 수도권은 같은 일을 하는데도 훨씬 더 높은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반면, 지방은 그보다 더 적은 혜택을 주고 오히려 더 높은 강도의 업무를 준다. 그럼에도 국회는 지역공공간호사법을 통해 병원의 근무환경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간호노동력을 공공성이라는 명목으로 질 낮은 대우를 하겠다고 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의 간호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으로 소비되고 있는 간호현장 개선이 급선무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줄여 노동강도를 낮추고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살인적인 야간노동,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 수도권과 지방간 임금과 복지 차이를 줄이는 것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며 “열악한 간호현실을 바꾸고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을 폐지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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