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생논단] 치위생과 증원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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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생논단] 치위생과 증원을 바라보며
  • 편집국
  • 승인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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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치위생과 증원

“치위생과 입학정원 400명 증원”, “정 협회장, 3년 임기내 치위생사 1천명 늘린다”,  “치과위생사 인력관리 급변”.

이것은 얼마전 치의신보 1면 및 치과관련 신문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2004년도 치위생과 입학정원에 관련한 머릿기사이다.

현재 전국 치위생과는 3개의 4년제 치위생학과와 32개의 3년제 대학으로 총 35개 대학에 개설돼 있으며 2004학년부터는 총 43개 대학에서 년간 3천명이 넘는 치과위생사가 양성·배출될 것이다. 또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도입하려는 (가칭)치과보조사는 2005년부터 배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앞으로 각 전문대학의 입학정원 모집에 위기를 극복하려는 대학의 로비에 의해 치위생과 증원은 계속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치협은 당장의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기는 모습이나 이것은 앞으로의 인력관리에 심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다.

치위생과 증원의 문제점

치위생과의 증원에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몇 가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사회적·경제적인 손실이다. 보건진료 용역은 손쉽게 양성되지 않으며, 합리적인 보건진료인력 계획과 보건진료 인력정책이 양질의 보건진료서비스를 창출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제이나 보건진료 용역의 과잉공급은 보건진료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치위생과 졸업자들의 대량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교육의 질적 저하이다. 치과위생사는 치위생학에 관련한 이론지식과 임상실무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내 및 임상에서의 현장실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대학에서 실습에 관련한 시설과 교원의 확충 없이 학생수만 증원하고, 임상실습 또한 부실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결국 치과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인력간의 심한 대립과 협력의 불협화음이다. 구강진료를 생산함에 인력간의 분명한 업무 분장과 팀웍의 형태가 이뤄진다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는 수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강진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잉배출이 예견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명확한 업무분장 없이 (가칭)치과보조사의 양성이 이뤄진다면 인력간의 대립은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넷째, 인력의 직업수명 단축이다. 앞으로 이런 추세로 치과위생사가 배출되고 또한 업무조차도 분리되지 못한다면 치과위생사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결혼이나 출산 등의 이유로 직업전선을 떠나거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랜 시간 축척한 기술을 가진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고 계속적인 이직은 또 다른 형태의 인력 부족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인력난의 근본 원인

당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치위생학과를 무분별하게 증원하는 것은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대응전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치과위생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일부 병원은 치과위생사가 한 명도 없는 병원도 있고 반면에 치과위생사만 20-30명 근무하는 병원도 있다.

물론 이런 고용현상의 불균형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나, 직업에 대한 미래상의 제시 부재,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그 이유는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예를 들어 나이든 치과위생사-실제 전체 노동인구로 보았을 때는 젊은 사람임-를 기피하는 현상이라든지, 파트타임제 고용 기피, 휴가 및 복지의 열악성 등등….

치과위생사는 치과보건의료를 위한 일부 영역에 존재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러하기에 이들의 양성과 배출이 그리 큰 문제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넓게 본다면 치과 의료인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대의 위한 협력의 자세 필요

이제 더는 한 집단의 이득이나 불편을 힘의 논리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관련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통해 국민 구강보건 증진·유지라는 대의를 놓고 인력관리에 대처할 시기이다.

국민구강보건을 위해 인력의 활용은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그리고 양성된 치과위생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질 높은 의료서비스 창출을 위해 인력간 업무 분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한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이직 방지와 재취업자들을 위한 보수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인력난 해소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고 양을 늘리고자 하는 행동은 타협과 문제 해결에서 점점 멀어지는 행동일 것이다. 말뿐인 협력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노력이 치과계라는 분야를 이끌어 가는 단체의 큰 모습일 것이다.

사소한 이득보다는 대의를 위한 마음가짐을 보여줄 때 직업과 사회적 명망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씨뿌리고 가꾸는 노력 없이는 아무 것도 수확할 수 없음이 이 가을 황금 들판에서 얻는 교훈이 아닐까?

정재연(수원여대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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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03-13 12:50:41
치과의사이지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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