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일랑 새해 맞아 쑥쑥 자라거라
상태바
기쁨일랑 새해 맞아 쑥쑥 자라거라
  • 송학선
  • 승인 2018.01.15 10:12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59] 악주수세岳州守歲 악주에서 섣달그믐에 / 장열張說(당唐667-730)

 

(ⓒ 송학선)

새해맞이 한다고 옛 아파트 주민들과 어울려 전남全南 장흥長興을 갔습니다. 그 동네 유지有志의 도움으로 멋진 대접을 받았습니다. 장흥 한우와 키조개 관자 그리고 표고버섯을 함께 구워먹는 장흥 삼합도 맛있었고, 아침 장사를 하지도 않는 식당 문을 열게 해 매생이며 감태지며 돌게장이며 동네사람들의 영혼이 깃든 음식을 맛보는 것도 또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선보사찰禪寶寺刹 보림사寶林寺에서 주지스님이 청태전靑苔錢으로 끓여주신 차를 맛보고, 소등도燒燈島란 작은 연육도連陸島를 지니고 있는 남포南浦마을에서 자연산 석화굴을 장작불에 구워먹고 온 몸에 연기냄새 풍기며 그 굴로 끓인 떡국을 후루룩 먹어 본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관산 골짜기 하나를 가득 채운 우리나라 최대의 동백숲 군락지에서 아침 햇발에 온 골짜기 동백나무 잎이 반짝이는 장관을 보기도 했습니다.

소등섬 너머로 처음 떠오르는 해를 보겠다고 그리 많은 사람이 모여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며 새해 아침 해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천관산天冠山을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남쪽 바닷가에 이런 절경의 산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기암괴석 사이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섬 섬 섬 한려수도의 절경을 내려다보며 억새 가득한 산등성이를 품어 안는 맛은 정말 행복하더군요. 게다 새해 첫날이라 더욱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장흥 지역 주민의 재미있는 제안을 들었습니다. 장흥 간척지 일부를 파내서 천관산의 맑은 물이 장흥 앞바다와 만나는 갯벌과 기수역滊水域(brackish water area)을 다시 만들어 득량만得糧灣 물고기들의 산란장으로 되돌려 주자는 제안을 하더군요. 우리나라 최초로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되돌리는 역사를 써 보고 싶다는 겁니다. 세상은 이렇게 바뀝니다.

악주수세岳州守歲 악주에서 섣달그믐에 / 장열張說(당唐667-730)
야풍취취무夜風吹醉舞 밤바람은 취한 이의 춤을 부추기고
정화대감가庭火對酣歌 모닥불은 거나한 이의 노래를 마주한다
수축전년소愁逐前年少 근심일랑 지난해 쫒아 사라지고
환영금세다歡迎今歲多 기쁨일랑 새해 맞아 쑥쑥 자라거라

악주岳州는 악양루岳陽樓가 있는 호남성 악양시를 말합니다. 장열이 악주자사를 지낸 일이 있습니다. 수세守歲는 섣달 그믐날 밤에 신발 감쳐두고 밤 새워 지키는 풍습입니다. 이 날 자면 눈썹이 쇤다고 하지요.
감酣은 주연최중酒宴最中 술자리가 최고로 무르익었을 때, 락주불취樂酒不醉 술을 즐기되 취하지 않은 상태, 주락음치酒樂飮治 술을 즐기며 마시는 것을 잘 관리하는 것을 말하는 가 봅니다. 그래서 감가酣歌는 술을 마시며 흥에 겨워 즐겁게 부르는 노래를 말 합니다.

늘 기쁨 가득히 웃음 끊이지 않는 한 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송학선 2018-01-16 13:54:57
선보사찰禪寶寺59刹... 에서 59... 빼 주세요....

송학선 2018-01-16 13:58:36
선보사찰禪寶寺刹 보림사寶林寺에서..... 로 고쳐 주세요....

관리자 2018-01-17 10:49:32
수정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