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법과 문화예술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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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법과 문화예술 탄압
  • 김다언
  • 승인 2018.02.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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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언’s 문학 B급 살롱] 김다언 작가

2017년 김다언이란 필명으로 『목마와 숙녀, 그리고 박인환』이란 시 해설집을 펴내며 데뷔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이창호 회원. 그가 올해부터 1940년대~1960년대의 한국문학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본지에 ‘김다언’s 문학 B급 살롱‘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키로 했다. 그 두 번째로 1960년대 반공법 때문에 탄압받은 문학계 인사와 작품을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

2017년 9월 마광수 교수의 사망소식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마광수는 1992년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가 형법 제244조의 음란물에 해당된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받았고 1995년 6월 대법에서 유죄로 최종 확정된다.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던 마광수는 1993년 직위 해제되었다가 대법의 유죄 확정으로 해직 교수가 된다.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시절 복권되어 복직했으나 2000년 6월 논문실적 등의 미달로 교수 재임용 탈락했다가 복직,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한 휴직 재복직의 과정을 거치다 2016년 8월 정년퇴임했다. 결국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 마광수 교수의 소식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현재진행형인 우리시대의 모습을 더욱 직시할 필요를 느끼게 한다.

국가보안법이 우리에게 익숙하나 1960년대에는 반공법이 맹위를 떨쳤다. 간략히 살펴보면,  반공법(反共法)은 국가보안법의 반국가 행위 중에서 공산계열의 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규제할 목적으로 1961년에 제정된 대한민국의 법이다. 이때 반공법에 포함되어 있던 ▲찬양‧고무 ▲회합‧통신 ▲탈출‧잠입 ▲편의제공 등 반공법의 주요 내용은 1980년 12월 31일 국가보안법에 통합되어 반공법이 폐지되면서 적용법률이 변경되었다.

박정희의 5.16 쿠테타 이후에 만들어진 반공법은 문화계의 탄압에 엄청난 위력을 과시한다. 1964년 한일협정반대 시위로 시국이 시끄럽고 여론이 악화됐던 시기에 이만희 감독의 『7인의 여포로』가 갑자기 반공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

반공법 위반혐의를 받은 이만희 감독 (ⓒ이창호)

배우 이혜영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만희 감독은 1963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라는 반공영화를 히트시켰고 『7인의 여포로』 역시 반공영화임에도 반공법 4조 1항 찬양 고무 등의 위반 혐의로 구속까지 된다. 영화내용은 간호장교 등 7인의 여포로가 북한에서 중공군에 의해서 겁탈되려고 하자 이에 격분한 북한군 장교가 중공군을 사살하여 위기에서 구하지만 결국 북한에 있을 수 없어 포로들과 함께 자유대한의 품으로 온다는 내용이다.

반공영화임에 분명한 이 영화가 문제된 이유는 북한군이 여포로를 구출하는 등의 과정에서 너무 용감하고 멋있게 그려졌다는 이유이다. 내용이 너무 황당하기에 쉽게 믿기지 않겠지만 신문기사의 사진도 올렸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이후 영화는 30분 이상의 분량이 잘라내져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여군‘이라는 제목으로 재개봉 된다.

『돌아온 여군』이란 제목으로 재개봉한 『7인의 여포로』의 한 장면 (ⓒ이창호)

다음으로 반공법이 적용된 문학작품을 살펴보자. 1965년 현대문학 3월호에 실린 남정현의 『분지』는 그해 7월 7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문제가 된 『분지』의 내용을 보면, 홍길동의 10대 자손인 홍만수가 어머니의 영전에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형식으로 이 일인칭 독백체 소설은 전개된다. 일제 때 독립 운동을 하러 집을 나간 만수의 아버지는 소식이 없고, 어머니는 환영 대회에 나간 날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돌아와 정신 이상을 앓다가 죽는다. 고아가 된 만수와 누이동생 분이는 외가에 맡겨지고 6·25가 일어나면서 헤어진다. 여러 해 뒤 만수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고, 분이는 미군 스피드 상사의 현지처가 된다. 만수는 먹고 살기 위해 분이의 도움으로 군수 물자 장사에 나선다. 이내 만수는 밤마다 스피드가 미국에 있는 아내와 분이를 비교하면서 분이에게 갖은 폭언과 학대를 일삼는다는 걸 알고 분노에 젖는다.

어느 날 스피드의 아내 비취가 한국에 오자, 만수는 안내를 구실로 비취를 향미산으로 유인한다. 만수는 제 누이동생이 스피드에게 밤마다 곤욕을 치르는 이유를 설명하고, 비취더러 옷을 벗고 음부를 보여 달라고 한다. 기겁한 비취는 소리를 지르며 만수의 뺨을 갈기고, 만수는 엉겁결에 비취를 덮쳐 속옷을 찢고 은밀한 곳으로 손을 디민다. 만수의 손에서 벗어난 비취는 “헬프 미!”를 외치며 산을 내려간다. 곧 만수를 체포하기 위해 “향미산의 둘레에는 무려 일만 여를 헤아리는 각종 포문과 미사일, 그리고 전미군 중에서도 가장 민첩하고 정확한 기동력을 자랑하는 미 제엑스사단”이 동원된다.

미군정으로 상징되는 ‘펜타곤’ 당국에 포위당한 만수는 죽은 어머니의 영전에서, 어머니가 죽은 이후 그 때까지의 상황을 독백으로 풀어낸다. 만수를 체포하지 못한 펜타곤 당국은 만수를 짐승만도 못한 인간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고 향미산을 통째로 날려버리기로 결정한다. 만수는 자신의 최후가 임박한 것을 알아채지만 두려워하기는커녕 다음과 같이 어머니를 향해 외친다.

앞으로 단 십 초, 그렇군요 이제 곧 저는 태극의 무늬로 아롱진 이 런닝샤쓰를 찢어 한 폭의 찬란한 깃발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구름을 잡아타고 바다를 건너야지요. 그리하여 제가 맛본 그 위대한 대륙에 누워 있는 우유빛 피부의 그 윤이 자르르 흐르는 여인들의 배꼽 위에 제가 만든 이 한 폭의 황홀한 깃발을 성심껏 꽂아놓을 결심인 것입니다.

(요약내용은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3 장석주 참조)

작가 남정현은 1967년 6월 28일 징역 6월에 자격정지 6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1964년 한일협정반대 시위와 1965년 월남파병문제로 어수선한 정국과 영화 『7인의 여포로』, 소설 『분지』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탄압은 결코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다. 결국 문화예술의 자유는 관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과 권력의 입장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의 바로미터라고 말할 수 있다.

2018년 현재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검찰수사 중이며 우리는 슬픈 눈으로 그 뉴스를 보며 동시대를 살고 있다.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이 1909년 금서목록으로 지정된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1950년대 『나는 너를 싫어한다』의 김광주, 그리고 1960, 1970 ......... 그리고 현재까지 슬픈 눈을 한 우리는 역사와 함께 계속 실존하고 있다. 비록 완벽한 자유는 아닐지라도 100년 전보다는 한걸음 내딛었다고 단호히 말할 수 있는 그날은 우리세대에서 매듭을 짓고 넘어갔으면 한다.

 

김다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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