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서둘러 꽃을 피우는 이유는 숲이 우거지기 전이 알맞은 때라 여겨서다. 그 용기가 가련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우는 부지런한 너도바람꽃속에는 다섯 종의 바람꽃이 있는데 그중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 ‘풍도바람꽃’이 유명하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 피어난다.


아주 자그마한 키에 톡톡 튀는 두개의 노오란 꿀샘, 이 독특한 꽃을 아낌없이 받쳐주고 있는 꽃받침과 그 아래 다섯 갈래의 이파리가 인상적이다. 대개의 바람꽃이 그렇듯이 꽃으로 보이는 건 꽃받침이다. 꽃을 찾아보는 재미까지 안겨주는 바람꽃! 고개를 숙이고 다소곳이 피어있는 모습에는 겸손 위에 강인함까지 스며있다.


바람꽃과 겉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도바람꽃’이라 이름이 붙었다. 이 어여쁜 꽃이 짊어지고 가야할 이름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너도~’에 담긴 비아냥과 ‘나도~’에 담긴 비굴함, 도저히 가까이 할 수 없다는 슬픔에 열등감까지 갖고 있는 짝퉁 아닌 짝퉁인 이 꽃들이 달고 있는 이름표 뒤에 손수건을 달아주고 싶다. 꽃말은 ‘사랑의 비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