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료원 설립 “이제부터 시작이다”
상태바
대전의료원 설립 “이제부터 시작이다”
  • 원용철
  • 승인 2021.01.12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원용철 상임대표

지난해 12월 정부가 대전의료원 설립에 대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조사 면제 추진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대전광역시(시장 허태정 이하 대전시)에서 대전의료원 건립방식을 기존의 민간투자(BTL)에서 재정사업으로 변경, 대전의료원 건립의 청신호를 밝혔다. 대전시에 따르면 민간투자에서 재정사업으로의 변경방침은 곧 있을 국무조정회의에서 대전의료원 건립 예타 면제가 최종 확정되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본지는 오랜 세월 대전의료원 건립을 위한 활동을 펼쳐온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원용철 상임대표의 특별기고를 통해 대전의료원 건립 예타면제 및 재정사업으로의 전환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았다.

- 편집자 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3차 팬데믹이 다행히 정점을 지나 하루 확진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방역 당국이 오는 17일까지 예정된 5인 이상 집합금지와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인 방역단계를 변경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확진자가 확연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은 하루하루 불안한 날들을 보내던 국민들에게 새해 첫 선물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3차 팬데믹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했듯이 입원할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기다리다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코로나19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났음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대구 신천지 발 1차 팬데믹이 왔을 때와 별반 변한 것이 없다. 이렇듯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해 집단대유행만 발생하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의 현주소다. 서울시에서는 오죽했으면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마지막 보루였던 노숙인 지정병원까지 입원해 있는 환자를 아무 대책도 없이 내쫓고 코로나19 병상으로 전환하는 웃지 못 할 일을 코로나 정책이라고 내놓았을까?

사실 국가적 재난과 집단 감염병 대처를 위한 공공병원의 확대는 이미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당시 앞으로 제2의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과 집단 감염병을 감당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과 함께 보건소-국립대학병원을 잇는 공공의료체계를 연결하는 지방의료원의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다. 이렇듯 최소한 국가적 재난과 집단 감염병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상을 전체 병상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2016년 기준으로 5.4%, 병상은 9.1%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정부도 지난 2018년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필수의료 전 국민 보장 강화,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며 공공보건의료종합발전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올해 공공의료 예산 중 공공병원 확충예산은 ‘0’원이라고 한다. 무엇으로 공공보건의료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필수의료 전 국민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공공병원은 공공의료정책을 실현하는 손발과 같다. 그러므로 공공병원 확충 없이는 공공의료의 강화, 집단 감염병 대처는 불가능하다. 공공병상이 최소한 전체 병상의 30% 정도는 돼야 입원을 기다리다 집에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공공의료 종합대책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부의 기조를 잘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대전의료원이다. 대전의료원 설립 추진 과정을 보면 지방정부에서는 적극적인데 반해 중앙정부가 도리어 걸림돌이 되었었다. 대전의료원은 예타 대상사업 선정조차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한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다행히 재차 신청해 KDI의 예타 심사를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제성 논리에 막혀 통과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였다.(당시 KDI의 예타 중간평가에서 B/C값은 0.3에 불과했다.) 다행인지 행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해 12월 정부는 대전의료원 건립을 극적으로 예타면제 사업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공공병원의 예타 문제와 함께 재원조달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공공사업 중 대부분은 BTL(민간투자)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런데 공공의료는 절대로 수익을 내서도 안 되지만,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 당연히 공공의료를 한 만큼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이를 착한 적자라 부른다. 공공병원의 적자는 적자가 아닌 공공의료를 수행한 당연한 비용인 것이다. 공공병원을 BTL방식으로 한다면 수익을 낼 수 없는데 출발부터 큰 빚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기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공공병원이 빚을 갚기 위해 공공의료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공공병원은 BTL방식이 아닌 국가나 지방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재정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따라서 대전의료원은 당연히 예타면제 사업으로, BTL방식이 아닌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은 당연하다. 먼저 정부의 예타면제를 환영하며 향후 추진될 모든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로 예타면제사업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대전의료원을 BTL방식이 아닌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대전광역시 허태정 시장의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낸다. 더하여 향후 진행될 모든 공공병원도 BTL방식이 아닌 국가나 지방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재정사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 마디 더 첨언하자면 보건복지부는 공공병원 설립 재정지원 한도를 정부가 발표한 대로 기존의 500억이 아닌 전체 설립비의 60%까지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대전의료원 예타면제를 환영하며,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결단한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감사와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원용철 상임대표(벧엘의집 담당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