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인수공통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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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인수공통감염병
  • 이은경
  • 승인 2020.09.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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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학정책연구원 이은경 원장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올 초 설명절에 이슈가 되기 시작했던 코로나19가 추석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내년 설에는 해외 여행이 가능할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북반구에 코로나19의 대규모 유행이 재발할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기증상을 야기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은 추운 날씨에 더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증상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는 독감의 유행이 코로나19의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강도높게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반기의 경험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게 할 경우 독감을 비롯한 유행성 질환의 유행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이 지속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은 대공황이나 세계대전 이후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를 생각하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8월의 경험은 거리두기가 약간만 느슨해져도 환자가 폭증하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시점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다. 하반기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1∼2년의 이벤트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신종감염병의 주기적 대유행과 유행주기의 단축은 인류가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질서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신종 감염병의 출현과 주기적 대유행이 매우 다발하고 있는 배경에는 인류가 구축해온 삶의 양태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인수공통감염병의 대유행은 인류 삶의 변화가 원인이 되고 있다

195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척추동물과 사람과의 사이에 자연적으로 전파하는 질병 또는 감염”이라고 정의했다. 현재까지 약 250종의 인수공통전염병이 알려져 있으며 주요하게 관리돼야 할 전염병은 약 100여 종이 된다.

최근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으로는 코로나19, 메르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웨스트나일열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최근 발생하는 사람 전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국제축산연구소(ILRI)와 공동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인류 삶의 양태가 인수공통전염병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1) 이하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신종 감염병에서 수의학적 맥락과 미래의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에 대한 근거기반의 과학적 평가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 감염 질환의 약 60%는 동물에서 유래하고 있고, 특히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모든 인간 전염병 중 약 75%가 다른 동물에서 사람으로 '점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역학적 메카니즘은 농축산 산업 등 푸드시스템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유로는 지속 불가능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병원성 미생물이 다른 동물에서 사람으로 점프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COVID-19 발발과 같은 전염병은 사람들이 식량을 조달 및 재배하고, 동물을 거래하고 소비하며, 환경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인한 예측 가능하고 예측되는 결과라는 것이다.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야기하는 인간 매개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인간의 수요 증가
2) 지속 불가능한 농업시스템 확대
3) 야생동물의 사용과 착취 증가
4) 도시화, 토지 이용 변화 및 채굴 산업에 의해 가속화된 천연 자원의 지속 불가능한 이용
5) 여행 및 교통 증가
6) 식량 공급의 변화
7) 기후 변화

문제는 이런 현상들의 연결성과 복잡성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야생 동물이 새로운 인간 질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가축화된 동물 역시 원래의 근원이면서 전파 경로 또는 동물 감염증을 증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 및 수질, 식량 안보 및 영양, 정신 및 신체 건강과 같은 문제와 상호 연결돼 있을 뿐아니라 이들의 연결 자체를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은 매우 비싸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의 가장 큰 부담은 가난한 사람들이 짊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고소득 국가에서는 신종 전염병의 경제적 손실이 훨씬 더 크다.

일부 지역의 유행이 아닌 대유행(Pandemic)이 될 때, 감염병은 전쟁이나 공황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인수공통감염병의 대규모 유행으로 수조 달러가 소요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전 세계적으로 예방이 대응보다 훨씬 더 비용 효율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미래의 인류 감염성 전염병의 위험을 줄이고 '재구축'하기 위한 10가지 정책 대응 옵션을 권장하고 있다.

1) 건강 및 환경 위험과 예방에 대한 인식 개선
2) 환경 이해 관계자 참여 포함, 보건 거버넌스 개선
3) 인수공통감염병의 환경적 차원에 대한 과학적 연구 확대
4) 질병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경제적 보상
5) 위험 기반 접근법을 활용한 푸드시스템의 모니터링 및 규제 강화
6) 지속 불가능한 농업 관행의 단계적 폐지
7) 더 강력한 생물 보안 조치의 개발 및 시행
8) 야생 동물의 건강 서비스를 포함한 동물 건강 강화
9) 건강의 환경적 차원을 통합하기 위한 건강 이해 관계자의 역량 구축
10) 주류적 접근 및 One Health 방식 구현.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One Health란 2003년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기사에서 언급한 '사람, 가축 또는 야생동물의 건강은 더 이상 따로 분리해서 논의할 수 없는 하나의 이슈'라는 개념이다. 이러한 One Health적 관점에서 의료인, 수의사, 환경보호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나서서 대책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과 공존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인류는 1980년에 천연두와의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번영을 위해 선택한 삶의 양태는 필연적으로 신종 감염병의 유행을 초래했고, 병원체의 빠른 진화와 적응으로 더 이상 천연두때와 같은 승리는 불가능해졌다. 인류는 감염병과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 한다. 기존의 삶의 질서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집단 지성을 통한 합리적 선택이 가능할지, 개인차원의 합리적 선택이 공공선에는 배치되는 결과로 이어질지 선택이 필요하다.

1)https://www.unenvironment.org/resources/report/preventing-future-zoonotic-disease-outbreaks-protecting-environment-animals-and

이은경(한의학정책연구원 원장)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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