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법] 닭살과 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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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법] 닭살과 오리발
  • 편집국
  • 승인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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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아이를 갖게 되면 먹을 것을 조심하고 마음가짐도 조심하고 볼 것도 삼가고 행동도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의 여성들에게 임신이라는 것을 통해 무언가를 조심하고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모든 것들이 비과학적인 조언들 정도로 이해되었다.

옛날에는 아이를 갖기 위해 부모와 가족 모두가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정성을 다하는 시간들을 가졌던 것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만들어진다. 그렇게 무언가를 간절히 마음으로 바라는 것은 비과학적 행위나 미신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엄마가 먹었던 것과 먹는 것은 곧 아이가 되는 일이고 엄마의 심리적 긴장은 곧 태아의 긴장과 흥분을 야기한다. 예전의 아이들에게 없었던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질병들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도 식생활의 변화와 환경의 오염, 부모들의 심리적, 경제적 불안정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에서 찾을 수 있다.

예전에 딸이나 며느리가 임신을 하게 되면 부모들은 먼저 닭고기, 오리고기와 같은 것을 먹지 말라고 했다. 닭고기 먹으면 아이가 닭살이 되고 오리고기 먹으면 아이가 오리발이 된다고까지 말하면서 아이를 가진 임신부들에게 먹을거리를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임신 중에는 더 잘 먹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닭고기도 흔하고 오리고기도 좀 더 영양가가 많은 음식으로 평가하고 있는 요즘 당연히 임신 중에 육류를 즐기는 것은 하등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워낙 축산과 낙농이 어려운 나라였고 소고기는 귀해서 왕과 양반, 권력 있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서민들이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고기는 닭과 오리고기였을 것이다. 그런 것을 임신 중에 금기시켰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태열이라고 하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 얼굴에 울긋불긋하다 한 달이 지나고 백일이 지나면 없어지거나 아니면 늦어도 발에 흙 묻히면, 걷기 시작하면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한 임신 중이나 영유아들의 이유기동안 아이들에게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이는 것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과도한 영양과 과도한 단백질의 섭취 속에 살아간다. 아이들의 위는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를 분해하기 어렵고 덜 분해된 단백질을 신체는 이물질의 침입으로 이해해 충분히 면역 반응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비롯해 성인들에게 급증하고 있는 알레르기 질환은 늘어난 단백질의 섭취와 무관하지 않다. 닭살이 되고 오리발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잘못된 음식 문화의 공포는 아직도 살아 있다.

김수현(식생활강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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