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편] 여섯개의 시선(If you wer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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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편] 여섯개의 시선(If you were me)
  • 강재선
  • 승인 2003.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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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아버지와 아들이 차를 타고 귀가중이었는데, 갑작스런 차사고로 아들이 중상을 입었다. 병원에 이송되어 수술실에 들어서자, 담당의사가 말했다.

“제 아들이라서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이건 어떤 상황일까. 잔머리를 굴렸다. 숨겨놓은 아들이라는 둥, 친아버지와 양아버지일 거라는 둥, 운전했던 아버지가 담당의사라는 둥, 넌센스 퀴즈라서 뭔가 뒤집어질만한 대답일 거라는 둥….
별별 생각 끝에 답을 들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맞춰보시길.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 아래 만들어진 ‘여섯 개의 시선’의 단편들은 ‘차별’ 또는 ‘인권침해’에 관한 일종의 국책홍보영화. 하지만 대한늬우스 따위의 지루한 영화도 아니고, 무겁고 거창한 얘기로 훈계를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개성과 자율성이 한껏 발휘된 흥미로운 단편들은 우리 시대의 어떤 표정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표정은, 가해자일 수도 있고 피해자일 수도 있는 우리들 자신의 표정이다. 그 표정을 읽다보면 웃음 끝에 씁쓸한 뒷맛이 남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난 환부에 거북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는, 너무도 익숙해져서 지나쳐버린 문제들을 강렬하게 환기시킨다.

6편이 공유하고 있는 미시정치학적 시선은 주로 일상 속의 ‘신체의 정치학’(외모, 장애, 인종)으로 모아져 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문제 뿐 아니라, 어떤 직업이나 위치에 걸맞는 외모나 이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강박관념과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놓는다.

하나 하나의 영화가 모두 인상 깊지만,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와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가 맘에 남는다.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며 상식적이다. 의사는 아이의 어머니다. 애송이 ‘여자’ 치과의사라는 마땅찮은 시선에 샐쭉해하던 내 안에 그 편견이 들어있다.

강재선(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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