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먼 듯 가까운·가까운 듯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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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먼 듯 가까운·가까운 듯 먼
  • 조남억
  • 승인 2018.07.19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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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27]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물 일곱 번째 회에서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토레스 델 파이네 3봉을 향한 트레킹의 여정이 펼쳐집니다.

-편집자

12월 4일

어젯밤엔 보름달이 떴었는데, 슈퍼문이었다고 인터넷에 나왔다. 먼 곳에 비하면 30%가 더 크고 밝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본 보름달은 매우 환하게 보였었다. 다만 주위에 구름이 많아서 별도 잘 안보이고, 달빛도 많이 가리곤 하여서, 사진을 찍었을 때, 동그란 보름달 모양을 찍을 수가 없었다.

별자리 앱을 열어서 남십자성을 찾아보았다. 20년 전 호주에서 보았을 때는, 그냥 봐도 딱 알 수 있었던 별자리였었는데, 북반구의 북두칠성과 같이 잘 보이는 남십자성이었었는데, 아직까지 밤에 찾아보질 못했다. 시기와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보는 것인지, 구름이 많았고, 별 볼 곳이 없어서 못 보는 것인지, 별자리 앱을 열어서 봐도 못 찾아보겠다. 어제 오늘은 달이 너무 밝고 구름이 많아서 못 찾아보았다.

저녁 식사시간 전에 잠깐 자서 그런지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철학대철학 책을 읽었다. 역시나 읽을수록 기분이 좋은 책이다. 앞으로 자주 얼른 읽어야겠다. TV도 없는 방에서 할 일도 없으니, 1시 반까지 책을 보다가 잤다.

아침 햇살이 방을 바로 비추기도 했고, 어제 저녁 약속시간에 늦은 것도 있고 해서, 오늘은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찍부터 잠을 자꾸만 깨었다. 설잠을 자다가 6시 40분에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 7시 조식은 보통처럼 커피 2잔에 콘프레이크, 삶은 계란을 먹었다. 식당이 따로 지어져 있으면서, 아침의 창밖 풍경이 좋은 호텔이었다.

아침 8시, 준비운동을 한 후, 트레킹을 시작했다. (ⓒ 조남억)

짐을 챙겨서 8시에 모여 큰 짐들은 호텔에 맡기고, 우리는 드디어 토레스 델 파이네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호텔 오른쪽으로 가서 다리 건너고 나니, 제주도에서 보았던 것 같이, 말은 못 지나가고, 사람만 지나가도록 만든 통로가 있었다.

처음부터 완만한 경사에 계속 천천히 오르는 구간이었다. 지팡이가 있어서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오르막이 한참을 이어졌고, 오늘은 맞바람이 정말로 장난 아니게 세게 불었다.바람은 원래 세로토레라고 했었는데, 다행히 우리에게는 세로토레에서는 바람이 없는 날이었었는데, 오늘 이곳에서 바람이 셌다. 숲속에서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비탈길 사면에 나왔을 때는, 정말로 까딱 잘못하면 길옆으로 바람에 휘청하여 떨어질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또한 먹구름이 끊임없이 밀려오면서, 간간히 마른 빗방울이 덜어지곤 하여, 오늘 날씨가 더 나빠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다행히도 날은 더 흐려지지는 않았고, 먹구름도 더 커지지는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한 오르막길로 계속 올라갔다.(ⓒ 조남억)
계곡 위쪽으로 한참 올라가니, 경가사 거의 절벽처럼 보여, 바람 불때마다 약간 걱정스러웠다. (ⓒ 조남억)
숲을 통과해 마주친 계곡, 맞바람이 정말로 날아갈 듯했다.(ⓒ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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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계곡의 높이 만큼 내려가서 다리를 건너니, 칠레노 산장이 나타났다.(ⓒ 조남억)

9시 50분에 칠레노 산장에 도착했는데, 완전한 바람골이었다. 화장실만 간단히 사용한 후, 다시 출발하였다. 이곳 산장에도 텐트들이 여러 동 처져 있었는데, 이런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흔들리는 텐트 안에서 잠이나 잘 수 있을까 싶었다.

전체 10km중에서 8km 지점에 11시에 도착했다. 여기서 부터 급경사 오르막 구간이 시작 되었다. 길도 자갈 바위만 있는 너덜지대여서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표고차가 400m만 올라가면 되는 것이어서, 12시 반에 다 올라가서 호수 앞 전망대에 도착했다. 칠레노 산장의 표고가 495m이고, 토레스 전망대가 875m니까 400m를 못 올라오는 높이였다.

하늘이 파란 하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토레스의 3봉은 다 보여주었다. 1500만년동안 우뚝 서있는 화강암 암봉의 높이가, 가운데 봉우리가 2460m, 왼쪽 봉우리가 2510m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봉우리의 남은 높이가 1500m 높이라는 뜻인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다. 가까이 가서 보면, 엄청 큰 것인데, 너무 멀어서 작게 보이는 것 일텐데, 어제의 모레노 빙하도 그렇고, 오늘 토레스 델 파이네의 3봉도 그렇고, 그동안 우리가 보던 크기와는 다른 사이즈를 보여주고 있어서, 숫자로 가늠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바로 밑에까지 가보면, 수직 절벽이 실감이 나려나?

사진 좀 찍고,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오늘은 햄 샌드위치였는데, 케찹과 마요네즈 소스가 없어서, 더 퍽퍽해서 먹기가 힘들었다. 1/3만 먹고 남겨서 들고 내려왔다.

기다려도 파란 하늘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바람이 점점 더 심해졌다. 사진을 조금 더 찍고, 1시에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하면서 오른쪽 무릎이 약간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오른발만 자꾸 써서 그런지, 오른발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역시나 언제 이 길을 올라간 거냐 싶게, 내려오는 길은 길고 멀었다. 한참을 걸어 급경사를 다 내려오니 2시였고, 칠레노 산장에 다시 도착한 시간이 3시 10분이었다.

쉬면서 차 한 잔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바로 얼른 가서 쉬자고 하여, 바로 내려왔더니, 토레스 호텔에 4시 50분에 도착했다. 거의 9시간 동안 21km를 걸었다. 트레킹만 보아도 피츠로이 다음으로 길고, 힘든 코스였다. 오늘도 그나마 다행히 걸어가서 볼 수 있을 정도의 바람이 불었고, 파란 하늘은 아니지만, 구름이 토레스 3봉을 가리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면 매우 다행이었다.

칠레노 산장에서는 화장실만 이용하고 계속 걸어갔다. (ⓒ 조남억)
계곡 바로 옆에 있어서인지, 바람이 너무나 세게 불어서, 여기서 텐트치고 야영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 조남억)

산비탈의 경사면을 걸을 때는, 매우 심한 V자 협곡인데다가, 그 깊이가 매우 깊어서, 잉카 트레일 걸어갈 때의 생각도 났고, 말들이 칠레노 산장까지 짐과 사람들을 싣고 다니는 길이다보니, 길에 말똥이 많아서, 티벳이나 네팔의 트레킹 길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났다.

숲이 길고 숲길 속으로 트레킹 코스가 많이 되어있어서, 트레킹으로 보자면, 참 좋은 코스였다. 힘에 부치는 사람들은 산장까지 말을 타고 왕복을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이용해도 좋을 것 같은데, 사실 트레커들에게는 안 좋은 환경이 되는 것 같다. 말이 지나갈 때마다 길을 비켜줘야 하고, 말똥 냄새도 많이 나고, 그것을 안 밟으려고 신경도 많이 써야 했다.

토레스 3봉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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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있던 숲속에서는 바람도 잦아들고, 잠깐 쉬어가기 좋았다.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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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구간을 지나면, 바위만 있는 너덜지대가 나타나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미끄러워서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숲 구간을 지나면, 바위만 있는 너덜지대가 나타나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미끄러워서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 조남억)

 

(ⓒ 조남억)
너덜지대를 거의 다 올랐을 즈음, 옆으로 가로질러가는 길이 있었는데. 커다란 바위들이 중간중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어서, 바위밑을 지날때마다 걱정스러워하며 지나갔다. (ⓒ 조남억)
(ⓒ 조남억)
윤 교장 선생님, 주 선생님 부부 (ⓒ 조남억)
마지막 고개 앞에서 (ⓒ 조남억)
고개를 넘어 토레스 호수가 보이고, 토레스 3봉이 잘 보였다. (ⓒ 조남억)
(ⓒ 조남억)
칠레노 산장에서 토레스 전망대 구간 안내판(ⓒ 조남억)
현 위치가 875m인데, 토레스 중앙봉의 높이가 2460m라고 하니, 저 암봉의 높이도 1500m 이상이라는 것인데 실감이 나질 않았다.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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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억)
호수까지 내려가서 사진을 찍고나서 얼른 패딩과 방풍 자켓을 꺼내 입어야 했다. 모자의 챙부위가 계속 뒤로 넘어갔다. (ⓒ 조남억)
최, 이 선생님 부부(ⓒ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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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전 마무리 단체 사진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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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생님과 함께.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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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억)
토레스델 파이네 파노라마 뷰(ⓒ 조남억)
하산 하기 전에, 자꾸만 뒤돌아보고, 사진을 찍게 됐다. (ⓒ 조남억)
너덜지대 한쪽에서 아직도오르고 있는 사람들이 점으로 보였다. (ⓒ 조남억)
(ⓒ 조남억)
길이 미끄럽고 계곡 경사가 심하고, 자갈이 많아서,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미끄러질까봐 오히려 더 겁이 나서 못탈 것 같은데, 말은 네다리여서 그런지, 더 안정적으로잘 내려갔다.(ⓒ 조남억)
(ⓒ 조남억)
길고 완만해 약간 지루한 하산길을 마무리 하니, 무릅이 시큰 거린 것도 낫는 것 같았다.(ⓒ 조남억)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무사히, 운좋게 잘 마침에 호텔 앞에서 단체 사진. (ⓒ 조남억)

어제는 호텔의 투숙객이어서, 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투숙객이 아니어서 못 들어간다고 하여 뒷문으로 투숙객인 것처럼 호텔로 들어가서 bar에 앉아서 맥주를 시켜서 한잔씩 마셨다. 한잔에 13,000원이나 한다고 하여, 한 잔씩만 사 먹었다.

우리들이 보통 팀보다 더 빨리 내려온 상태여서, 호텔 바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5시 반에 짐을 찾아서 호텔 버스에 싣고, Refugio Torre Norte산장으로 이동했다. 사실, 어제는 이동만 하고, 힘들지 않았던 날이어서, 어제 산장에서 잠을 자고, 오늘은 피곤하고 땀 흘린 날이니, 호텔에서 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산장 예약하기가 어렵고, 해약도 잘 안 해주어서, 순서가 이렇게 된 것 같았다.

산장에서는 2층 침대 4개가 한방에 들어있어서, 우리 7명이 한방에서 자야했다. 커플 룸을 사용하듯이 부부들이 1,2층 침대를 사용하여, 독방 쓰는 내가 1층 자리 하나를 맡아서 사용할 수 있었다. 2층 침대의 높이가 낮아서 그런지, 1층 침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는 침대였다. 또 방도 좁아서, 큰 짐들 놓고, 작은 가방도 놓아야 했는데, 가방 놓을 자리도 부족하여, 가방을 열어서 무슨 옷이라도 찾으려고 하면, 복도로 가방을 들고 나가서 일을 봐야했다. 공동 화장실과 공동 샤워실이 기본이었다. 오늘 여기서 1박하고, 내일 Grande산장에 가서 2박을 해야 하는데, 많이 피곤하고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방이 좀 좁아서 그렇지, 침구도 좋고, 깨끗하고, 난방도 잘 되어서, 이 정도면 산장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침낭을 안 가져와도 되는 산장이니, 산장 중에서는 호텔급이다.

1시간 자유 시간 후 저녁 식사 시간인데, 다른 분들 씻을 동안 일기를 쓰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 미리 일기를 썼다. 식사 후에는 방안에 불을 켜고 있기도 힘들 것 같으니, 미리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금이 벌써 7시 10분, 짐 정리 좀 하고, 저녁 먹어야겠다.

호텔 손님인척 들어가서 맥주 한잔씩 했다.(ⓒ 조남억)
호텔에서 600m 정도 떨어져 있는 torre norte 산장(ⓒ 조남억)
8인용 도미토리 방 안(ⓒ 조남억)
산장에서의 저녁식사라 기대를 안했는데, 스프, 야채부터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밥, 아이스크림까지 코스로 푸짐하게 나와서 맛있었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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