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뚜껑별꽃
상태바
꽃이야기… 뚜껑별꽃
  • 유은경
  • 승인 2020.03.26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 이야기- 스물 다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날이 흐려 입을 꼭 다문 채 고개 숙이고 있는 ‘뚜껑별꽃’을 만난 것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차가운 봄기운 때문에 몇 송이밖에 피지 않은데다가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열매의 뚜껑이 아니라 머리뚜껑이 날아갈 뻔했다. 세 번째 제주행, 지난해와 같은 날짜였음에도 풍성하게 피어 있어 붕붕 뜬 기분으로 담았다. 거의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경지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뚜껑’이란 말은 열매가 터질 때 뚜껑처럼 열린다하여 붙여졌다. ‘뚜껑덩굴’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 열매는 아직 직접 만나지 못했다. ‘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별꽃, 개별꽃, 쇠별꽃은 석죽과인데 뚜껑별꽃은 앵초과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별’을 빌려온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남부 해안가와 제주에 살고 있다. 대부분 4월에 피고 늦게는 5월말까지 볼 수 있는데 유난하게 일찍 피었다. 날씨에 민감해서 해가 아주 쨍한 서너 시간만 그 속살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전 세계에 30여 종이 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딱 한 종만 살고 있다. 줄기는 비스듬히 누워 자라고 마주난 잎의 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한 송이씩 피어난다. 꽃이 청색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이라 ‘보라별꽃’이라는 별명도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새끼손톱만한 꽃을 들여다보니 노란 꽃밥이 매달려 있는 다섯 개의 수술대에는 밝은 자줏빛 털이 나있고 암수술대 주위에는 하양, 자주색이 둘러싸고 있다. 색의 묘한 조합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은은하고 조용한 계절에 이리 강렬한 빛깔의 꽃을 피워내는 것은 어인 일일까. 보이지는 않지만 치열한 생명싸움이 이뤄지고 있는 봄을 대변하는 외침처럼 다가온다. 손톱만한 보라별꽃이 그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새 시간을 빚어내고 있다. 맞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도 받는가 보다. 그 꽃빛은 영락없이 깊은 바다를 닮았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