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무슨 낚시하러 가셔유?"
가슴장화를 찾는 내게 낚시가게 주인이 물었다. 잠시 멈칫 했으나 곧 대답했다.
"꽃 낚시 갑니다!"

주변 작은 연못이나 늪, 넓지 않은 강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랑어리연’은 연(蓮)이라고 이름이 붙었으나 우리가 아는 수련이나 연꽃과는 분류가 다르다. 물위에 떠있는 하트모양의 두툼한 잎은 수련과 비슷하고 곱게 물들인 비단을 찢어 만든 듯한 노란 꽃은 오이꽃을 닮았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속에서 피고지는 강한 꽃이다. 원산지가 우리나라이고 해가 뜨면 피었다가 해가 지면 사그라드는 짧은 생을 산다.

땅속줄기와 뿌리줄기는 번식의 중요한 수단이며 물속과 물속 흙에 산소를 공급, 분해를 도와 결국 물의 정화작용을 돕는다.

노랑어리연이 가득 피어있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을 걷는 일은 조심스럽고 진지하다. 그 속은 아늑했고 더 아래는 아뜩하기까지 하다. 발밑에 걸리는 뿌리덩이가 묵직하고 실 모양으로 자라는 줄기가 길게 뻗어 엉켜 있다.

긴 가뭄으로 수생식물들이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에 올해는 찾아가질 못했다. 뿌리가 물속에서 뻗고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며 왕성한 번식력을 뽐내기에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이 비가 반갑고 커다란 위안이다. 깊숙이 넣어두었던 가슴장화를 다시 꺼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