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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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양하
  • 유은경
  • 승인 2020.12.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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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마흔 두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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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특별하고 열매는 더 특별하다. 겉모습으로 울금, 강황과 같은 생강과(科)인걸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고급 향신재료로 쓰이고 우리나라 남쪽에서도 줄기, 잎뿐아니라 8월~10월에 걸쳐 꽃 피기 전 봉오리를 무쳐서 먹거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다는데 소문만 들었을 뿐 아직 경험은 없다. 식재료 이전에 약재로 두루 쓰인다니 참 유용한 식물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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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남달라 꽃이름이라 상상하기 쉽지 않다. 들에서 자라는 생강이라는 의미로 야강(野薑)이라 부르기도 한다. 꽃봉오리는 잎과 줄기 사이에서 피는 것이 아니라 비늘잎으로 싸여 뿌리줄기에서 올라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리어 핀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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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빛과 주황빛 섞여 올라오는 모습이 마치 난처럼 보인다. 드물게 붉은 빛을 잃어버린 하얀색 꽃이 피기도 한다. 하루 만에 피고지는 바쁜 생이고 그마저도 식재료로 채취하기에 넓은 밭에서도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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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률이 좋지 않기로 유명해 열매를 보는 것은 더 어렵다. 주로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고 알뿌리로 번식하기에 씨앗에 대한 애착이 덜한 까닭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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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초겨울 날, 꽃만큼 독특한 '양하' 열매를 만났다. 누렇게 스러진 이파리들 속에 숨어 있었다. 제멋대로 구르는 또롱또롱 검은 눈알은 호기심 가득한 외계인 같았다. 뭉뚝하고 빨갛게 세 갈래로 갈라진 외피 사이에 쪼로록 서있는 하얀 껍질 속 검은 씨앗!! 어찌나 신기한지 보고 또 보고 눈을 뗄 수가 없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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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알아가며 지방의 색다른 식습관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양하가 그러하고 남녘에서 많이 쓰이는 '제피'와 방앗잎이라 불리는 '배초향'이 대표적이다. 제피를 넣은 김치맛도 보았고 방앗잎을 넣은 매운탕을 맛나게 먹었고 부침개를 부쳐 보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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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의 그 식감과 향을 만날 날을 기대한다. 제주와 특히 일본에서는 각광 받는 식재료라니 머지않아 아직 신기한 식물로만 여기는 위쪽지방 식탁에도 오를 것이다. 꽃은 제주와 거제에서 만났고 열매는 전라도에서 찾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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