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치과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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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치과의사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4.25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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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건치는] 건치 30주년 다큐멘터리 제작한 박봉남 감독
박봉남 감독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의 지난 30년이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건치는 지난해 8월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박봉남 감독(영화사 '느티')과 계약을 체결하고, '개개인의 삶을 통해 바라본 건치 30년'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돌입, 드디어 오는 4월 27일 30주년 기념식에서 상영을 앞두고 있다.

제목은 『30. 그리고 하나』로 정해졌다. 건치의 30년 역사와 그 물결을 만들어 온 건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란 뜻을 담았다.

촬영기간은 지난해 9월 참치학교 촬영을 시작으로 건치 서울‧경기지부, 광주‧전남지부, 인천지부, 대구‧경북지부, 그리고 올 3월 베트남평화의료연대 활동까지 7개월, 개별 인터뷰까지 포함하면 촬영 횟수만 30회에 이른다.

“기록영화에 충실하게 건치의 조직성과 활동, 회원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각오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임했다는 박봉남 감독을 만나 제작 비화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박 감독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나도 홍수연 공동대표와 마찬가지로 85학번이라, 같은 세대를 지나왔다”면서 “건치란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떤 단체인지는 몰라 의뢰가 들어왔을 때, 소위 의식있는 치의들이 뭘 하고 살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런 물음표를 마음에 품고 촬영을 시작했고, 인터뷰와 촬영이 진행될수록, 기대한 것 이상으로 건치가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을 알게됐다”며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건치가 많은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시간의 제약 때문에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다큐를 만들 때 특별히 가공하지 않고 지금 건치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늘 고민하고 있는 게 뭔지, 그게 우리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내 나름대로 풀어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치인에게서 사람에 대한 애정‧신뢰 봤다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묻자, 거의 모든 장면을 꼽아냈다. 인터뷰 내내 박 감독은 ‘건치인’이란 표현을 썼다.

그는 출판기념회, 그리고 영결식에서 본 故송학선 초대 회장의 얼굴에서 건치인들의 이야기를 발견했으며, 인천지부가 모은 폐금을 종잣돈으로 지역사회단체와 쫀쫀한 연대를 통해 세운 월미도 ‘꿈베이커리’, 그리고 거기에 헌신한 건치인들, 건치 청년학생위원회 파란이 주축이 된 ‘꿀잠 치과진료소’, 대구‧경북지부의 ‘대경민주시민상’. 그리고 지역치과의원 운동인 ‘푸른치과’, 그 기저에 흐르는 건치인들의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아픔’을 봤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좋은 사회란 노동자들이 임금이나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특히 건강문제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다. 그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치과의사들을 보면서, 쌍차 옥쇄 파업 이후 잊고 살던 마음을 깨닫게 해 줬다”면서 “꿈베이커리를 만든 건치인들이 가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시민단체의 고질병인 편향, 이중성, 대상화를 깨는 힘이라는 걸 봤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대경민주시민상’을 매우 따뜻한 연대라 표현하면서 “박준철 선생님의 표정에서 박근혜 정권 하에서, 척박한 대구 지역에서, 지역의 환경‧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몸과 마음, 생활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상금 1천만 원을 만드는 것도 사실 대단하고, 그 연대단체들이 받았을 위로와 격려는 그것보다 더 컸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누군가 격려해주고, 연대해 줄 때 비로써 흔들리더라도 그 길을 갈 수 있다”면서 “건치인들이 사람을 신뢰하고 연대하는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고마움을 느끼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감독은 "노블리스오블리제는 부르조아의 전유물이 아니라, 선한의지를 가진 이들이 하는 것이다. 건치인들이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젊은 의료인 고민 담긴 ‘푸른치과’

박 감독은 기록자의 욕심으로 ‘푸른치과’를 담아내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는 “푸른치과만 가지고도 다큐 한편은 나올 것 같다”면서 “1980년대 구로공단 파업 당시, 대우 어패럴 시위하고 그때 난 멋모르고 데모하러 다녔는데, 당시 치과의사들, 건치인들은 구로에 푸른치과를 세우고, 의료인이면서 활동가로 현장에 투신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게됐다. 구로뿐 아니라 군포, 성남, 그리고 광주와 부산에서도 ‘푸른치과’란 이름으로 같은 활동을 했다는 것도”라고 말했다.

지역치과의원인 ‘푸른치과’의 목적 중 두 번째인 『의료인의 탈민중화를 방지한다』는 강령이 건치를 만든 이들의 의식과 같은 것이라고 봤다.

그는 “탈민중화 방지는 당시 20대 중후반의 치과의사의 책임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시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착취에 시달리는 핍박받는 계급으로 모순의 첨단에 있었는데, 당시 젊은 치과의사들이 그들과의 연대를 자기 삶의 방향의 중요한 것으로 정하고, 스스로에게 강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90년대를 지나면서, 전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되고, 구로공단 노동자들도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함에 따라 흩어지고, 노조도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노동운동의 중심이 해체됐다”면서 “그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결국 푸른치과는 문을 닫았지만, 그때 그들이 했던 근본적 고민 ‘어떤 의료인으로 살 것인가’는 남았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탈민중화를 방지한다는 의식이 그런 이념이 과잉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좀 현실성은 없었을지는 모르나 그러한 헌신들이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라는 것”이라며 “건강한 사회란 무엇인가, 건강한 사회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없는, 건강 불평등이 해소된 사회인데, 이를 위해 연대하고 노력해 나간 것이었다. 실패한 운동이라고 하지만, 이는 의료인으로써 어떤 삶을 살지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였고, 열심이었으며, 솔직했다. 과정의 오류는 상처로 남았을지 모르지만, 상처도 오류도 없는 개인과 조직이 어딨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건강사회를 위하여 더불어 실천하는 의료인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또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무엇인지 엿본 느낌이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전에는 세상을 올바른 노선투쟁으로, 변혁론을 통해서, 투쟁과 조직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건치인들을 보면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민중과 ‘더불어’ 세상을 바꿔내 온 것 같다. 건강사회를 위해 더불어 실천하는 의료인이라는 말 속에 건치의 시작과 끝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는 취재를 다니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선배가 있어서’라는 말이라며 “창립총회 영상을 보면, 연민치와 청치가 깃발을 휘날리며 서로 만나 건치가 됐다고 선언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고 지금의 건치를 만들어 온 건 그 때 선배들의 열정과 순수함, 재능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시기부터 만들어진 흐름들, 헌신, 솔직함, 노력, 민중성을 잃지 않고 ‘더불어’ 실천하는 ‘의료인’이라는 건치의 이념을 지켜온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립총회 영상이 이상할 정도로 생생하고 감동적이고, 방금 어제 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젊은 청년 치과의사들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기록물이 갖는 힘을 봤다”면서 “4월 27일 상영 날에, 창립총회 영상 속의 그 주인공들이 와서 꼭 보셨으면 한다. 그리고 나도 그분들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박 감독은 다큐멘터리 촬영‧편집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더불어 실천하는 의료인』이란 건치의 모토가 정확히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건치인들에게 건강사회를 위해 ‘더불어’ 실천하는 의료인으로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건치는 자신의 위치에서 혼자 아니 ‘더불어’, 뭘 위해서 ‘건강사회를 위해’ 살아가는 선한 사람들의 집단이었다”라며 “선한 의지대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곡 필요한 의료인으로 있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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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훙 2019-04-28 08: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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