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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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꽃무릇
  • 유은경
  • 승인 2020.10.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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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서른 일곱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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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강렬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초가을 햇살아래 이 붉은 꽃바다의 유혹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불필요하게 발달한 SNS로 인해 황홀한 ‘꽃무릇’의 풍광이 만나기 전에 지루한 그저 그런 장면으로 흘려버리기도 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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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가을의 붉은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대세를 이루기전 어느 해였다. 산행을 하기 위해 들어선 사찰 주변에 빼곡히 자리한 붉은 꽃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가슴이 뛰었던 기억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넘치는 꽃소식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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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石蒜)’이라는 약재명에 ‘가을가재무릇’이라는 이명도 있고 ‘악마의 속눈썹’이라는 섬뜩한 별명도 있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니 일종의 상사화라 볼 수 있다. ‘상사화’는 잎이 올라와 사그라드는 여름에 분홍, 노랑, 하양 등 여러색의 꽃이 핀다. 꽃무릇은 추석 즈음 붉은 꽃이 피었다지면 잎이 올라와 월동을 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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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도 꽃무릇은 일본이고 상사화는 우리나라니 한꺼번에 상사화로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 '수선화과'답게 열매를 맺지 못하고 알뿌리로 번식한다. 뿌리에 들어 있는 방부제 성분은 탱화나 단청 입힐 때 쓰인다니 사찰에 많이 심겨져 있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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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수술이 만들어 내는 선이 볼수록 기가 막히다. 악마의 속눈썹이란 치명적인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은 이해의 폭을 넘어선 매력에 대한 사람들의 질투이겠다. 저 둥근 곡선에 걸터앉아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익어가는 시간? 깊어가는 계절?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잡아두고픈 참 아름다운 때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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