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아시아’ 나눔으로 하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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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아시아’ 나눔으로 하나가 되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18.11.14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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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대상 무료 치과진료소 양현봉 대표... “마음을 나누면서 평화를 일구어 간다”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을 때예요. ‘나눔’만큼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행위도 없지요.”

토요일 오후 3시. 서울시 종로구 종로6가 삼신빌딩 5층에 자리 잡은 이주노동자 무료 치과진료소 ‘함께 아시아’가 막 분주해지기 시작한 시간. 잠시 진료를 마친 대표 양현봉 원장이 진료로 한창 분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함께 아시아’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주 1회 서울과 경기지역의 몽골, 우즈베키스탄, 태국, 네팔, 미얀마, 모로코, 중국 동포 등등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치과진료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임플란트와 교정, 심미치료만 제외하고 구강검진과 스케일링, 충치치료, 잇몸 및 신경치료, 발치, 보철 및 틀니치료까지 모든 것이 무료다.

이주노동자는 가장 시급한 대상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대상이 이주노동자들 아닐까요? 의료급여는 물론 건강보험도 해당이 안 되니까요.”

그가 지난 2010년 6월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이주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가연’ 진료소를 시작한 이유이다. 그는 현재 강북다인치과의 대표원장으로 있다. 그리고 2016년 6월까지 약 20여 명의 치과의사와 진료스텝들이 참여해 약 5,500여 명의 외국인노동자에게 무료로 치과진료를 시행했다.

현재의 ‘함께 아시아’를 연 것은 지난해 3월.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가연’ 팀뿐 아니라 예감치과 성민제 원장을 중심으로 한 강북노원지역 장애인진료지원팀 핀런더러피, 사람인치과 박남용 원장을 중심으로 한 경희치대 의료연구회 출신팀 등 3개 단체가 모여 ‘함께 아시아’를 함께 열었다.

“그냥 시작했어요.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양현봉 대표는 그냥 웃기만 했다. 조용히 미소 짓는 얼굴이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그래도 속내는 결코 내비치지 않는다. 치과의사니까 당연히 이 일을 한 것이고, 그 당연한 일을 하는데 뭐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순 없다고, 금방 입을 다물고 만다.

‘나눔’만큼 좋은 일은 없다

그러던 그가 진료가 잠시 끝난 사이 진료의자에서 일어나 여전히 진료에 바쁜 ‘함께 아시아’ 진료소 풍경을 바라보면서 행복하게 웃음을 머금는다.

“나누면서 하나가 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요.”

양현봉 대표

‘함께 아시아’가 추구하는 것은 모두가 하나 되는 것이다. 한국인, 외국인 서로 나누지 않고 똑같이 함께 살아가는 것. 치과의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서로 나누지 않고 다함께 평등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래서 ‘함께 아시아’에서는 ‘평등’을 추구한다. 치과에서는 치과의사와 스텝들 사이 평등하기가 힘들 수도 있는 관계지만, ‘함께 아시아’에서는 서로 동등한 존재로서 만나고자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이 즐거울 수가 없어요. 평등하지 않다면 어느 순간 금이 가고 결국은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함께 아시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에요.”

환자들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양 대표는 강조했다. 치과에 찾아오는 환자들과 진료소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다르다고. ‘함께 아시아’를 찾아오는 이주민 노동자들의 경우 대개는 매우 위축돼 있는 상태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닌 양 무덤덤하게 대하려고 애를 써요. 환자들과도 평등한 관계가 성립해야만 진료도 잘 이루어질 수 있거든요.”

평화가 별 거냐고 그는 말했다. 이렇게 서로 나뉜 사람들끼리 함께 부딪혀가면서 서로가 모두 똑같은 사람임을, 똑같은 관계임을 깨달아가면서 ‘하나’가 되어 가는 것, 그것이 행복이고 또한 모두가 하나가 되는 평화로운 세상일 거라고, 웃음을 지으면서 덤덤히 덧붙였다. ‘함께 아시아’가 추구하는 세상의 모습이라고.

“저는 ‘함께 아시아’를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이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몸과 함께 마음도 내놓아야

양현봉 대표,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또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봉사하는 사람들이 몸과 함께 그 마음도 같이 내놓아야 한다는 것.

현재 ‘함께 아시아’는 모든 운영비를 회원들의 회비와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의 운영회비로만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 등을 통해 들어오는 후원금은 추후 치과기자재 등을 구입할 때 쓰려고 꼬박꼬박 모아두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모든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몸을 내는 사람들이 마음도 함께 내놓아야지요.”

그는 그래야만 ‘함께 아시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문제지만, 많은 걸 남에게 의지해서는 결코 ‘함께 아시아’란 조직을, 회원들이 좋아서 서로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조직을 오래 유지해갈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의 생각이다.

‘함께 아시아’와 함께해요

“기공료를 제외하고도 운영비가 꽤 들어가긴 해요.”

현재 ‘함께 아시아’는 창기공소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운영비가 얼마나 드는지는 입을 꾹 다물고 만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재 ‘함께 아시아’는 매주 약 15명 내외의 외국인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진료하고 있다. 유니트 체어가 3대이기 때문에 체어당 5명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매주 2∼5명의 치과의사와 4∼6명의 진료스텝, 그리고 기공사 1명이 로테이션으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진료대상자들은 가능한 서울과 경기지역 이주민노동자 지원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물론 치료를 받은 이주민노동자들이 친구 등 지인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일요일에도 진료소 문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더 이상 여력이 없지만 어차피 비어 있는 공간인데 아깝기도 하고요.”

양현봉 대표의 욕심은 끝이 없다. 실제로 이주민노동자들의 경우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함께 아시아’를 찾아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여 및 후원 문의는 김성숙 사무총장(010-8751-7311, withasia17@daum.net)에게 하면 된다. 그는 살림꾼이다. 그리고 ‘함께 아시아’에는 이름 없는 살림꾼들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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