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 탐구하는 치과의사의 삶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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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탐구하는 치과의사의 삶을 묻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09.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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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참치학교, 치과대생의 인권‧사회 속 건강권 살폈다…현직 치과의사와 멘토멘티 만남도
▲2017년 참치학교 참가자 일동

“개원이 아직 먼 얘기긴 하지만, 작은 정보라도, 다 알아듣진 못해도 힘든 학교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이번 행사에서 의료민영화 문제, 치과의사전문의제도 등은 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내용이라 소중했다. 이런 행사에 더 많은 치대 선‧후배 동기들도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

참된 삶, 참 의료, 참 세상을 꿈꾸는 예비치과의사 의료학교(이하 참치학교)에 참가한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조선대 치전원) 봉사동아리 ‘재밌는동행’의 한동균 학생은 이런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대전 KT인재개발원 202호 강의실에서 펼쳐졌으며, 경희‧부산‧원광‧조선‧전남 5대 치과대학 ‘의료연구’ 및 봉사 동아리를 중심으로 예과 1학년생부터 본과 4학년 학생 37명을 비롯해 멘토를 자처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회원 20여 명이 함께 어우러져 치대‧치전원생들의 고민을 듣고 나누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첫째 날인 2일에는 ▲각 치대‧치전원 별 참가 동아리 소개 ▲인권교육센터 ‘들’의 ‘인권 감수성 키우기’ 강연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의 ‘의료민영화와 건강권’ 강연 ▲멘토&멘티 만남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참치학교에서는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과 의료와 건강권을 둘러싼 환경을 짚어보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져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진행한 인권강좌

인권, 존엄한 삶의 기본 조건

참가 동아리별 소개 후 인권교육센터 ‘들’의 배경내 상임활동가가 나서 ‘인권’의 개념을 살펴보고, 우리사회의 공공연한 인권침해 사례와 학생들의 처한 환경과 인권문제를 연결시켜 호응을 얻었다.

배경내 상임활동가는 심청전, 헨젤과 그레텔 등 고전동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권침해의 사례부터, 에어컨 설치기사의 실외기 점검 관련 위험 문제, 세월호 사건 등 실례를 통해 인권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존엄함에 있어 동등하다는 게 인권이 말하는 첫 번째며, 존엄한 삶의 기본 조건”이라며 “치대생으로써, 또 치과의사가 됐을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직업으로서 감당해야할 고통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배경내 활동가는 병원 사진을 보여주면서 “병원 시설에서 환자 보호자나 의사의 쉼터는 보통 마련돼 있지만, 청소노동자, 간호사 등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쉼터는 없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의 쉼만이 고려되는지, 누구의 입장과 상황만 고려되는지도 인권문제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권 침해 키워드로 빙고게임을 진행하는 학생들

이어 ‘인간의 존엄과 인권이 존중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OOO은 사라져야 한다’를 주제로 빙고놀이를 진행, 참가 학생들이 5조로 흩어져 빈칸을 채워갔다.

학생들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초상권 침해 ▲복장규제 ▲선후배 똥군기 ▲시험혹사 ▲상호적이지 않은 존댓말 ▲휴일침해 ▲비싼 등록금 ▲선배 뒤치다꺼리 ▲술자리 강요 ▲수업중 과도한 통제 ▲유급제도 ▲책 강매 ▲편의시설 이용규제 ▲행사 불참비 ▲야간작업 ▲수업 외 노동강요 ▲수련의 평가 ▲전치제 등으로 다양했다.

이에 배경내 활동가는 “발표하면서 매우 우울해졌을거라 생각한다”며 “인권운동의 출발은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부당한 조건과 대우를 해체하는 힘은 인권에 있고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민영화와 건강권'을 주제로 강의에 나선 보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

의료인의 윤리, 사회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저녁식사 후에는 ‘의료민영화와 건강권’을 주제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이 강연에 나서 의료민영화의 개념과 역사, 그리고 건강권과 의료 및 인권에 대해 강연해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이미 의료가 상업화된 미국의 사례와 상당부분 상업화된 한국의 의료현실을 비교하면서,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지키기 힘든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의료의 특징이며, 보건의료인은 선의의 대리자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OO수술 전문병원이니, 이른바 유석룡 같은 기업형 치과병원에 근무하게 된다면 고용주에게 내가 책임져야 할 윤리는 의사로서의 윤리가 아니라 기업가의 윤리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의사로서 생명을 살린다는 윤리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기업가 윤리의 충돌은, 결국 의료민영화는 돈이냐 생명이냐 하는 문제”라며 “결국 구조가 사람을 만들고 의료민영화가 이를 고착화 시키는 것으로, 내가 환자를 잘 본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 위원장은 우리나라 재벌의 성장은 가스, 이동통신, 석유, 중공업 등 국영회사의 민영화와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진 ‘민영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며 “의료민영화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 구조속에 여러분이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세계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우 위원장은 미군의 한반도 사드배치를 둘러싼 갈등 상황 등 국제정세를 짚으면서 “평화가 없으면 복지도 없다”며 “보건의료인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전쟁, 국방예산이 늘어나면 건강과 복지에 쓰일 돈이 줄어든다는 걸 명심하고 반전과 평화문제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이 올 한해 치과계 키워드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서종환)
▲강연을 듣고 있는 참가 학생들

이 외에도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옥유호 회원이 ‘올 한해 치과계 키워드’를 주제로 학생들이 선정한 ▲치과의사전문의제도 ▲문재인 케어 ▲아동청소년 보호법 ▲치협이 하는 일 ▲치협회장 선거에 대해 설명했다.

또 건치 서울‧경기지부 김의동 회장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지원 봉사활동인 ‘와락진료’를 중심으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들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아울러 여러 위치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현직 치과의사들과 참가학생들이 조를 지어 ‘멘토 멘티 만남의 시간’을 갖고 비공식적으로 허심탄회하고 다양한 지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 멘토로 참가한 건치 부산‧경남지부 박인순 회원은 “아직까지도 치과의사는 많은 것이 보장된 직업으로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출발선 위에 선 것”이라며 “학교생활 중에 다른 것 보다 이 사회에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한지, 인권 보장이 잘 되는지를 관찰하면서 사회속에서 치과의사의 위치를 고민해 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건치 서울‧경기지부 이선장 회원은 “예과생들과 나이차가 좀 나서 조금 부담감이 있었다”면서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자신이 치과의소로서의 삶의 영역과 삶의 시야를 넓혀가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소감을 발표 하고 있는 조선대 치전원 한동균 학생
▲공식 일정 후 참가자들이 멘토멘티시간을 갖고 있다. (ⓒ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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