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1년…획기적 전환 요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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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1년…획기적 전환 요구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3.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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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코로나19 대응 1년 정부정책 진단‧평가 좌담회 개최
국가부채 ‘포비아’ 수준 우려…기존 누적 사회 문제 심화시켜
“보편적 복지제도‧공공의료 강화 등 적극적 정부 필요” 제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난해 3월 1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을 선포한 지 1년이 됐다. 세계 각 국은 재난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봉쇄정책과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방역과 치료, 사회안전망 구축에 쏟았다. 한국 정부도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했지만, 동시에 ‘낮은 국가 채무수준 유지’라는 기조로 의료와 복지, 고용 등에 미온적 지원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민주노총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코로나 정책은 무너져가는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가?’를 주제로 코로나19 대응 1년 정부정책 진단과 평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각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보편적‧적극적 복지제도의 강화, 공공 의료‧인력의 대대적 확충 등 ‘획기적 전환’이 요구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는 지난 9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코로나19 대응 1년, 정부정책 진단과 평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는 지난 9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코로나19 대응 1년, 정부정책 진단과 평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코로나 1년, 소득‧자산‧고용 불평등 심화
큰 정부‧보편적 복지체제로의 전환 요구

먼저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홍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1년, 한국 복지체제의 위기와 대응 -남긴 것과 해야 할 일’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변화에 사회‧경제적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기존의 누적된 사회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고강도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하고 있지 않아 계층에 따라 그 희생이 다르게 나타나고 소득불평등이 확대됐다”며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을 중심으로 증산층에게 위기가 확산되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주택가격 상승, 유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불평등이, 노동시장 충격에 따른 고용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코로나19로 지난 1년 동안 저임금, 비정규직과 같은 소위 ‘나쁜 일자리’가 감소됐는데, 이것들의 대부분이 ‘여성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라는 점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여성과 불안전 고용문제가 심각하고, 여기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고용 불안정 문제도 계층화‧젠더화 됐다는 게 핵임이며, 이를 인지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팬데믹과 더불어 기존의 소득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균형재정’ 논리에 묶여 제한적이고 일회적 지원에 그쳐 소득 격차를 확대‧방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우리 정부의 직접 지원은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G20 평균인 8%, OECD 평균인 6%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확연하다. ▲ 독일은 GDP의 7~8%는 직접지원 대출지원은 31% ▲일본은 직접지원 11%, 대출지원 24% ▲미국은 직접지원 12% 수준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는 “덴마크, 스웨덴 같은 사민주의 복지국가에서는 보편적 복지가 잘 돼 있어 현금, 금융지원이 제한적이었고, 미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현금지원이 GDP 대비 1년 사회보장 지출 수준으로 높았다”면서 “기재부는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주장하는데, 2019년 대비 2020년 부채 증가율은 15.5%이며, 절대적 부채 규모도 1년간 6.5%포인트 증가하는 등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IMF의 발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국가부채가 낮았던 뉴질랜드는 52.3%, 호주는 30.5%의 부채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일본은 28.2%, 핀란드가 1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낮은 복지지출로 취약한 사회보장제도를 가졌음에도 펜데믹이라는 전대 미문의 위기에서 매우 소극적이었다”며 “정부의 낮은 부채는 높은 가계부채로 상쇄되는, 정부의 짐을 가계에 전가한 것”이라고 맹비난 했다.

또한 윤 교수는 지난 2020년 10월 월드뱅크와 IMF가 사실상 긴축을 포기하고, 고용확대와 소득보장 중심으로 국가 운영 기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선언한 것을 언급하면서 ‘적극적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IMF가 복지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 분배를 강화해 소비를 진작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면서 “특히 수출의존적인 한국은 제조업의 쇠퇴, 디지털화 등의 구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윤 교수는 짧아지는 감염병 유행주기와 그로 인한 변화의 가속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복지체제로의 근본적 변화가 요구될 뿐 아니라, 소득, 돌봄 등 사회적 위험을 넘어 ‘기후위기’라는 안보와 안전문제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보편적 사회수당 도입, 공적 사회서비스 확대, 전국민 고용보험 실시, 이를 위한 점진적 증세 전략 등 보편적 복지제도를 향한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소득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에 탄소세, 사회적 연대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가 복지체제 전환의 기회라면서 “시민사회와 노동이 함께 대응하는 범시민노동사회 연대체 구성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개입해야 한다”며 “분배 중심의 사회적 균열을 만들고, 분배 이슈의 최대 쟁점화를 위해 대통령 결선투표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키도 했다.

코로나19에도 의료상업화에 골몰한 정부

보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코로나 1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지 않은 정부 보건의료 정책 방향이 가지고 온 문제점’을 주제로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전 국장은 정부가 공공의료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지도 않은 채 거리두기를 강행해, 코로나19 피해를 개인에게 전가시켰다고 규탄했다.

그는 “취약한 공공의료 역량 때문에 병상과 인력이 모자라는 일이 반복돼 시민사회는 휴지기 동안 병상과 인력 확충,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는 상병수당 등 사회 안전망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면서 “시민들의 방역 피로도가 높아질 때마가 정부는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했고, 그 결과는 다음 유행을 심화시키는 것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요양병원, 장애인시설 내 약자들을 보호하는 대신 잘못된 코호트 격리를 시켜 집단 감염을 초래했다”며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는 코로나3법도 실상은 격리조치 위반 감염병 의심자를 강하게 처벌한다는 내용뿐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전 국장은 정부가 공공의료를 강화하라는 시민의 요구를 묵살하는 한편, 의료상업화 정책 추진에 매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공병원을 확충해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정부는 2021년도 예산안에 공공의료 예산을 오히려 감액하고 지방의료원, 적십자 병원 기능강화에 쓰일 지역거점병원 공공성강화 예산도 삭감,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0원으로 책정했다”며 “지난해 말 부랴부랴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내놨지만 이미 건립추진 중인 지방의료원 3개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정도로 사실상 시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건강정보를 상업화하는 ‘데이터3법’ 등 의료상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2021년 의료산업 육성 예산에 7천억 원을 책정했다. 

그러면서 전 국장은 “4차 대유행 대비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민간병상 동원, 간호인력 대폭 확충,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이 그나마 코로나19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국민건강보험체계가 있고 영리병원이 없기 때문으로, 이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의료영리화 정책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계도 안잡히는 ‘돌봄 공백’ 돌파구 필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진석 위원장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장기적‧주기적 성격이 예측됐음에도 일시적 소득보장 정책에 치우쳐 실효적인 정책 접근에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득보장과 돌봄 대책에 대한 제도화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상홤임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논의를 등한시하며, 전국민고용보험, 상병수당, 실업부조와 같은 주요 정책의 제도화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며 “소득 역시 2020년, 1분위에서 1.7% 증가할 때, 5분위는 2.7% 증가하는 등 소득불평등이 극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돌봄공백에 대한 정책이 대증적이고,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돌봄 기능저하, 사적 돌봄으로의 회기, 가족 내 성별분업화와 성역할의 귀한 등 퇴행적인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아동학대사망사건, 치매부모에 대한 학대 및 폭행 사망사건, 부모의 자녀 살인, 자살시도, 고독사, 일가족 사망사건 등 비극적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 공통된 원인이 돌보의 부재였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돌봄공백 문제는 대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가족돌봄 비용지원, 아동돌봄 쿠폰, 특별돌봄지원 등은 사실상 사회적 돌봄 강화를 통해 가족 내 돌봄을 지속시키는 정책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밀접, 밀폐 밀도 3밀 조건에 해당하는 시설의 탈시설화를 위한 지역사회돌봄 체계를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돌봄의 필수영역으로 전면 확대해야 한다”며 “필수 대면접촉을 해야하는 돌범 특성을 고려해 이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위기 상황에도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적 돌봄체계를 구축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자 고용유지 보다 기업지원에 14배 더 써

민주노총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이창근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고용실태에 얼마나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지적하며 정부의 일자리 고용유지 대책을 비판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2020년 2월 대비 같은 해 12월 취업자 수는 74만4천 명이 감소했고, 실업자 수는 35만7천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코로나19 고용유지 정책의 핵심인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 처한 고용주가 감원 대신 근로시간 단축, 휴업, 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그 중 50~67%를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노동자 비율이 전체 임금 노동자의 3.8%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고용대책은, ‘기업지원’ 중심으로 이뤄졌다. 기업지원 프로그램 중 고용유지와 연계된 비율도 3.6%로 낮은 반면, 기업지원에 쓰인 돈은 고용유지 금액의 14배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은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적용을 받은 비율은 사업체 기준 7만2,350개소로 1.7%이며, 노동자 수 77만3,086명 기준으로 3.8%이며, 총 지원금액은 약2조2,778억 원”이라며 “정부는 2020년 2월 7일부터 올 1월 8일까지 약 70조4천억 원을 지원했고, 실제로는 이 중 12%정도인 8조7400억 원 가량이 고용유지와 연계해 집행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제 고용유지 관련 후속조치가 확인된 기업지원 프로그램은 기간산업안정기금뿐이며, 이 형태로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전체 지원금의 3.6%인 2조6400억 원으로 주로 항공업에 지원됐다”며 “기업지원 실적에는 70조4천억 원을 썼으면서, 재직자 고용유지에는 그의 14분의 1인 4조9천억 원을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코로나19 이후 고용유지지원금과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노동자 수혜율은 ▲뉴질랜드 66% ▲프랑스 50% 이상 ▲이탈리아, 스위스 40%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30% 등이다.

이 위원은 “고용유지제도는 많은 국가에서 전래 없이 큰 규모로 활용됐으며 OECD 전체적으로 5천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제도의 적용을 받았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며 “반면  한국은 고용유지를 요란하게 강조한 것에 비해 다른 나라들 보다 돈을 거의 안 썼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대안적 정책 방향으로 ▲노동자 직접신청 제도 도입, 사업주 부담 추가 완화,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유지조치 의무화 등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정부지원 기업 한시적 하청 계약 해지 금지, 정부 지원 업종 고용안정협약 체결 의무화 등 고용유지연계 기업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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