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우직한 걸음’으로 진일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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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우직한 걸음’으로 진일보했다
  • 윤은미
  • 승인 2017.12.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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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10대 뉴스] 전담부서 부활 가시화‧틀니 부담금 인하 등 성과…보건의료운동계 새시대 다짐도 잇따라

 

최초 직선제 열기로 시작된 치과계의 2017년 한 해가 저물었다. 첫 직선회장의 탄생은 선거관리 부실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소송전으로까지 번졌으나, 치과계는 큰 흔들림 없는 한해를 보냈다는 평이다.

어느 해보다 괄목한 성과도 눈에 띈다. 보건복지부 내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부활이 10년만에 가시화됐으며, 노인틀니 본인부담금의 20% 인하라는 피부에 와닿는 소식도 전해졌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라는 문재인케어의 기조는 의료계와 더불어 치과계를 긴장에 놓이게 했지만 치과계는 우선 급여화 항목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대의를 도모했다.

1인1개소법의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300여일간 소장 공석 사태를 이어갔지만 치과계는 관련 특별위원회를 조직하고 시민사회와의 연대 및 범국민적 홍보에 나서 합헌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에 더욱 매진했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치과계 관련 언론보도에는 전문가로서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양심치과 논란으로 치과계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협회가 마땅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했고, 신경치료에 대한 암 유발설로 소동을 일으킨 사건은 치과의사 개인에 대한 내부 징계 논의로 마무리됐다. 오랜 숙원과제인 치과의사 전문의제도는 ‘더 많이’, ‘더 쉽게’라는 극단의 다수개방안으로 흘러가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는 더욱 멀어지는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사)한국산업구강보건원 등 보건의료운동계에서 큰 획을 그었던 주요 단체가 창립을 기리며 도약을 다짐했으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도 30기 집행부를 선출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대한 대비, 전문의제, 보장성 강화 중장기 계획 등 진행 중인 장기 과제에 대한 변화와 논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치과계가 올해와 같이 흔들림 없이 우보만리(牛步萬里) 할 수 있길 기대하면서 올해의 10대 뉴스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시급 1만원 시대 목전…인력난 ‘동상이몽’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예고하면서 치과계도 술렁였다. 개원가에서는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며 논쟁을 펼치는 가운데, 서울이웃린치과 홍수연 원장이 올해부터 최저시급 1만원을 시행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치과계의 보조인력난이 장기화 되면서 인건비의 높낮이와 처우개선에 대한 단순한 논쟁을 넘어선 보다 광범위한 이슈가 등장하기도 했다. 개원가에서는 지역별, 규묘별 채용 불균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반면, 치위생계는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 등 직역의 전문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원인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판이한 가운데, 인력난에 대한 논쟁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선거무효소송으로 얼룩진 치과계 첫 직선제

62년만의 회원 직접선거제도(이하 직선제)라는 치과계의 축제가 선거관리 부실로 인한 소송전으로 얼룩져 아쉬움을 남겼다.

1차투표에서 20여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면서 결선투표를 앞두고 개표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됐으나 기각됐으며, 대한치과의사협회 30대 집행부가 첫 직선제로 탄생했다. 그러나 치과의사 김 모씨 외 5명이 지난 5월 서울 동부지법에 협회를 상대로 선거무효소송을 내면서 치과계 첫 직선회장이 직무정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첫 의인 탄생‧양심치과 소동 등 치과계 빛과 그늘

웹 커뮤니티와 SNS의 발달로 인해 전문가 개인의 단편적인 주장들이 잇따라 매스컴을 타면서 치과계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올해도 양심치과가 언론에 등장하면서 치과계에서는 ‘과잉진료’와 ‘최선의 진료’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개원가에서는 건강보험 상의 필수진료만으로는 병원 경영이 불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단편적인 사례라며 저수가 논쟁을 펼친 반면, 여론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업계의 보복행위로 간주하고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의료에 대한 지나친 시장경제 논리로 인한 치과의료의 양극화 현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다. 신경치료가 암을 유발한다는 모 원장의 주장이 SNS상을 넘어 언론에 보도되면서 모 원장은 전문가로서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치협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반면, 용인뉴욕치과 이재호 원장은 연초부터 명절 연휴길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고속버스 운전기사를 대신해 핸들을 꺾으면서 대형사고를 막고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치과계 의인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원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상자로 인정을 받았다.

“더 많이‧더 쉽게”…전문의제 ‘내홍’ 지속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시행에 따른 미수련자에 대한 오프라인 첫 교육이 11월에야 시작되면서 연간 150시간 이상의 필수교육시간을 이수해야만 2019년 전문의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의 주체를 맡은 협회와 치의학회는 첫 오프라인 강연을 시작으로 지역별로 매주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통합’이라는 명칭과 전문과목 영역에 대한 타 학계의 반대 의견 개진으로 연자 섭외부터 난항을 겪어왔다.

협회 산하 검증위원회에 참여했던 올바른 치과전문의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위원이 사퇴하면서 김철수 집행부의 전문의제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수면위로 떠올랐으며, 대한치과대학병원전공의협의회도 해외수련자 자격 검증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향후 내홍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철수 집행부는 현재까지도 ‘보다 많이’, ‘보다 쉽게’ 치과전문의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10년만의 전담부서 부활 가시화…치과계 촉각

보건복지부 내 구강보건 전담부서 개설안이 올 하반기 행정안전부의 논의를 거쳐 복지부까지 전달됐다. 구강생활건강과의 주요업무였던 ‘위생분야’가 타 부서로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구강보건 전담부서가 부활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치과계는 2007년 전담부서 폐지 이후 정책관 수준의 부서 부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직역단체의 성과로 보고 이후 진행사항에 주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부서 독립 이후 인력 및 예산 충원 등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케어와 치과계…보장성 확대라는 ‘양날의 칼’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라는 일명 ‘문재인케어’가 발표되면서 치과계에서도 파급효과에 촉각을 세웠다. 의료계는 적정수가 보장을 요구하며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에도 치과계는 적정수가의 보장과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라는 두 가지 갈래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의료계에 비해 비급여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치과계에서 문재인케어가 당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정부와 급여화 우선순위를 논의하고 기존 급여화 항목에 대한 개정작업에 몰두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놨다. 올 7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틀니 급여화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금이 50%에서 30%까지 감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건치, ‘즐거운 쇄신’ 홍수연‧김기현 집행부 탄생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30기 공동대표 선거에서 서울경기지부 홍수연 원장과 광주전남지부 김기현 회원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집행부가 탄생했다. 이번 선거는 61.5%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단독 입후보한 두 후보자가 암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돼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시사했다.

‘즐거운 쇄신’을 슬로건으로 내건 신임 집행부는 임기내 30주년을 맞이하는 건치의 한 세대를 매듭짓고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을 다짐했다.

예방치의학계 거성 ‘문혁수 교수’ 타계

한국 치의학분야에 처음으로 ‘역학’의 개념을 도입해 예방치의학분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의학교실 문혁수 전 교수가 올 10월 66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1952년생인 문 교수는 1970년 부산고 졸업 후 서울대 치대에 입학했다. 동기들보다 1년 늦은 1977년에 졸업한 후 1979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예방치의학과 석사를, 1985년엔 동대학원에서 예방치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98년 태국에서 개최된 아세아예방치과학회 참석 당시 제자들과 함께

예방치의학계를 비롯한 치과계는 故문혁수 교수를 추모하며,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의 확대 ▲보건소 구강보건실 설치 ▲복지부 내 구강보건 전담부서 개설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 개시 ▲구강보건법 제정 ▲한국산업구강보건원 설립 기여 등을 업적으로 기렸다.

1인1개소법 수호를 위한 치과계의 피나는 노력

1인1개소법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1인시위가 올해 800일째를 훌쩍 넘어섰다. 1인1개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소장 공석 상태가 근 300여일간 장기화됐지만, 치과계는 올해도 헌법재판소 앞을 지켰다. 또 시민사회단체와 공조해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의료인 1인1개소법 수호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2만6천여명의 서명지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보건의료운동 도약의 원년…“역사를 기리다”

올해는 보건의료운동 역사의 길에 함께 해온 주요단체가 뜻깊은 창립 행사를 가지면서 도약의 원년으로 떠올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11월 ‘세상과 함께하는 의사들의 서른 해’란 캐치프레이즈로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민중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실현할 것을 약속했다.

(사)한국산업구강보건원(이하 산구원)도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산구원은 노동자의 구강보건문제 해결에 앞장설 산업구강보건 전문인력과 주체를 한데 모으고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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