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진료소, 큰 연대 위한 작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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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진료소, 큰 연대 위한 작은 시작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1.2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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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소식‧첫 진료 2월 9일…비정규직 노동 문제 등 사회적 연대 가치 실현 공간으로!
꿀잠 치과진료소 개소식 참석자 일동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위한 ‘작은’ 손길들이 모여, 마침내 ‘꿀잠 치과진료소(소장 김문섭)’가 문을 열었다.

지난 19일 영등포에 위치한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꿀잠(이사장 조현철)에 꾸려진 ‘꿀잠 치과진료소’ 개소식이 개최됐다.

이날 개소식에는 꿀잠 치과진료단 인원 10여 명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김기현 공동대표, 김형성 사업국장, 건치 서울‧경기지부 김의동 회장과 이선장 회원, 꿀잠 조현철 이사장, 김소연 운영위원장 등 내외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꿀잠 치과진료소’는 건치 청년학생위원회 ‘파란’을 중심으로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의료연구회 학생들, 치과위생사들이 ▲참의료 실천을 위한 의료인 상에 대한 고민 ▲진료봉사 ▲사회 문제 참여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세운 곳이다.

오는 2월 9일 첫 진료를 시작하는 ‘꿀잠 치과진료소’는 격주로 운영되며 꿀잠에 오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연대 활동가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진료 내용은 보철을 제외한 ▲구강검진 및 상담 ▲스케일링 ▲충치치료 ▲단순 발치 ▲잇몸치료 ▲와타나베 잇솔질 등이다.

진료단 운영진은 김문섭 소장을 필두로, 김동현 부소장, 박종민 총무로 구성됐으며 19명의 인원이 4개조로 나뉘어 치과진료를 시행한다. 조별 구성은 ▲A조 박종민, 김준원, 김동원, 조태수, 홍사랑 ▲B조 이재민, 김동현, 김문섭, 윤세나, 이종복 ▲C조 조준영, 남궁범, 정상, 채민석 ▲D조 허원범, 김병욱 김창우, 심영주, 옥유호 등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 꿀잠 내 설치된 치과진료실

꿀잠치과진료소, 연대 기초 닦는 공간으로!

이날 개소식은 건치 심영주 회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건치 채민석 회원의 우리나라 비정규 노동자 문제에 대한 발표 ▲내외빈 축사 ▲꿀잠 소개 영상 상영 ▲김문섭 소장의 진료단 소개 순으로 이뤄졌다.

먼저 발표에 나선 채민석 회원은 비정규 노동이 기간제, 시간제, 간접고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자본가의 이해에 따른 고용형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비정규직 노동은 노동자가 원해서가 아닌, 사측이 비용절감을 위해 만든 고용형태로 노동자를 사실상 직접 고용한 곳도 없고, 그러다보니 고용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곳도 없는 이상한 일자리”라며 “내가 처한 현실 말고도, 내가 보지 못하는 노동의 현실과 노동의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426일간 파인텍 노동자들이 굴뚝 농성이 이어지는 동안 꿀잠에서는 그들에게 밥과 국이 든 작은 꾸러미를 올려 보내며 그렇게 내몰린 사람들과 연대해 왔다”며 “우리 진료단은 의료인 상에 대한 고민, 진료봉사에 대한 갈망, 사회 참여를 위한 고민 가운데 여기에 모였고 꿀잠에서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가정해체, 학대, 방임 등으로 거리에 내몰려, 인권, 건강권, 교육권을 박탈당한 가출 청소년들의 예를 들면서 사회적 관심의 확장을 호소키도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꿀잠 조현철 이사장, 김소연 운영위원장, 꿀잠 치과진료소 김문섭 소장, 건치 김기현 공동대표

이어 꿀잠 조현철 이사장은 인사말에 나서 “치과의원에서 유닛체어를 볼 때와 꿀잠에 놓인 유닛체어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마치 무서운 치과진료를 편안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라며 “건치는 지난해에는 정기 후원으로, 올해는 치과진료소로 더 깊은 연대를 맺는 것 같아 기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조 이사장은 “비정규 노동자의 건강이라는 것은 의료적인 것일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의 안전, 신원 보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사회 구조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다”면서 “사회 구조를 바꿔내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도 치과진료소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꿀잠에 유닛체어가 설치되는 것을 보며 투쟁하는 동지들이 진료 언제 시작하냐는 문의를 많이 했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청이든 하청이든 누구를 상대로 투쟁한다는 건 해고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특히 치과진료는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륭전자 투쟁 당시 치과의사분들이 체어를 가져와서 치과진료를 해 주셨는데, 치과의사들도 우리의 싸움을 응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큰 힘이 됐던 기억이 난다”면서 “진료만이 아니고 꿀잠에 오는 분들과 함께 먹을 것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건치 김기현 공동대표도 ‘꿀잠 치과진료소’가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길 기원했다. 김 대표는 “꿀잠 진료소가 연민으로부터 출발했을 수 있다”면서도 “진료소가 연민의 가치를 넘어 나의 행복은 타인의 고통 위에 빚지고 있다는 ‘연대’의 기초를 닦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꿀잠 치과진료실을 둘러보는 (왼쪽) 꿀잠 조현철 이사장과 (오른쪽 끝) 김소연 운영위원장

아래는 ‘꿀잠 치과진료소’가 세워지기까지 크고 작은 후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의 명단이다.(가나다 순)

고소영, 고순언, 고승석, 구준회, 권미정, 권미진, 김경일, 김기현, 김영희, 김용진, 김의동, 김인섭, 김철신, 김현철, 김형성, 문세기, 문은영, 박길용, 박남용, 박상태, 박성표, 박태식, 배강원, 신운, 안준상, 옥유호, 위유민, 이선장, 이정옥, 장묘안, 전민용, 전양호, 정갑천, 정달현, 정석순, 정성훈, 정세환, 조남억, 한영철, 홍수연 등 총 4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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