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치아로 더 강하게 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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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치아로 더 강하게 물기
  • 조기종
  • 승인 2019.04.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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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건치를 말한다] 부경건치 조기종 원장(조기종치과의원)
조기종 회원

‘건치 30주년’ 긴 세월을 건치인으로 살아온 셈입니다. 3월 중순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진료단으로 출발하기 전날 원고청탁을 받고 까맣게 잊고 있다, 마감일이 되어서야 떠 올리니 바로 연락이 옵디다. 제목을 확인해 보니 ‘건치 미래와 전망’이라고 되어 있네요. 이즈음 부경 건치에도 잘 나가지 않고 건치의 활동과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지도 않은데 가당치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미래와 전망을 얘기하긴 무리이겠고 그냥 30주년을 맞이한 소회 정도 몇 자 끄적여 보기로 합니다.  

집 앞 벚꽃 잎 흩날리고 마당 수선화 곱게 피어 있는 봄날, 박새 곤줄박이 참새 이름 모르는 새 지저귀는 아침을 맞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어 40년 가까운 치과의사 생활을 어쩌면 잘 지냈다고 하겠지요. 그간 건치는 내게 삶의 중심이자 사회 활동의 근거지였습니다. 건치가 표방하는 ‘건강한 사회’라는 게 모든 이들의 염원이기도 한 터이고,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또한 어딜 가나 건치치과의사 조기종이 액면보다 더한 관심을 받게 한 요인이겠지요. 

건치 발족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시던 분들의 근황은 어떠신지요? 작년 송학선 선배님 보내드리고는 여러분들 안부 챙겨가며 지내야지 하는 생각도 잠시였을 뿐 무심히 세월은 흘러갑니다. 돌이켜보면 건치는 초창기부터 보건의료운동의 기치 아래 보건의료 전달체계, 의약분업, 의료보험제도, 공공의료 등 여러 의료계 활동에 동참하고, 치과계에서 지역의원 개설, 산업구강보건협의회 설립, 치과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수돗물 불소농도 조절사업, 아동 주치의제 등 많은 일을 기획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이 과정속에 제게는 무엇하나 뚜렷이 각인되는 게 없으니 역시 설렁설렁 묻어가는 제 태도와 부합한다고나 할까요. 항상 동료들의 헌신과 열정이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을 겁니다. 여러분들께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많은 활동들이 여러모로 변화를 추동하고 성과를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현상은 자본의 통제에 점점 예속되어가고 있지 않은지 주시해 봐야겠지요. 의료 영리화, 의료산업의 토대구축 등의 용어들이 횡행하는 걸 보면 우리의 노력은 아직 보건의료의 주류적인 흐름을 휘어잡지 못한 거지요. 공공성을 위협하는 정책의 기류는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작은 변화에 만족하지 않고 뚜벅뚜벅 가며 초창기에 세웠던 의료 개혁의 꿈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 사회운동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왔습니다. 이분들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신망받는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신 분들 계시고 국회의원 하시는 분 계시니 건치인은 지역사회의 귀감이 될법한 일이지요. 아쉬운 점은 치과계 내부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 집단 속에서 자리 잡음이 부족하다는 점이지요. 건치가 추구해 왔던 정책과 실천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과정 중의 하나가 치과계 내부에서 핵심세력을 획득하는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사회의 변화가 쉽지 않듯이 또한 쉽지 않겠지만 비주류임을 자처하지 말고 도전해 봄직도 하지요. 

한반도에 평화와 협력의 기운이 넘실대다 주춤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되돌릴 수 없는 화해의 길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남북치과교류로 평양에서 가슴 뜨겁게 만났던 일을 떠올립니다. 통일시대 구강보건 협력의 틀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쌍방의 의료체계를 연구하고 민족공동체 보건의료공동체의 성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됐다는 생각입니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새로운 사고와 발랄함으로 새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잡문하나 보태며 30년을 지켜온 건치의 깃발이 퇴색하지 않도록 기원합니다. 더 굳건히 발 딛고 살아갈 사람의 몫은 어디에 있으나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튼튼한 치아로 더 강하게 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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