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어디에 피어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만나고파 가슴을 졸이는 꽃이 있는가 하면, 있는 곳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지 않는 꽃도 있다. ‘백부자’가 그랬다.

독이 들어 있다는 것과 그 옛날 감동스레 보았던 영화 『서편제』에서 송화의 눈을 멀게 하려고 먹였던 약초라는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백부자라는 약재명 그대로를 꽃이름으로 쓰는 것 또한 마뜩찮다.

여러해살이 식물이며 남쪽에서는 볼 수 없고 적어도 충청도 위로 올라와야 만날 수 있다. 강원도 평창, 영월과 정선,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만났다.

투구꽃속 식물들의 뿌리를 ‘초오(草烏)’라고 부르는데 그 덩이뿌리가 하얗다고 백부자, 관백부라고 부른다. 그 뿌리가 사약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다.

연두빛과 노란빛이 얹힌 백색과 자주빛이 살짝 스며든 꽃이 8월에서 10월 초까지 핀다. 투구꽃과 닮았다지만 어린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앙증스런 주먹이 떠오른다.

국내자생 특산식물이고 멸종위기식물 2급의 귀한 몸이다. 꽃을 좋아한다고 자처하는 이로써 차별하지 않으려, 꽃에 대한 예의를 차리려, 9월 아직은 따가운 햇살아래 남한산성 벌봉을 땀흘리며 올랐다. 기껍지 않은 그 기억이 짧은 끄적임이나마 이렇게 백부자를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