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탱자나무’를 생각하면 가시와 동그란 열매는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어찌된 일인지 꽃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어린 아이에게는 힘없어 보이는 하얀 꽃보다는 먹음직하나 먹을 수 없는 향기로운 열매와 올갱이 속살을 파내던 크고 강한 가시가 강한 인상으로 남았을 터이다.
작은 새들의 아지트처럼 늘 시끌시끌했는데 매같은 천적들이 가까이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중국이 원산지인데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아주 오래 되었다는 얘기다. 중부 이남지방에 산다는데 따스한 동해쪽과 서해섬들과 경기북부에서도 보이니 터전을 넓히고 있는 모양이다.
잎은 도톰하고 반짝반짝 윤이 난다. 잎이 나기 전에 피는 다섯 장의 하얀 꽃은 그 향기가 어찌나 멋지던지. 또 하나하나 떨어져 피는 꽃잎은 어찌나 그리 여리여리하던지… 파리한 얼굴의 소복 입은 여인네가 그려지기도 한다. 은은한 향기와 꼭 닮은 모습이다.
대부분 울타리로 심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계는 어느 한쪽의 행동을 막는다. 집의 울타리는 물론 성을 쌓고 탱자나무를 심은 것은 외부침입을 막기 위함이지만 유배처의 탱자가시는 안에 있는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무시무시한 가시를 품고 있고 독특하게 모가 난 줄기지만 한겨울에도 초록색인 덕에 그 경계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고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쓰임새와 모양새를 기가 막히게 잘 갖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