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깽깽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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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깽깽이풀
  • 유은경
  • 승인 2020.04.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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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스물 여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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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뒤늦게 찾아왔다. 4월에 찾아오는 찬기운이 꽃들을 얼게도 했지만 우리 눈에 오랫동안 머물게 해, 몸을 움츠리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케 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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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을 보러 조금 먼 나들이를 했다. 의성 고운사는 역사가 깊고 입구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높으며 흙으로 단단히 다져진 길은 분위기 만점이었다. 아쉽게도 꽃 찾아 나선 길은 맘이 바빠 그런 여유를 맘껏 누리지 못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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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옆으로는 현호색, 개감수, 제비꽃들과 늦둥이 노루귀들이 눈길을 붙잡고 드문드문 수목장한 나무들이 보인다. 그 사이 듬성듬성 깽깽이풀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 깽깽이풀은 꽃술이 노란색이어서 더 유명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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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꽃은 어여쁜 만큼 까탈스럽기 그지없다. 날이 차가워도 햇살이 부족해도 입을 앙다물고 있고 햇님이 힘써 공을 들이는 한낮이래야 환한 속살을 보여준다. 꽃잎은 얇아서 그런지 피어있는 기간도 길지 않아 때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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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못지않은 미모의 그 맑고 둥근 이파리는 야무진 작은 연잎을 떠올리게 한다. 한쪽이 깊게 패인 게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 산속 나무 밑 반그늘에 산다. 여러해살이 풀인데 소속은 매자나무과(科). 번식은 뿌리나 씨앗으로 이루어지는데 씨앗으로는 3~4년을 기다려야 꽃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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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참 재미있다. 여기저기 유래를 찾아봐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고향 충청도 산골에서는 한발로 뛰는 것을 깽깽이라 하는데 공생관계에 있는 ‘개미가 씨앗을 듬성듬성 떨어뜨려 깽깽이로 뛴 거리 만큼마다 피어나서 그리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그나마 솔깃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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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건너뛰고 먼 길을 나서서 만난 반가운 깽깽이풀!!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이름과 자꾸 생각나게 하는 어여쁜 모습이 어우러져 흘러가는 봄날에  또 하나의 흔적을 남기는 꽃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를 옭아맨 지금, 계절의 아우성 속에서 견디는 에너지를 찾으시길…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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