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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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문학관
  • 김다언
  • 승인 2019.03.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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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언’s 문학 B급 살롱] 김다언 작가

2017년 김다언이란 필명으로 『목마와 숙녀, 그리고 박인환』이란 시 해설집을 펴내며 데뷔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이창호 회원. 그가 올해부터 1940년대~1960년대의 한국문학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본지에 ‘김다언’s 문학 B급 살롱’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키로 했다. 열 다섯번째 회에서는 이육사문학관 방문기를 다룬다. 

-편집자 주-

 

(제공=김다언)

경북 안동에 위치한 이육사문학관을 찾아가기 위해서 친한 산악회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인천에 살고 있어 멀다는 이유로 쉽게 방문하지 못한 왠지 모를 미안함을 이왕이면 숫자를 채워 만회할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육사 선생은 멀리 북경과 만주, 상해 등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했는데 나에게는 북녘 땅도 아닌 고작 네 시간 거리가 그리 멀었었나보다.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새벽에 출발해 도착한 문학관 주차장은 텅 비었고 방문객은 우리일행이 처음인 듯 조용했다. 문학관에 들어서기 전에 일행 중 한 명이 건물 앞에서 이육사 선생의 시를 한 편 낭송했는데 집에서 책으로 읽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선생은 일경에 의해 17회의 옥고를 치른 만큼 삶이 녹아든 시와 수필을 읽다보면 많은 글에서 민족과 형무소에 있는 독립군을 걱정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선생은 감옥에 있건 밖에 있건 일경이나 일경의 끄나풀의 감시를 받으며 사는 가시밭길 삶이었던 것 같다.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절정(絶頂)」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이육사뿐만 아니라 선생의 형제들도 독립운동에 뛰어들어서 집안은 늘 일경의 요시찰 대상이었을 터이니 시에서처럼 정녕 마음 편히 있을 곳조차 없었을 것이다. 문학관 내에 보면 오장환 시인이 이육사선생에게 보낸 엽서가 전시돼 있다. 이 엽서는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선생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 선생은 오장환 시인과는 자오선 동인으로 함께 활동했으며, 이육사문학관에 전시된 엽서의 사본이 충북 보은에 있는 오장환문학관에도 전시돼 있다. 오장환 시인이 일제강점기에 정치적 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비중 있는 문인으로서 친일활동을 하지 않고 해방까지 버텨낸 것을 보면 나이차가 있지만 이육사 동인과 통하는 바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중국에 있던 선생은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 많은 감명과 영향을 주었던 중국의 문학가 ‘뤼신’을 잠깐 대면했던 사연을 글로 남겼으며 또한 ‘뤼신’의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육사는 퇴계 이황의 14대손으로 태어났던 만큼 한학공부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문학관은 현대식 건물로 깨끗했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신경을 쓴 것으로 보였다. 내부에는 차와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으며 선생의 문학전집과 연구서적을 구입할 수 있다.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제공=김다언)

이육사의 생애에 대해서는 문학관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터이니 굳이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문학관과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이 가까운 곳에 있어 자연스럽게 함께 탐방할 수 있으며, 이육사 선생의 글에서 느껴지는 꼿꼿한 선비의 절개가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이다.

「黃昏」

내 골방의 커-텐을 것고

정성된 맘으로 황혼을 마저드리노니

바다의 힌갈메기들 갓치도

인간(人間)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끗내미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작이는 별들에게도

종(鍾)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쎄멘트 장판우 그만흔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할 가지업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잇슬가

『고비』사막(沙漠)을 끈어가는 낙타(駱駝)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푸리카』 녹음(綠陰)속 활 쏘는 『인데안』에게라도,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맛겨다오 

내 오월(五月)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黃昏)아 내일(來日)도 또 저-푸른 커-텐을 것게하겠지 

정정(情情)히 살어지긴 시내물 소리갓해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부다 

                                -五月의 病床에서- 

(제공=김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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