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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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은 어디에 있는가?
  • 이선장
  • 승인 2018.07.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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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기도치과의사회 이선장 정책연구이사…‘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헌소 대응 좌담회’ 후기
경기도치과의사회 주최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헌소 대응 좌담회' (ⓒ경기도치과의사회 제공)

지난 6월 25일 경기도치과의사회(이하 경기지부)에서 주최하는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헌소 대응 좌담회’가 개최됐다. 다들 아는 것처럼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5조 1항 수련기간에 대해 대한치과보존학회(이하 보존학회)를 중심으로 437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좌담회에서는 경기지부가 회원 980명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현재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보존학회와 대한통합치과학회(이하 통합치과학회)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 해결 가능성과 전망 그리고 앞으로 치과의사전문의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각 단체에 패널 참여를 요청했고, 더불어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 와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헌소 대응 특별위원회’에도 참여를 부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보존학회와 또 다른 당사자인 통합치과학회에서는 좌담회 참가를 고사하였다. 시기적으로 민감하고 직접적인 발언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마음껏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지만 주연배우가 나오지 않은 어찌 보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에서는 이에 따른 파장을 충분히 예측하였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이라는 단호한 조치를 행한 것에는 그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과 요구에 대한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당당하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마련된 공간에서 자신의 주장과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 통합치과학회 역시 미래를 기약하는 수동적인 몸 사리기가 아니라 현재 1차적인 피해자로써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경과조치 미수련자들의 억울함과 입장을 강하게 어필하고 대변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한다.

좌담회를 통해 발표된 설문조사의 결과는 사실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 익히 짐작하고 생각했던바 그대로 전문의냐 아니냐에 따라 설문결과가 분명히 갈라지고 있어 예상을 벗어난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에 없던 980명이라는 많은 회원들의 의견수렴 과정 그 자체에 의의가 더 크다 하겠다. 실상 치과의사전문의 제도에 접근하고 다루는 일에 지부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거의 온전히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협회)가 책임을 지고 이끌어 가고 방향을 제시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 회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현 상황에서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추진에 대한 협회의 진정성에 의심의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회원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폐쇄적이지 않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일이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이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감동을 주고 박수갈채를 받는다. 협회도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이다.

얼마 전 졸업 동기와 같이 한 자리에서 ‘치과의사로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치과의사로 활동하며 살아갈 날이 더 짧다’는 말이 오갔다. 어느덧 치과의사로서의 삶도 반이 넘어가고 있다. 치과의사로서 남은 내 시간만큼이나 후배들의 온전한 아니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예비치과의사들의 미래 삶의 시간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지금은 치과의사가 되었겠지만, 당시 치과전문의의 다수 전면개방을 반대하며 수업과 국시를 거부했던 학부생, 이어진 3대원칙의 합의, 본격적인 전문의 배출, 지켜지지 않은 소수 전문의, 복수 전문과목 신설을 전제로한 전면개방의 석연찮은 합의과정. 이 모두가 치과의사전문의제의 지난한 역사이다. 이 속에 회원이 있고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 구조상 지부의 경우 회원에 좀 더 밀접하고 협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문학회와 복지부에 좀 더 밀접하다. 협회는 회원의 목소리와 지부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길 바란다.

보행자 도로를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통행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어려운 길이다. 평등이란 산술적인 숫자상의 배분이 아니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 새롭게 출발하는 통합치의학 전문의도 마찬가지로 설문조사 결과가 전문의와 비전문의로 정확히 나누어진다 해도 그 배려와 해석의 무게추는 새롭게 시작하는 통합치의학과에 가까워야 하며 통합치의학과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전문의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그럴 바에는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새우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지는 않겠지만 상처 입을 수는 있다. 학회의 세력 다툼에 회원이 휘둘리거나 피해 입지 않기를 바라며 회원이 중심이 된, 더 나아가 국민 구강 건강이 중심이 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가 시행되길 기대해 본다. 차창에 부딪히는 빗줄기처럼 마음이 어지럽다.

*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이선장 (경기도치과의사회 정책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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