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슴”의 슬픈 멜로디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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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슴”의 슬픈 멜로디가 들린다
  • 조순자 기자
  • 승인 2006.05.21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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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편견을 버리고 떠나는 여행

 

▲ "한센병은 낫는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늴리리 /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늴리리 /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늴리리 /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늴리리”

천형(天刑)이라 불리는 한센병을 앓았던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의 한 대목이다.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 소록도(小鹿島)는 섬의 모양이 작은 사슴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고흥반도의 남쪽 끝자락 고흥군 도양읍에 딸린 섬이다. 녹동항에서 10분정도 배를 타고 가면 곧 소록도에 닿는다.

말끔히 포장된 길을 한고개 넘으면 집이 한 두채씩 보이기 시작한다. 여느 시골마을에서 볼 수 있는 작고 아담한 교회와 우체국, 파출소도 있다. 한센병 환자가 사는 마을로 착각할 수 있겠으나 이곳은 병원직원 및 섬관계자들이 사는 마을이다.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집단거주지역은 멀리 희미하게 건물의 형체만 보일 뿐이다.

해안길을 따라 좀 더 가다보면 왼편으로 낡고 허름한 하얀 병원건물이 나타난다. 국내 유일의 한센병환자 치료기관인 국립소록도병원. 일제시대 한센병 환자를 격리수용, 치료를 위해 1916년에 설립한 자혜의원으로부터 출발했다. 현재 한센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 어느 공원, 정원보다 빼어난 조경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중앙공원. 적송림과 보랏빛 향기를 날리는 등나무길, 넓은 돌계단 등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중앙공원 양지바른 곳에 널따란 바위가 누워있고 그 위에 ‘보리피리’가 새겨있다. 6천평의 공원엔 불편한 몸으로 3년 4개월동안 강제노동에 시달린 6만여명의 한센병환자들의 고통과 슬픔이 녹아있어 찾는 이로 하여금 인간애를 자아낸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중앙에 높이 솟아 있는 구라탑이 보이고 “한센병은 낫는다”는 문구가 크게 들어온다. 발병과 동시에 인간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벌레 취급을 받았던 모진 수난의 시간을 살아온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주술문과 같은 것이리라. 인간으로부터의 격리, 인권침해의 현장 ‘감금실’과 ‘검시실’에는 그들의 뼈아픈 고통의 흔적이 스며있다. ‘생활자료관’에는 한센병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그곳에서 지낸 환자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들이 보존되어 있다.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 수용시설, 생활자료관 등에서 가져온 가라앉은 마음은 소록도해수욕장이 풀어준다. 백사장 뒤로 울창한 송림이 그늘을 만들어 쉼터를 제공한다. 한센병 환자들이 가까이에 살고 있는 해수욕장이라는 편견을 벗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을 담자.


■ 여행정보 : 소록도를 찾을 때는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소록도 내에서는 숙식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녹동항으로 다시 나와서 이용하면 된다.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소록도까지 가는 선박이 오전7시부터 오후5시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이 배에 차를 싣고 갈수 있으나 소록도 제2검소부터는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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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록 2006-05-24 10:38:17
언제 거기까지 다녀오셨나요? 오랬만에 고향소식을 이곳에서 들으니 기분이 아주 남다르네요. 제가 그곳은 잘알거든요.. 옛날에 살았거든요(?)
사진을 곁들여서 보니 더욱 마음이 찡하네요.

까치 2006-05-22 13:44:39
우리 기자들 좀 긴장되게 기사 쓰셨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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