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큰개불알풀
상태바
꽃이야기… 큰개불알풀
  • 유은경
  • 승인 2021.01.15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 이야기- 마흔 세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큰’자가 붙었으나 크기에 대해서는 얘기하기가 불편하다.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기만큼 말이다. 기준인 ‘개불알풀’보다 조금 크다고 ‘큰개불알풀’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일제 강점기 때 붙여진 이름을 해방 후 우리 것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역해 올린 것인데 꽃이 지고난 후 맺힌 열매의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개불알풀속(屬)에는 개불알풀과 좀~, 선~, 눈~, 큰~이 있는데 그중에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큰개불알풀’꽃이다. 개체수가 많기도 하지만 다른 개불알풀꽃들보다 크기도 제일 크고 꽃색도 선명해 눈에 잘 띤다. 그 파란 꽃빛은 매력을 넘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마력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부르기 민망한 이름, 일부 특정계층을 가리키거나 비하하는 이름…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이름으로 고쳐 부르기’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그 시작과 중심에 개불알풀꽃들이 있다. ‘봄까치꽃’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정식이름이 되는 길은 참 요원해 보인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이름 논란의 한복판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그리고 한겨울에도 햇살 좋은 양지쪽에서 꽃을 피운다. 두해살이풀의 부지런함일까, 귀화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일까.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아무 생각이 없이 일본 이름을 그대로 옮겼든 열매를 보고 해학적으로 이름을 붙였든 자가수분의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싸늘한 때에도 꽃을 피우고 있다. 자꾸 불러주면 처음의 어색함은 곧 사라진다. 익숙함이 관건이겠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개불알풀, 그 식물이 아니라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똘똘뭉친 사람, 그 사람인 것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