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라틴아메리카의 알프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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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라틴아메리카의 알프스'에서
  • 조남억
  • 승인 2018.06.08 17:2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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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21]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물 한 번째 회에서는 조남억 회원이 체 게바라의 흔적이 담긴 길을 되짚어 칠레를 떠나 아르헨티나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남미여행일기가 벌써 일정의 절반을 지나갔습니다.

-편집자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느긋하게 이동만 한 날이다. 역시나 이동만 하면, 뭔가 기억나는 것이 적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아침에 9시에 출발한다고 하여 부랴부랴 나갔더니, 10시 반으로 미뤄졌다고 한다. 로비에 앉아서 막내딸 조 단과 카톡을 하였더니, 시간이 잘 갔다. 보고 싶은 가족들! 잠깐 졸았다가 깼다.

건치 인천지부에서는 총회를 하는 날이어서, 사진들이 올라온 것들을 보니, 조촐하게 잘 치룬 것 같아 보여 다행이었다.

뻬울라 호텔에서 버스가 출발하여 300m즈음 갔나 싶더니, 칠레 출입국 사무소가 있었다. 버스에서 다 내려서 줄서서 칠레 출국 도장을 찍었다. 나가는 도장은 잘 찍어준다.

호텔 바로 근처에 있는 칠레 출입국 사무소. (ⓒ 조남억)

거기서 비포장 길을 달리면서 구불구불 산 위로 올라갔다. 폭포도 지나고, 3400m 급의 Tronador 산의 전망대에도 잠깐 서서 구경하게 해주고, 또 계속 올라가더니, 제일 정상부위에서 1020m 높이의 국경을 지나게 되었다. 안데스 산맥에서 주변의 산들은 높고도 험한데, 이런 고갯길은 아마도 이 길 하나인 것 같이 보였다.

국경선을 넘으니 이젠 계속 하산 길이었고, Puerto Frias에 도착하니, 아르헨티나 출입국 사무소가 있었다. 입국도장을 받고, 짐들을 하나하나 다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한 후에야 통과를 시켜주었다.

Tronador 산(해발 3400m) 전망대. (ⓒ 조남억)
이쪽은 아르헨티나 땅이다. (ⓒ 조남억)

우리의 짐 검사 시간이 길어지면서, 앞에 있던 배가 항구를 떠나는 것을 보고, 아쉽다고 했었는데,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면서 체 게바라의 오토바이 모형을 전시해놓고, 체 게바라의 여행길을 표시해 놓은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체 게바라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 다음 배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이 우리끼리만 조용히 탈 수 있어서 또 좋았다.

체 게바라의 오토바이 여행 루트와 모형. (ⓒ 조남억)

이 자리에서 현지 가이드가 바뀌었다. 왔던 버스와 가이드는 다시 배에서 내린 손님들을 태우고 칠레로 돌아갔고, 우리는 새로운 가이드를 만나서 배에 올랐다. 이 배를 10분 정도 타고 Puerto Alegre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로 바꿔 탔는데, 10분 만에 다시 내리라고 하였다.

Puerto Blest라는 항구에 호텔 겸 식당이 나타났다. 버스에서 12시 반에 내려서 점심으로 샌드위치 반개씩과 콜라를 먹었다. 배가 고픈 듯하여 치즈나 과자 같은 것들을 자꾸 먹었더니, 속이 좋지 않았다. 또 이상한 것이 한 것도 별로 없었는데, 너무 피곤했다. 식사 후 건물 밖으로 나가서 호수 사진 좀 찍고 벤치에 누워서 20분 정도 낮잠을 잤더니, 그래도 좀 나아졌다.

호텔 객실에서의 전망도 훌륭한 그림이었다. (ⓒ 조남억)

2시 반에 배가 와서 다시 호수여행이 시작되었다. 유람선의 크기가 커서 배 구경하기도 좋았고, 이 호수는 크기도 컸고 주변의 설산들과 함께 경치도 좋았다.

한 시간 이상을 항해한 후 Puerto Panuelo항구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 정도 달려서 드디어 횡단 크루즈의 종점인 바릴로체에 도착하였다. 설산이 있고 호수가 있고 호숫가에 사람이 모여 살아서 ‘라틴아메리카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도시인데, 역시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Alma del Lago Suites& Spa 호텔에 바로 내렸는데, 호수 바로 옆이어서 호수 뷰 객실은 전망이 아주 좋았다.

한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을 주어, 호텔 앞에 리프트가 있어서 올라가 보려고 했는데, 걸어가는 길이 아니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루지를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였다. 그러나 이미 영업이 끝난 시간이어서 타보지는 못하고 되돌아왔다.

7시에 수영복을 가지고 지하 3층 수영장으로 가서 오랜만에 수영을 했다. 전면이 호수 전망이어서 풍경도 좋은데다 사람이 없어서 수영하기 좋았다. 15분을 숨차게 수영을 한 후 나왔다. 내일 아침에도 수영을 조금 하면 좋을 것 같다.

라틴아메리카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바릴로체 중심 광장. 그래서 그런지 더 스위스 같다는 느낌이 든다. (ⓒ 조남억)

7시 반에 모여서 시내 중심부로 걸어갔다. 스위스처럼 만들어 놓은 중심 광장을 지나 El Boliche de Alberto 식당으로 갔다.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데 예약이 안 되어 무조건 줄을 서야만 한다는 집이었다. 우리는 8시 가게 오픈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는데, 앞에 20명 이상 줄이 길게 있었다. 다행히 우리까지는 오픈과 동시에 곧장 들어갈 수 있었다. 보통의 스테이크가 380페소 정도 했으니, 3만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립아이 2개, 등심 1개, 안심 3개, 치마살 1개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멘도사에서 사왔던 와인을 개봉하여 마셨다. 떫음과 신맛, 향기가 좋고 개운했다.

주문한 고기를 도마 위에 모아 주어서 각자 알아서 잘라 덜어 먹어야 했다. (ⓒ 조남억)

스테이크는 종류별로 각자 1인분씩 나올 줄 알았는데, 도마에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올려서 나와서, 테이블에서 각자 알아서 잘라가서 먹어야 했다. 처음엔 너무 커서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서로 조금씩 조금씩 잘라서 먹다보니, 맛이 좋아서 그런지 다 먹게 되었다. 10시가 조금 넘어 술과 고기가 다 사라졌다.

다시 걸어서 호텔로 되돌아오는데, 갈 때는 금방 이었던 것 같았는데, 되돌아오는 길은 꽤 길고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힘들었지만, 이래야 소화가 되겠거니 하며 즐겁게 걸어왔다.

체 게바라의 오토바이 여행길이 어제 오늘의 안데스 횡단 크루즈 길을 포함한다고 하여 유명해졌는지 모르지만,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여행객들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중간에 체 게바라의 흔적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코스였다. 내일은 또 비행기 이동의 날이다. 드디어 피츠로이와 세로토레를 보게 된다.

이제 여행이 딱 반이 지났다. 남은 날도 열심히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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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울타리~ 2018-08-05 11:36:54
입맛만 버리고, 눈치코치 다 봐야 하고...

나도울타리3 2018-08-05 11:33:29
이 중에서 우리에게 3세계음악으로 잘 알려진 소사를~
소사의 노래 한 곡을 소개할게요.

Mercedes Sosa- Agnus Dei
메르세데스 소사의 - 삶은 감자

묵묵히 눈물에 젖은 검은 빵을 삼키며
분노와 치욕의 이 더러운 잔마저 끝내는 비었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삶은 감자 밖에 없는가
배고픈 자에게 주어지는 검은 빵은
그러나 위조된 복음일 뿐이다
검은 빵이 삶은 감자가
복음이 되는 꼴을 보려고
우리는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는가

눈물에 젖은 검은 빵의 신파여
더 이상 나를 울리지 마라

나도울타리2 2018-08-05 11:32:13
스테이크를 먹는 중에 남미 민중들의 애환을 이야기 한다는 게 영 그렇지만
체게바라를 언급했기에 걍~^^

남미에는 민중들의 선봉에 서서
독재의 억압과 부조리에 극열하게 음악으로 저항했던 사람들이 많지요.
많을 수밖에...

아따우알빠 유빤끼Atahualpa Yupanqui ,올리버 샨티Oliver Shanti
빅토르 하라Victor Jara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등등

나도울타리 2018-08-05 11:27:16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방식으로 스테이크를 내놨군요.
저렇게 주면 눈치보여서 칼질이 됩니까??
여유롭게 나만 먹어도 된다는 안도감이 없이 ...
1인당 3만원이면 싸긴 하지만

고기 한 점 먹고 와인으로 입 적시고, 또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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