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제도 진행과정에 대한 소회(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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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제도 진행과정에 대한 소회(所懷)
  • 최유성
  • 승인 2017.10.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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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최유성 논설위원

어느 소설에선가 접한 기억이 있다.

옷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걸, 대개는 맨 마지막 단추를 채울 때에야 알게 된다

최근 들어 전문의제도(이하 전문의제도)의 진행과정을 바라보면서 새삼 떠오르는 구절이다. 모순과 모순의 연속, 혹은 폭주하는 기관차의 느낌도 받는다. 전문의제도의 주체세력이면서도, 이해관계의 국면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수많은 주장들은 그저 묻혀만 가는 듯하다. 자신이 미수련자이든 기수련자이든, 전공한 과목도 영향을 주는 것 같고, 연령의 많고 적음도 그렇고, 그것들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세력도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언급하기도 지겹고, 이제 듣기도 싫은 내용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인한 대변화(大變化)의 전제조건이었던 신설과목이 불가해졌던 상황을 새삼 떠올려본다. 이를 지렛대 삼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수도 있었던 그 지점을 가장 최근의 첫 단추로 가정해본다면, 나름 상황은 간결해진다. 덧없이 짓밟힌 2016년 6월 19일 임시총회의 엉뚱한 해석과 이에 침묵으로 동조한 당시 치과계의 지도부들이 원망스럽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역사적인 최초의 직선제에서 회원의 뜻을 앞세운 다수전문의제 공약의 선출은 그야말로 가던 길 그 자체로서, 이제 그 누구에게도 핑계를 미룰 수 없는,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 모두의 업보(業報)로 남게 되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단추가 잘못 끼워졌음을 체감하는 부분은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응시자격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보인다. 회원의 편의를 위한 온라인 교육과정의 개설과 임상실무교육의 무용론을 내포하는 개원연차별 차등적용의 주장은 회원을 위한 회무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협회와 달리 회원들과의 접점이 뚜렷한 지부 임원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단계에서 최선의 선택이자 책임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핵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하여 핵개발이나 전술핵의 도입이라도 고려해야하는 심정이라면 얼추 맞는 비유가 아닐까?

즉, 각자 개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안목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문제들, 합리적 사고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실존적 상황, 옳고 그름이나 선악의 관점으로 판단하기 힘든 문제들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나 사안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초점을 조금만 확대해서 본다면 소설의 구절과 같이 매번 마지막 단추의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다. 회원의 입장을 고려해서, 미수련자의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취득과정 중의 첫 단계인 교육과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한다면, 기수련자의 자격검증과 시험과정도 동일한 맥락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는 등가론적인 상황이다.

결국 그야말로 다수전문의제도 그 자체로 만족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치과의료전달체계라는 가식적인 허울을 벗어던지더라도,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서보겠다는 속내마저 획득 불가능한 모순이 또한 우리를 엄습해온다. 급여와 비급여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저수가의 불안요소 해소가 요원한 상태에서, 최첨단 고비용 무기의 탑재만 지향하는, 그야말로 아무도 원하지 않던 경착륙만이 보이는 형국이다.

그리고 매년 배출되는 약 800여 명의 후배치과의사들은 경과조치라는 그들만의 잔치가 마무리되고 피폐한 전쟁터에 오랜 시간을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만이 선배세대들의 유일한 위안으로 보인다.

미래의 언젠가, 후배세대들이 생존의 경쟁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역사를 면밀하게 고찰해보고 나서야 진정한 마지막 단추를 채울 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그 불안한 상황의 도래가 통합치의학과의 경과조치라는 과정을 통해서 과연 일시적 연기라도 가능할지가 불안한 마음이다.

*본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유성 (경기도치과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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