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하늘에만 있는 줄 알았던 별이 땅에서 빛나고 있다. 밤에만 하양으로 빛난다 생각했는데 햇볕을 받고 있는 땅위의 별은 보라색이다. 쓴풀 중 제일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모양새도 깔끔하고 예뻐 사랑을 많이 받는 꽃 ‘자주쓴풀’!!

깊게 갈라진 다섯 장의 녹색꽃받침과 다섯 장의 보랏빛 꽃잎에 선명하게 새겨진 더 짙은 보랏빛 줄무늬! 다섯 개의 수술과 북실북실한 털에 감싸여 있는 암술!

비교적 높은 산에서, 비교적 드물게 볼 수 있는 두해살이 풀이다. 올해 많이 피었다고 내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이다. 해걸이라 표현하는 이도 있는데 이것은 자주쓴풀의 생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올해는 여름의 긴 장마로 척박한 바위 틈에서도 참 풍성하게도 피었다.

두해살이 풀이고 쓴맛이 난다해서 쓴풀이다. 용담과 식구다. 쓴풀에는 초여름부터 피는 ‘대성쓴풀’과 한여름 높은 산에 있는 ‘네귀쓴풀’, 가을에 피는 ‘쓴풀’, ‘자주쓴풀’, ‘개쓴풀’, ‘큰잎쓴풀’이 있다.

‘점박이큰잎쓴풀’과 색변이를 일으켜 특별해 보이는 개체들은 아직 정식이름을 얻지는 못했다. 쓴풀은 하양이고 자주쓴풀은 꽃이 자주색, 개쓴풀은 뿌리가 쓰지 않아 짝퉁 취급을 받는다. 쓴풀 중 미모가 출중한 네귀쓴풀은 올해도 만나지 못해 또다시 내년을 기약해 본다.

꼭대기부터 꽃을 피우는 이유도 해가 짧아지는 깊은 계절 한가운데서 피는 꽃이 수월하게 씨앗을 맺도록 하려는 노력인 듯하다. 가을바람이 차갑게 불기 시작한다. 열매를 응원하고 재촉하는 신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