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보춘화
상태바
꽃이야기… 보춘화
  • 유은경
  • 승인 2020.03.12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 이야기- 스물 네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사군자 중 선비의 고고함과 절개를 상징하는 난초(蘭草)는 화분으로는 자주 접하지만 자생지에서 만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예전에는 흔하디흔한 들꽃이었다는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다. 꽃봉오리 식감이 아삭아삭하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1990년대 들어 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꽃이 돈이 되기 시작하니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우리 꽃세계에 들어선 나는 언제 만날 수 있으려나 애가 많이 탄 녀석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봄에 피어 춘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봄을 알리는 꽃, 보춘화(報春花)가 더 잘 어울린다. 따듯한 남부에 많고 중부는 서해를 중심으로 해안가 소나무가 많은 곳에 살고 있다. 활엽수림 속에서도 만났으니 사는 곳은 넓어진 듯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잎은 상록다년생이니 질기면서 단단하다. 꽃은 연한 녹색으로 줄기 끝에 하나씩 달리는데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지고 입술모양 꽃부리에는 하얀색에 자주색 반점이 보이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다. 지난해 열매집을 같이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제주도에서 처음 만났다. 그 다음에는 서해 바닷가에 있는 산을 올랐다가 낙엽을 헤치고 올라와 꽃을 피운 보춘화를 보았다. 등산로 바로 옆인데도 눈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제법 있는 것이 살기에 안정적인 곳으로 보였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또 한 번은 필 시기가 한참 지나고였다. 풀이 무성한 어느 산소에서 땅비싸리와 골무꽃을 담고 나오는데 길이 굽어진 모퉁이에 경비병처럼 떡 버티고 앉아있었다. 보고 싶어 찾아가는 발걸음도 설레고 즐겁지만 예상치 못한 때와 장소에서 만나는 그 기쁨에는 비길 수가 없다. 올봄에도 이런 즐거움이 종종 찾아와 주길 기대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