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누리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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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누리장나무
  • 유은경
  • 승인 2020.11.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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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마흔 한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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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어여쁘고 열매는 더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훌륭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산언저리라도 들어가야지 주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누리장나무’가 꽃과 열매를 돋보이게 해주는 이름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가까이 친근하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누린내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은 아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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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나무들이 그러하듯이 꽃이 피기 전까지는 그저 그렇고 그런 숲속 푸르름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더군다나 잎과 줄기에서 향기가 아닌 냄새가 난다는데 누가 눈길이라도 주겠는가. 누리장나무가 지혜로운 것은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때를 기다려 조금 늦게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간차 공격을 하는 셈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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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무들이 한창 꽃을 피울 때는 조용하다가 숲이 조금 심심해지는 6월말7월초, 언뜻 꽃봉오리로 보이는 밋밋하던 꽃받침에 조금씩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꽃봉오리는 꽃받침 사이로 불쑥 올라와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꽃을 피우는데 기다란 암술과 수술이 얼마나 독특한지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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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는 이름이 무색하다. 또 열매는 어떠한가. 꽃이 필 때도 벌어지지 않았던 꽃받침이 붉을 때로 붉어져 별모양으로 벌어지면 그 안에서 시간을 먹으며 까맣게 익은 열매가 등장한다.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영롱하게 빛이 나 눈이 황홀해지고 감탄사가 저절로 새어나온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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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보니 이미 부여된 이름, 누리장나무! 삶의 전략을 잘 짜 이름과 달리 끝을 향할수록 주목 받는 누리장나무! 이름 붙인 사람 보란 듯이 당당하고 화려하게 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누리장나무의 반전 매력이 이 싸늘한 계절에도 시원하고 통쾌하다. 쓰다듬어 주고 싶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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