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한계령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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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한계령풀
  • 유은경
  • 승인 2020.04.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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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스물 일곱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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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 올라서면 그 깊은 설악의 속살을 등지고 동해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내설악 깊은 속은 감히 엄두를 못 내어도 한계령 넘어 흘림골과 오색약수에서 오르는 주전골은 큰맘 먹지 않아도 설악의 맛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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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은 또다른 이야기 실타래를 품고 있기에 여기서 멈춘다. 가수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 노래도 욕심나나 그 얘기 또한 길다. 어찌했든 그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이 그리 붙은 ‘한계령풀’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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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노란 꽃사진을 보고는 많이 궁금해 했던 꽃이다. 조금 귀하다 싶은 들꽃들은 대부분 자생지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데 보기 드물게 보금자리가 늘어 멸종위기 2급 식물에서 해제됐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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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높은 산에 살고 있는 북방계 식물이다. 뿌리가 가늘고 긴데 감자처럼 둥근 알뿌리가 있어 북한에서는 ‘메감자’라고 부른다. 잎이 참 재미있다. 한 장인데 잎자루가 1센티쯤 자라고는 세 갈래로 갈라지고 거기서 다시 세 장의 잎이 난다. 그러니 한 장의 잎에 아홉 장의 작은 잎이 달려있는 것이다.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가 떠오른다. 씨앗으로 번식하는 2년생 초본인데 씨앗을 맺어 땅에 떨어뜨리고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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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과 꽃봉오리를 동시에 달고 나와 4월의 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숲을 금빛으로 물들이다 후손을 남기고는 이내 사라지는 한계령풀… 한줄기 바람처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다가는 한계령풀…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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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지은이가 그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은데 참 절묘한 조합이다. 한계령!! 고개이름이든 꽃이름이든 그 속에는 짧지만 굵직한 삶의 모양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여곡절이 많으나 시간은 흘러 또다시 봄이다. 높은 산에서 파란 하늘빛과 맞닿아 있는 이 노란 ‘보석’들의 아우성을 비껴갈 방법이 없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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