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사회 꿈꾸며…“같이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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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사회 꿈꾸며…“같이 살래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4.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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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차지부‧시민사회, 해고자 120명 복직 등 청와대에 ‘호소문’ 전달…건치도 함께 힘 보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을 촉구하는 '같이살래요' 행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현재진행형인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10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에 쌍용차 해고노동자 120명의 복직을 촉구하며, 해고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500여 명과 차량 10여 대가 거리로 나와 “같이 살자”고 외쳤다.

참고로 쌍용자동차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2015년 해고자 문제의 완전 해결을 다짐하며 ‘2017년까지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120명의 해고 노동자가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을 촉구하는 '같이살래요' 행진

이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범국민대책위 등 시민사회 단체는 지난 2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흥국생명빌딩 앞에 집결해, 쌍용차에서 출시된 코란도, 무쏘, 렉스턴, 티볼리 등의 차량에 해고자 120명의 이름과 ‘출근하고 싶다’, ‘작업복 입고 싶다’. ‘외식하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등 해고자들의 소망을 담은 현수막으로 차량을 꾸미고 간단한 선포식 후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지난 3월 평택에서 노동자의 고통과 슬픔을 드러낸 ‘워낭소리’ 행진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 ‘같이살래요’ 행진에서는 해고 노동자의 꿈과 희망을 노래함과 더불어 ▲해고자 전원 복직 ▲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선포식에서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복직이지만 그 안에 생명과 평화, 행복 노동자의 미래를 위한 한발을 내딛는 것인데, 어째서 정부는 복직을 외치는 노동자를 방패로 막는 것인가”라며 “우리는 민주노총과 함께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약속한 만큼 120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할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렬이 출발한지 얼마 안돼 남대문 경찰서 측이 당초 이들 행렬이 사용키로 한 2차선 도로까지 점거하고, 세종대로 68 건물 앞에서 행진을 방해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결국 행진 참가자들은 차량에 붙였던 현수막과 해고노동자의 이름이 적힌 플랜카드를 손에 들고, 차량을 끌며 청와대로 향했다.

남대문경찰서 측의 방해로 시위행렬이 가로막혔다.
행진단과 대치중인 경찰병력

 

행사 참가자들의 소원을 담은 현수막을 차에서 떼어내고 있다.
결국 현수막을 들고 행진에 나서기로 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시민들.

이들은 청와대로 가며 3차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차 정리해고는 노동적폐 1호이며, 해고노동자 120명이 모두 복직하지 않고서는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한 국가 폭력 책임자가 처벌되지 않고선 이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전쟁대신 사랑을, 분노대신 화해를 꿈꾼다”고 외쳤으며, 지나가는 차량들도 함께 경적을 울리며 호응했다.

특히 이날 행진에는 7년 가까이 평택 쌍용차공장 앞 치과버스에서 진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정성훈 회원과 본지 김철신 편집국장이 참석해 연대를 표했다.

정성훈 회원은 “쌍용차 사태가 일어난 직후부터 오랫동안 연대해 오면서, 그들이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 왔다”며 “120명의 해고자가 하루 빨리 공장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에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진에 동참한 건치 서경지부 정성훈 회원이 함께 차를 끌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을 촉구하는 '같이살래요' 행진에 동참한 건치 서경지부 정성훈 회원과 김철신 편집국장

“文정부! 노동존중이란 촛불의 부름 받들라!”

드디어 행진단은 청와대 앞에 도착해 마무리 집회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정부 각처의 모든 행사에서, 대기업들은 미래와 미래 전략을 이야기하지만 거기엔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의 논리만 있다”며 “신뢰야 말로 미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쌍용차는 노동자와의 신뢰관계를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고, 그 기초는 바로 노동존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청년‧실업‧해고노동자의 노동과 아픔을 존중하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노동존중”이라며 “노동존중은 문재인 정부가 주는 혜택이 아니라, 촛불시민과 한 노동존중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행진단

또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과 쌍용차범민대책위원회 조희주 대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나승구 신부,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대표단을 구성해 청와대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쌍용차 해고자들에게도 정의 실현이 이뤄져야 하며, 우리 모두가 국가폭력의 희생자이자 편파적 국가에 의한 사회적 탄압과 재난의 피해자임이 확인돼야 한다”며 “이젠 대통령과 정부가 협상 주체로 나서, 쌍용차 정리해고 10년의 아픔과 불의를 해소하고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시민정부의 책무”라고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청와대에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나선 (왼쪽부터)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나승구 신부,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 조희주 대표
호소문 전달 후 발언에 나선 김득중 지부장

호소문을 전달하고 온 쌍용차 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2017년 사측의 복직 합의 불의행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호소문을 전달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청와대를 찾았고, 우리의 호소문을 받은 행정관은 이 문제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누구보다도 후보시절, 당대표 시절 대한문 분향소와 송전탑을 찾아 해고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와락 진료소에 와서 눈물을 흘려준 문재인 대통령이기에 더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오늘 행진 때 평화적 행진을 방패로 막아버린 정부와 경찰의 행태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대응과 다르지 않았고, 여전히 한상균 위원장은 감옥에 갇혀 있는 등 여전히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고 감옥에 가둬지는 걸 걸 봤다”며 “촛불의 요구는 아래로부터의 적폐청산, 재벌과 사법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인 만큼 그 부름을, 촛불의 목소리를 받아 문재인 정부가 새 길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집회에서 쌍용차 해고·복직 노동자들이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
뒤에서 자동차를 밀며 행진하는 시민들.
차량을 끌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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