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계 남북교류 장기적 안목·인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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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계 남북교류 장기적 안목·인내 필요”
  • 이인문 기자
  • 승인 2018.12.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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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구협 최치원 운영위원장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이 개성 판문역에서 개최됐고, 내년 초에는 북미정상회담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물론 북미관계 등 앞으로도 넘어야 할 곡절이야 수없이 많겠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그야말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7일에는 남북보건의료분과 회담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개최돼 다음 4가지 안에 합의한 바도 있다.

1. 남과 북은 전염병 유입과 확산 방지를 위해 쌍방 사이의 정보 교환과 대응체계 구축문제들을 협의하고 기술협력 등 필요한 대책들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안에 전염병 정보교환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2. 남과 북은 결핵과 말라리아를 비롯한 전염병들의 진단과 예방치료를 위해 서로 협력하며 이를 위해 제기되는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등을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3. 남과 북은 앞으로 포괄적이며 중장기적인 방역 및 보건의료협력 사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 협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4. 남과 북은 전염병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협력사업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문제들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정례적으로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남과 북의 보건의료협력 사업의 정례화가 드디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2006년 발족 이래 지금까지 치과계의 남북교류 사업을 대표해온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회장 김철수 이하 남구협) 최치원 운영위원장을 만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치과계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남북교류 사업에서 치과계 패싱 안 돼

남북교류협력 사업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

- 2011년 4월 치협 대외협력이사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치협의 업무 편제상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대외협력이사 담당이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일하게 됐다. 물론 반갑기는 했다. 북한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으니까….

의외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원래 맡은 일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 성격이다. 2011년 당시 치과계의 남북교류 사업은 활로가 막혀 있었다. 그런데 그해 12월 경기도의료원과 MOU를 맺으면서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를 대상으로 2012년 1월부터 치과진료를 시작하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북측 근로자, 그리고 북한 치과계와의 교류를 확대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곧 사정에 의해 경기도의료원이 개성공단 진료사업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결국 2012년 12월까지 남구협 단독으로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치과진료를 전담했다. 하지만 이후 개성공단 진료사업을 일산백병원이 맡게 되면서 2013년부터는 개성공단 진료를 남구협이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치과계가 또 패싱 당한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다.

치과계가 또 패싱을 당했다니 무슨 말인가?

- 2013년부터 개성공단 의료지원 협약을 경기도의료원 대신 일산백병원이 맡게 되면서 남구협이 밀려난 것이다. 일산백병원에서 치과진료까지 남구협 대신 직접 진행했다. 그러다 2013년 11월 남구협이 일산백병원과 MOU를 체결해 다시 개성공단 치과진료를 재개하게 됐다. 일산백병원의 경우 자체 치과가 있어 그 인력으로 개성공단 진료를 직접 진행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일산백병원 자체 인력만으로는 개성공단 치과진료를 남구협만큼 진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의 불만 등이 높아지면서 일산백병원이 다시 남구협에 MOU를 제안해와 2014년 12월까지 개성공단 치과진료를 재개했고, 2015년 3월에는 드디어 남구협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직접 MOU를 체결해 독자적으로 개성공단 치과진료를 진행하게 됐다. 이후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의과 쪽 의정부성모병원과 동등하게 남구협이 치과 쪽 파트너로 인정받아 치과진료를 진행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남구협 소속 진료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에게 그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7일 남북보건의료분과 회담에서 합의된 4가지 안을 보면 치과계가 패싱 당할 위험이 있어 보인다. 북과 달리 의과와 독립돼 있는 치과계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패싱당하지 않도록 치과계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언제든지 일산백병원과 같은 형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치협뿐아니라 건치, 치위협, 치기협, 치재협 등이 함께 하고 있는 남구협을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에도 전 치과계가 합심단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남북교류사업에서 치과계가 정부로부터 소외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제 남북관계가 열린다고 치과계 내부에서 서로 경쟁하며 나서서는 안 된다. 이미 일산백병원 치과팀에서 개성공단 진료시 보여주었던 것처럼 남북의 치과계 교류는 치과계 일부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남구협으로 힘을 집중해야만 한다.

남북교류의 장기적 목표는 학술교류와 기술지원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남측 근로자만 진료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남북이 서로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개성공단 진료 당시 남측 근로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남구협이 2015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MOU를 체결하면서 남한 정부로부터 의정부성모병원과 함께 독자적인 파트너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는 개성공단을 관할하는 북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인정을 함께 받은 것으로 남구협을 통해 우리 치과계의 독자성을 북도 공식적으로 인정내지 인지하게 된 계기라 할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시간과 순서가 필요하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남북교류에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이 남구협이 북한 주민 또는 근로자를 직접 진료하고 남북 치과계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발판이었다는 말인가?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한 주민을 직접 진료하는 것에는 조금 생각이 바뀐 게 있다.

무슨 말인가?

- 해외 봉사활동을 예로 들어보자. 동남아에 쓰나미가 나서 치과진료 지원에 나선다고 할 때 무너진 치과체계를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게 좋은가, 아니면 우리 치과의사들이 직접 나서서 치과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은가? 직접적인 해외봉사활동은 매우 보람된 일이지만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 쪽 주민들을 위해서라면 장기적으로 치과진료체계가 복구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다.

남북교류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남북 치과계 교류는 장기적으로 학술교류와 기술지원을 통해 북의 치과의사들이 북의 주민들을 직접 치료하면서 이를 통해 무너진 북의 치과진료체계를 새로 구축해나가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원하는 것도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접 하겠다고 나섰을 때 북한당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도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당장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남한의 치과의사가 직접 북한에 진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남한 치과의사가 북으로 진출한다 해도 북의 주민 중 남한 치과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치과 운영 자체가 힘들 것이다. 지금은 북의 치과의사들의 실력을 높이고 이들을 통해 북의 주민들을 치료할 수 있는 진료체계를 확립해나가는 것이 과제일 것이다.

지난 달 14일 열린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에서의 치과계의 책임과 역할’ 토론회에서 ‘임플란트 센터 설립’을 통한 학술교류와 기술지원을 중점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임플란트 센터인가?

- 첫째는 임플란트가 세계적인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북의 당국이나 치과의사들도 현재 임플란트 술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플란트가 치과 술식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서는 치협의 34개 인준학회 모두가 필요하기도 하다. 감염학회, 치과재료학회, 치과약물학회, 마취학회 등등. 심지어는 기공소까지 필요하다. 결국 임플란트 센터를 기반으로 치과계의 모든 술식을 포함하는 학술교류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임플란트 센터 설립을 통한 학술교류와 기술지원을 주장한 이유이다.

이러한 학술교류를 통해 임플란트 센터 설립 이후 5-10년 후에는 평양에서 북의 치과의사들이 연자로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목표로 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과 꾸준한 인내가 중요

장시간 시간을 내어주어 고맙다. 지금 당장 치과계 남북교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 달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남구협으로의 집중이 필요하다. 남구협은 치협뿐아니라 건치, 치위협, 치기협, 치재협 등 15만 치과계 인사들이 함께 하고 있는 단체이다. 단일과로는 남한에서 거의 유일한 연합체인 것이다.

이러한 남구협을 통해 남북보건의료분과 회담에서 치과계가 패싱 당하지 않도록 통일부 등 정부 당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북한 당국과의 협상에서는 우선 북한의 사업 파트너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다음으로 임플란트 센터 설립 등 학술교류와 기술지원을 연속적으로 진행해갈 거점 확보가 필요하다.

거점의 경우 개성이 서울과 평양의 중간 지점으로 가깝기도 하고 현재 전기 시설이 잘 가동되는 건물도 갖추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북과의 협의 속에 결정될 일이고 어느 곳이든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과 북의 관계가 진전될수록, 또한 북미간의 관계가 진전되면서 평화체계가 정착될수록 치과계에서도 북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남북교류 사업은 결국 학술교류와 기술지원을 통해 북의 치과진료체계 재구축을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이익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지원이 북의 임플란트 시장을 선점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는 남북교류 사업을 꾸준히 벌여나가기가 힘든 만큼, 실제로 남북관계는 앞으로도 어떤 암초를 만나 고꾸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꾸준한 인내가 필요한 치과계 남북교류 사업에 회원들이 많은 관심과 함께 우리 남구협을 지원,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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