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몇 년 전, 습지를 처음 찾아 들었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 꽃이 궁금해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여름의 숲속 습지는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땅은 질척거려 신발은 진흙으로 엉망이 되고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 가득한 지열로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게다가 꽃들은 어찌 그리 작은지 열기와 습기로 뿌예진 안경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웠는지… 그 다음해는 뜨거운 계절을 피해갔더니 꽃은 키가 껑충하고 한창때가 지나 있어 성에 차지 않았다.

‘땅귀개’… 생긴 모양이 귀개, 귀이개를 닮았다. 땅~이라 붙인 것은 작다는 얘기다. 영양가 없는 곳에서 사는지라 부족한 열량을 채우려 특별한 생존전략을 세웠다.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는 식충식물이다.

땅 속 줄기에서 군데군데 땅위로 뻗어 나오는 잎 바로 아래에 벌레잡이 주머니가 있다. 노란 색깔도, 생긴 모양도 어찌나 앙증맞고 예쁘고 깜찍한지… 식충식물인 것을 자꾸 까먹는다. 습지에 사는 식충식물에는 모양이 비슷한 ‘이삭귀개’와 ‘통발’이 있다.

인천 계양산 습지를 알게 되었다. 이곳은 어찌된 일인지 땅귀개의 키가 아담하고 꽃도 또한 풍성했다. 하늘 높고 시원한 이 계절에 말이다. 습한 열기도 푹푹 빠지는 진흙구덩이도 없어 뽀송뽀송한 채로 즐겁게 만났다. 옆에선 빨간 망개 열매와 까만 댕댕이덩굴 열매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노오란 입을 힘껏 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