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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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노루귀
  • 유은경
  • 승인 2021.03.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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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마흔 여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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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 밑에서 가을 내내 쌓인 낙엽 이불 아래서 그 차가운 겨울을 어찌 견뎠을까. 날이 조금씩 풀리면서 ‘자세히 보아야 예쁜’ 노루귀꽃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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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따스하지만 바람은 아직 차다. 노루귀가 낙엽 이불을 들치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겨울을 견디느라 지친 우리들에게 긴 기다림의 끝에 만나는 반가움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모양도 어여쁘고 깜찍하지만 언 땅을 헤치고 올라온 기특한 꽃이라 겨우내 아껴두었던 꽃 그리움을 온통 독차지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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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산자락에 들면 만날 수 있다. 울릉도에는 잎이 두껍고 꽃이 작은 ‘섬노루귀’가 있고 제주도의 ‘새끼노루귀’는 전체적으로 크기가 자그마하다. 노루귀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하나의 꽃줄기에 한 개씩 흰색, 분홍색, 보라색으로 핀다. 꽃잎으로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꽃술이 많다. 꽃이 지고 나면 솜털에 쌓여 삼각형으로 잎이 올라오는데 이 모양을 보고 ‘노루귀’라 이름을 지었단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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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색깔을 
씻어내고 씻어내
마침내 세상을 떨쳐낸 후
차마 외치지도 못하고 솟아오른 너!!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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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난 흰 노루귀를 바라보며 짧은 호흡으로나마 읊조려본다. 차가운 바람 속에 슬쩍슬쩍 묻어있는 계절 내음에 가슴이 뛴다. 차디찬 묵은 시간을 지나 저리 귀여운 눈망울로 피어나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걸 보니 지난 겨울은 노루귀에게도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나 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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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도저히 가늠하지 못 하지만 노루귀의 그 뽀송뽀송한 솜털 사이를 지나면서 따스한 입김으로 변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분명히 알겠다. 바람 속에 계절 내음이 가득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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