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큰’자가 붙었으나 크기에 대해서는 얘기하기가 불편하다.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기만큼 말이다. 기준인 ‘개불알풀’보다 조금 크다고 ‘큰개불알풀’이다.
일제 강점기 때 붙여진 이름을 해방 후 우리 것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역해 올린 것인데 꽃이 지고난 후 맺힌 열매의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
개불알풀속(屬)에는 개불알풀과 좀~, 선~, 눈~, 큰~이 있는데 그중에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큰개불알풀’꽃이다. 개체수가 많기도 하지만 다른 개불알풀꽃들보다 크기도 제일 크고 꽃색도 선명해 눈에 잘 띤다. 그 파란 꽃빛은 매력을 넘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마력을 갖고 있다.
부르기 민망한 이름, 일부 특정계층을 가리키거나 비하하는 이름…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이름으로 고쳐 부르기’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그 시작과 중심에 개불알풀꽃들이 있다. ‘봄까치꽃’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정식이름이 되는 길은 참 요원해 보인다.
이름 논란의 한복판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그리고 한겨울에도 햇살 좋은 양지쪽에서 꽃을 피운다. 두해살이풀의 부지런함일까, 귀화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일까.
아무 생각이 없이 일본 이름을 그대로 옮겼든 열매를 보고 해학적으로 이름을 붙였든 자가수분의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싸늘한 때에도 꽃을 피우고 있다. 자꾸 불러주면 처음의 어색함은 곧 사라진다. 익숙함이 관건이겠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개불알풀, 그 식물이 아니라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똘똘뭉친 사람, 그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