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빼먹듯…보건인력수당도 건보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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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빼먹듯…보건인력수당도 건보료로?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3.3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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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건의료인력 수당 삭감‧건정심 패싱하고 건보재정으로 충당하기로
보건연합 “건보재정 정부 곳간 아냐…무료백신‧인력수당 일반회계서 지급”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코로나19 보건의료인력 수당을 추경예산에 포함해 통과시켰으나, 기획재정부의 극심한 반대로 국회 예결산위원회에서 당초 보건복지위원회가 의결한 3,042억 원을 906억 원으로 대폭 삭감하고, 수당의 50%인 480억 원을 국민건강보험(이하 건보)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는 정부가 ‘무료접종’이라면서 약 3천억 원 상당의 백신접종비의 70%를 건보재정에서 충당하겠다고 발표한지 약 한 달만의 일이다. 참고로 이미 코로나19 검사 및 치료비 일부도 건보재정으로 지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건보재정은 가입자인 국민들이 납부한 보험료로 운영되고, 이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예방, 재활 등에 사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게다가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보장성 확대 등으로 건보료는 매년 인상되는 추세인데 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고용 불안정 및 실업률 증가로 건보재정 적자와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이에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오늘(30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절차를 무시한 건보재정의 부적절한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먼저 보건연합은 보장성 강화에 사용돼야 할 건보재정을 인력수당, 백신접종 등에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고 사회보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추가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는 국가나 병원 경영자들의 몫이지 건보재정의 일이 아니다”라며 “국가 정책상의 보건의료인력 지원, 무상 백신사업 등은 일반회계재원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연합은 “건보료는 정률부과이기 때문에 세금에 비해 훨씬 역진적이라 평범한 서민의 기여분이 더 크고, 건보료가 낭비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서민에게 전가된다”며 “정부가 민간 바이오헬스 기업 퍼주기나 토건사업, 무기도입 예산 등을 삭감해 해야 할 일을 건보재정 희생으로 대신해선 안된다”고 일갈했다.

또 이들은 “보건의료인력 수당이 애초 3,042억 원에서 960억 원으로 크게 삭감됐고, 이는 개개인으로 보면 너무나 낮은 수준”이라며 “인력지원 수당 절반을 보험수가 인상방식으로 처리한 것은, 병원경영진을 지원하는 것이지 노동자 직접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국민 보험료로 병원자본만 구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건연합은 “수가반영 방식을 철회하고 노동자 임금에 수당이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일반회계 지원책을 동원해 명확히 관리하라”며 “병원 인력 확충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특히 보건연합은 건보재정 유용과 관련해 정부가 공식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약칭 건정심)을 무시하고, 가입자 대표들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은 국민 모두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보건연합은 “어려운 시기를 틈타 건보재정을 악화시키고 가입자에게 손해 끼칠 정책을 아무렇지 않게 시행하고, 건보재정을 마치 정부가 좌우할 수 있는 회계예산을 간주하는 게 큰 문제”라고 분노했다.

끝으로 보건연합은 “시민들의 건보료는 매년 인상하면서 법정 국고지원 의무는 한 해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코로나19에 기재부를 중심으로 공공병원 예산을 ‘0’으로 책정하고 의료영리화에만 열중하며 꼭 필요한 돈은 건보료에서 꺼내 쓴다”며 “정부가 이러한 행태를 중단할 때까지 보건의료인들은 시민들과 함께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 성 명 ]


절차 무시한 건강보험재정 부적절한 사용 중단하라

 정부는 지난 25일 추경을 발표해 보건의료인력 수당 일부(50%, 480억원)를 건강보험재정에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한 달 전 백신접종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말과 달리 건강보험재정에서 70%를 충당하기로 발표한 뒤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가뜩이나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올리는데 쓰여야 할 건강보험재정이 부적절하게 사용되어 낭비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코로나 대응 보건의료인력 수당과 무상 백신접종사업 등에 사용되는 것에 반대한다. 특히 절차를 무시하고 비민주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을 국가일반회계처럼 일방 사용하는 방식을 강행하는데 분노한다.

 첫째, 보장성 강화에 사용해야 할 건보재정의 부당 사용은 위법이고 사회보험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보건의료 인력에 추가적인 보상을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국가나 병원 경영자들이 부담할 몫이지, 건강보험 재정으로 할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예방 및 재활 등에 사용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재정이다. 현재 건강보험은 문재인 케어 목표 보장성 70%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고, 정부는 보험재정의 취약성을 핑계로 OECD 대부분의 나라가 가진 상병수당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가 정책 상의 보건의료인력 지원과 무상 백신사업 등은 일반회계재원으로 해야 한다. 더구나 보험료는 정률부과이기 때문에 세금에 비해 훨씬 역진적이고 평범한 서민의 기여분이 크다. 건강보험료가 낭비되면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서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정부가 민간바이오헬스 기업 퍼주기나 토건사업, 무기도입 예산 등을 삭감해서 해야 할 일을 건강보험재정을 희생하는 것으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둘째, 보건의료인력 지원은 제대로 해야 한다. 병원자본 퍼주기로 귀결될 수가 인상 방식은 부적절하다.
 이번 추경에서 보건의료인력 수당은 겨우 960억원으로 애초 3042억원에서 크게 삭감되었고 이는 의료인력 개개인의 측면에서는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임금 지원을 제대로 해야 할 뿐 아니라 병원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데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병원인력 확충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력지원 수당 중 절반인 480억원을 보험료를 사용해 보험수가 인상 방식으로 처리한 것은 큰 문제다. 보험수가를 인상하는 방식은 병원경영진에게 지원하는 것이지 노동자 직접지원이 아니다.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결국 시민의 보험료로 마련된 재원으로 병원자본만 구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노동자들의 임금에 반영될 일반회계지원책을 동원해야 병원자본이 아니라 병원노동자들에게 직접혜택이 되도록 명확히 관리할 수 있다. 당장 수가반영방식을 철회하고 정부회계에서 지원하라.

 셋째, 정부는 이런 일을 비민주적으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와 같은 건강보험재정 유용을 관련 공식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논의·의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대표들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처리했다. 이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시민모두를 무시하는 행태다. 어려운 시기를 틈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칠 정책을 아무렇지 않게 시행해선 곤란하다.
 더구나 건강보험 재정을 마치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회계예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큰 문제다. 정부가 의료서비스라는 특수목적에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건강보험료율을 매년 인상하면서 실제로는 이를 정부정책에 가져다 쓸 곳간처럼 사용한다면, 건정심 같은 사회적 논의기구 자체가 존재 이유가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시기에도 기재부를 중심으로 공공병원 예산 '0원'으로 대표되는 공공의료 무시를 계속하고 있다. 또 시민들의 건강보험료는 매년 인상하면서 법정 국고지원 의무는 한 해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정부가 이런 의무는 다하지 않고 오로지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영리화 등 기업특혜에만 열중하면서, 꼭 필요한 돈은 시민들의 건보료를 꺼내 쓰는 행태를 벌이는 것이 어처구니없다. 정부가 이를 중단할 때까지 보건의료인들은 모든 시민들과 함께 저항할 것이다.


2021. 3. 30.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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