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패키지여행, 내일을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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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패키지여행, 내일을 위한 준비
  • 조남억
  • 승인 2018.07.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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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26]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물 여섯 번째 회에서는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보낸 시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편집자

12월 3일

패키지여행의 특징은, 스피드가 뛰어나서 구경거리의 양이 시간 대비 많다는 것이고, 오지 트레킹은 오지까지 가는 중간중간의 이동 거리와 소요시간이 많이 들어서 구경거리의 양이 적다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이번 남미 여행도 패키지여행이긴 하지만, 오지 중심으로 가다 보니, 중간중간에 어쩔 수 없이 이동 거리와 시간의 소모가 많은 것 같다.

오늘도 이동하는 날이었다. 아침 9시에 버스에 올라타서 3시간 후 국경 도착, 국경 통과, 다시 칠레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이동, 오후 3시 반에 파이네 국립 공원 내의 Las Torres Hotel에 도착했다. 이것만으로 오늘 할 일은 끝이 났다. 좀 싱겁고 쉬운 하루다. 하지만, 내일부터 3일간의 트레킹이 중요하니, 몸조심하고 몸 관리를 해야 하는 날이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간단히 조식 후, 가족들과 카톡을 했다. 한국은 일요일 저녁 7시 반이었으니, 아이들과 카톡을 하다가 호텔 로비로 나갔다. 인터넷 접속이 오늘 이후 당분간 안 되기에 오늘은 페북에 남미 중부지역을 올리려고 하는데, 어젯밤 늦게까지 일기를 쓰고 자느라 페북에 사진과 글을 정리해서 올릴 틈이 없었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버스에서 미리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만큼은 버스에 일찍 올라타서 2인용 자리를 차지해서 앉았다. 아무래도 옆 빈 좌석에 가방과 책들을 올려놓아야, 편한 측면이 있어서, 오늘만큼은 욕심을 좀 미리 부렸다. 버스가 출발하면서부터, 사진을 정리하고 고르면서, 살타에서 엘찰텐까지의 여정을 정리했다.

하나하나 사진을 고르고, 순서도 정리하다 보니,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글까지 써놓고 나니, 2시간이 지나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이신 이정숙 선생님께서 손자들 가르쳐 주기 위해서 보고 있다고 하는 수학책 ‘1031’을 소개해 주셔서, 남은 시간 동안 버스에서 수학 문제를 풀어보았다. TV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 나오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제 유형이 많았고, 게임 하듯이 문제를 풀어보다 보면,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수준에 맞는 문제로 아이들과 함께 풀어보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보면서 좋을 것 같다. 한국에 가자마자 이 책을 사 봐야 할 것 같다. 다 보고 나서, 이 선생님께 다시 되돌려 드리고 나니, 빌려놓고 며칠간 들고만 다니던 참이어서, 밀린 숙제 하나를 끝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오늘 버스에서 나눠준 도시락은 지난번 저녁 식사를 했던 ‘스시 앤 바’에 김밥을 부탁해서 받아온 것이었다. 역시나 맛 좋은 김밥이었다. 11시 반에 나는 일찍 도시락 뚜껑을 열어서 버스 안에서 먹었고, 다른 분들은 국경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에 차 안에서 드셨다. 며칠 동안 트레킹을 하면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만 먹었었기에, 항상 부실한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은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더니, 든든하고 맛도 좋았다.

엘 깔라파테의 유일한 일식집에서 주문하여 받은 김밥 도시락. 트레킹 이후로 점심식사가 계속 샌드위치였는데, 김밥 도시락을 먹으니, 속도 편하고 맛도 매우 좋았다. (ⓒ 조남억)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넘어가는 국경이다 보니, 아무래도 분위기도 삼엄하고, 긴장되었다. 그래도 출입국 도장을 받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고, 오늘 아르헨티나를 출국하고, 칠레에 두 번째로 입국을 하였다. 버스에서 짐을 다 내리고, 다시 검사받고, 다시 싣고 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꽤 많이 걸렸으나, 아르헨티나 가이드 겸 운전기사가 서류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되었으니, 우리가 힘들 것은 없었다.

기다리는 도중에 키가 늘씬하게 크고, 멋지게 생긴 서양 남자 둘이서 오토바이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고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왔다. 가죽 잠바에 헬맷을 쓰고, 들어오는데, 너무나 멋져 보이고, 부러워 보였었는데, 막상 가까이 왔을 때 보니, 옷과 머리카락에 먼지가 가득하여 실제 모습은 상거지처럼 보일 정도였다. 모든 것들이 멀리서 보이는 것과 실제 가까이서 보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칠레 입국 수속도 끝나고 칠레 버스로 옮겨 타고서 1시 즈음 다시 출발하였다. 아르헨티나 가이드는 지금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고 하니, 미안하고 고맙고 하였다. 버스를 타자마자, 너무 졸려서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샌가 Torres del Paine 토레스 델 파이네(파이네의 탑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야생 과나코(구아나코) 떼들이 자유롭게 길가 주변에 이동하고 있었다. 과나코 떼가 무리 지어서 이동하거나 풀을 뜯을 때, 반드시 한두 마리는 미동도 없이 퓨마가 오나 안 오나 망을 보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는데, 구아나코 떼들을 만날 때마다 유심히 보았더니, 정말로 한두 마리씩은 제일 높아 보이는 곳에서 미동도 없이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칠레 국경을 지나니, 멀리서 토레스 델 파이네(파이네의 탑들) 국립공원이 보인다. (ⓒ 조남억)
(ⓒ 조남억)
가는 중간에 호수가 근처에 전망대가 있어서 보는 차량이 서서 사진을 찍었다. (ⓒ 조남억)
(ⓒ 조남억)
인터넷 사진에는 호수에 비친 멋진 반영 사진이 있었는데, 이날은 바람이 세서 호수 표면이 어지러웠다. (ⓒ 조남억)
(ⓒ 조남억)
토레스 델 파이네의 화강암은 1200만년전에 융기하면서 올라온 것이라고 하는데, 화강암 위에 있는 까만 바위는 이끼나 풀이 있어서 색이 다른 것이 아니라, 니암의 변성암인 점판암이어서 그렇게 보인다고 하였다. (ⓒ 조남억)
(ⓒ 조남억)
야생 과나코(구아나코). 남미에 사는 낙타과 4동물(라마,알파카,비쿠냐, 과나코) 중 하나인데, 다른 3동물은 이미 가축화 되어 있는 반면, 과나코는 파타고니아 일대에서 야생생활을 하고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 조남억)
과나코는 집단 생활을 하면서 퓨마의 위협에 대비하여 한마리는 반드시 미동도 없이 감시를 하고 있었다. (ⓒ 조남억)

호텔에 도착하여, 남은 시간도 충분하고, 인터넷도 되는 상황이다 보니, 미리 써놓았던 글과 사진을 페북에 올리고, 다른 분들께서 찍은 사진들을 카톡에 서로서로 올려주셔서, 많은 사진을 다운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6시 반이 되었다. 잠깐 잠이 들어서 7시 15분 식사시간에 늦었다. 혼자 있다 보니, 누가 깨워줄 사람이 없는 게 문제는 문제인 것 같다.

저녁은 양고기를 시켰는데, 양고기 찜이 나왔다. 그 전식으로 나온 새우 스프는 맛이 좋았고, 마테차 아이스크림까지 후식으로 먹다 보니, 이 호텔이 고급 호텔이라고 하는 말이 믿어졌다.

10시 반인데도, 아직도 밖이 훤하다. 보름달이어서 달도 밝을 텐데, 해가 지질 않아서 보름달이 밝은지를 알 수 없다. 내일부터 토레스 델 파이네의 유명한 ‘W’자 트레킹의 첫날이다. 3일간의 트레킹 중에서 제일 힘들고 제일 중요한 날이 내일이라고 하니, 내일 날씨만 좋기를 기원한다.

호텔 라스 토레스 파타고니아. 1층 호텔이 오랜만이어서 반가웠고, 시설과 레스토랑의 식사가 훌륭하였다. (오늘같이 이동만 하여 쉬운날 산장에서 자고, 트레킹 하고 내려온날 호텔에서 잤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 조남억)
호텔 앞 전경. 여름이어서 늦게까지 밝았다. (ⓒ 조남억)
(ⓒ 조남억)
양고기 찜(ⓒ 조남억)
새우 스프(ⓒ 조남억)
보름달에 슈퍼문이 뜬 날이었는데, 하늘이 밝아서 달 밝은 줄 몰랐다. 크기만 크게 보였다.(ⓒ 조남억)
달이 저정도 떴으면 금방 올라오겠지 하고 한참을 보았는데, 달이 위로 올라오기 보다, 옆으로 돌듯이 올라왔다.(ⓒ 조남억)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 지도, 2번-3번-6번-7번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유명한 'W' 코스인데, 우리는 가운데를 빼고, 2번과 7번, 3번 일부만 하게 되었다. 전체를 다 돌려면 한달 코스라고 하고, 'W'자 코스는 4박 5일 정도 예상한다. (ⓒ 조남억)
태양도 옆으로 도는지, 노을이 오랜시간 지속이 되었다.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백야가 될 것 같다.(ⓒ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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