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재생의료법)」을 제약업계 이윤을 위해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는 악법이라며 규탄에 나섰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오늘(18일) 의견서를 발표하고, 첨단재생의료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폐기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첨단재생의료법은 줄기세포‧유전자치료 허가 규제를 완화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킬 악법”이라며 “정부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마련된 것이나, 제약업계 이윤을 위해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반대를 표했다.
첨단재생의료법 중 재생의료시술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기준 완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통과 시 학술연구(임상연구) 허가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한다.
이에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학술 목적 연구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적절하게 규제돼야 하며,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완화된 허가 기준을 가져서는 안된다”며 “완화된 기준의 학술연구를 거친 의약품이 조건부허가로 이어지는 규정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신속처리'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바이오의약품은 임상 3상 없이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등이 주 내용이다.
이에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해당 법안에서 3상 면제 범위를 '사망 가능성이 높은', '일상기능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모호한 규정을 법으로 상향시켰다"며 "시판 후 안전관리라는 사후규제 역시 환자를 대규모 실험대상으로 삼고, 기업이 지불해야할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환자를 의약품 실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들은 "한국은 지금도 불필요하게 완화된 조건부 허가 기준 때문에 상당수 세포치료제가 허가됐지만 안전성·유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전 세계 8개 줄기세포치료제 중 4개가 국내제품이라고 자랑하지만, 국내 허가 절차가 허술하다는 것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들은 "우리는 바이오의약품 조건부허가 기준을 일반의약품보다 완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 한다"며 "조건부 허가는 약사법에서 규제하는 암과 희귀질환 수준에서, 이 중에서도 환자 상태가 위중하고 대체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의견서 전문이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 국민의 생명·안전 위협하는 ‘재생의료’ 규제완화 의료 영리화 법안 폐기하라 1. 학술연구(임상연구) 허가 기준 완화 제13조(첨단재생의료실시에 대한 신청, 심의 및 승인 등) ① 재생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실시를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연구계획서(이하 “첨단재생의료 실시계획”이라 한다)를 작성하여 제14조제1항에 따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한다)에 제출하고 그 계획에 대하여 심의를 받아야 한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학술연구를 할 경우 기존 법령에 따르면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와 IND(임상시험계획승인절차)를 거쳐야 연구를 할 수 있었으나, 이 법은 ‘임상연구’라는 규정을 만들어 임의의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연구를 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함.(‘고위험’군의 경우만 식약처장 승인을 받도록 함) 학술 목적 연구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적절하게 규제되어야 하며,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완화된 허가 기준을 가져서는 안 됨. 이렇게 완화된 기준의 학술연구를 거친 의약품이 조건부허가로 이어지는 규정도 심각한 문제임. 2. 재생의료시술 안전·효과 평가 완화 제13조(첨단재생의료실시에 대한 신청, 심의 및 승인 등) ⑤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법에 따라 첨단재생의료실시를 한 임상연구 중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의료법」 제53조의 신의료기술평가에 있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별도의 기준과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제2조제5호에 따른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제외한다. 이 법에 따르면 '임상연구'를 거친 재생의료시술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기준이 완화됨. 신의료기술평가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해당 의료기술을 환자에게 적용시켰을 때 안전과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임. 2018년 11월까지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한 줄기세포치료술 28건 중 3건만이 통과(89%가 탈락)했을 정도로, 신의료기술평가는 환자의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재생의료 시술을 걸러내는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해왔음.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등은 아직 전세계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므로 더욱 철저히 검증되어야지 평가 절차를 완화해서는 결코 안 됨. 신의료기술평가 완화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불필요한 시술행위를 부추겨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임. 한 명~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우 제한적인 임상연구를 거친 것이 신의료기술평가 규제를 완화할 근거가 될 수 없음. 3. 바이오의약품 허가 절차 무력화 (조건부 허가) 제48조(신속처리 대상 지정) 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허가·심사의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법에서 "신속처리" 대상은 임상 3상 없이 품목허가를 받게 됨("조건부 허가"). 소수의 정상인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기 임상과 달리 임상 3상은 환자군 다수를 대상으로 안전성·유효성을 확증하는 절차임. 기업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환자로서는 매우 긴요한 규제임. 그런데 해당 법안은 3상을 면제하는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사망 가능성이 높은”, “일상 기능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감염병의 대유행에 대한 예방 또는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 등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모호한 규정을 법으로 상향함. 또한 “첨단재생의료실시를 한 경우”에도 조건부 허가를 허용하도록 하는데 첨단재생의료실시란 1번에서 언급한 완화된 기준의 ‘임상연구’를 의미함. 즉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라는 임의의 위원회를 통과하기만 하면 질병의 제한 없이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이 조건부 허가됨. 이는 효과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의약품을 환자에게 판매하게 하는 매우 비윤리적 정책이며, 치료 효용 없이 의료비의 상승만을 초래할 조치임. 게다가 임상 3상을 면제하고 ‘시판 후 안전관리’를 하겠다는 것은 환자를 대규모 실험대상으로 삼고, 기업이 지불해야할 임상 3상 비용을 환자들이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음.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의 비용은 제약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조건부 허가는 업체가 부담해야 할 임상시험 비용을 사실상 환자가 부담하도록 함. 환자는 비용을 부담하고도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실험대상이 됨. 한국은 지금도 불필요하게 완화된 조건부허가 기준 때문에 상당수 세포치료제가 허가되었지만 현재 안전성·유효성 논란에 휩싸여 있음. 특히 정부와 기업이 전 세계 8개 중 4개가 국내제품이라며 자랑하는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국내 허가 절차가 허술하다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음. 조건부허가는 바이오의약품뿐 아니라 일반 화학의약품에서도 심각한 부작용 등의 문제를 낳아 왔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함. 바이오의약품이라고 일반의약품과 심의 원칙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 오히려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등은 규제를 강화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완화해서는 안 됨. 재생의료 규제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일본의 사례를 들며 규제완화를 정당화해서는 안 됨. 영국 『네이처』는 이런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함.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바이오의약품 조건부허가 기준을 일반 의약품보다 완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함. 조건부허가는 약사법에서 규제하는 암과 희귀질환 수준에서 허용돼야 하며, 이 중에서도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고 대체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엄격히 적용해야 함. ◎ 법안 요약 - 재생의료 시술: 임상연구 → 신의료기술평가 무력화 → 의료시술 허용 <참고1> 국내 허가된 세포치료제의 실태 국내에는 2018년 7월 기준 15개의 세포치료제가 허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음. 미국 18, 유럽연합 6, 일본 5, 캐나다 1품목 등 전세계를 합쳐 30개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수준임. <참고2>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의 위상 줄기세포치료제는 이미 2012년에 영국 학술지 네이처가 "한국은 동료평가 논문이 부족해도 줄기세포 치료제를 허가한다"고 콕 집어 비판했을 정도로 국내 허가 기준이 허술하다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음. 따라서 세계에서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 8개 중 4개가 국내제품인 것은 결코 자랑스런 일이 아님.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들은 계속해서 이를 국내 세포치료 기술의 우수함을 증명하는 사례인 것처럼 언급하고 있음. 이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임. <참고3>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조건부 허가 일반의약품의 경우 현행 법령은 대체의약품과 치료법이 없는 희귀의약품과 항암제 등에 한해 조건부 허가를 허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조건부 허가된 23개 약에 대한 이상반응(부작용) 보고가 15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음. 2016년에는 한미약품 올리타정이 식약처 신속 심사에 따라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아 시판되었으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5명의 시험 대상자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음. <참고4> 더 충분히 검증되어야 할 재생의료시술과 바이오의약품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치료 등은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 <참고5> 일본 재생의료 규제완화를 본받아야 할까? 정부와 기업, 경제지들이 규제완화 성공 사례로 반복해 제시하는 나라가 일본임.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바이오업체들이 자국 보건 당국에 ‘본 받으라’며 일본의 사례를 들이 댐. 2019년 2월 18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