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신고율 4.8%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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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신고율 4.8%를 기억하라..
  • 한국여성의전화
  • 승인 2017.07.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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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④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공표한 경찰에 고하는 논평

본지는 한국사회 최초로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고 쉼터를 개설한 한국여성의전화와 정기 연재에 관한 협약을 맺고, 6월 16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의전화의 유래와 비전을 소개하는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비폭력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번 기획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주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현재 제도여건상 고소가 어렵다”
“헤어지자고 하니까 속상해서 그러는 거다”
“(피해자를) 많이 좋아했나보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니까 그냥 잘 헤어져라”
“이전에 극심하게 신변의 위협을 가한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가해자가 연락하지 않도록 경고해 줄 수 없다”
“가해자의 폭력을 막다가 같이 때렸다고 해도 쌍방폭력으로 고소당할 수 있어요, 그냥 합의하시죠”
“112 긴급신변보호 대상자 등록이라는 게 있어요,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임에도)통신사에 문의하세요” …
- 2016년 경찰의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기간(2016.2.2.~3.2)’ 접수된 상담 중 피해자가 경찰에게 들은 말들

데이트폭력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청이 7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도 잇달아 데이트폭력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경찰은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기간(2016.2.2~3.2)’을 운영했고, 한 달간 무려 1,279건의 신고가 접수되며 868명(구속 61명)이 형사입건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경찰수사의 문제점은 여전했다.  

명백한 증거 제출이 가능한 가시적인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이상 법적 절차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가해자의 폭력행위를 공적으로 제재할 수조차 없다. 피해자는 “차라리 죽도록 때리기라도 했으면 좋은데...”라고 호소한다. 피해자들은 상당기간 일상적으로 가해졌던 수많은 폭력 중에 일부만이라도 인정이 될 거라는, 적어도 더 이상의 폭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고소하지만, 수사가 시작되면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기 일쑤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데이트 관계’였다는 것은 피해자에게는 전혀 고려되지 않거나 피해사실을 희석시키는 근거로 작동한다. ‘폭력상황에서 왜 도망가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가해자와 왜 다시 연락을 하고 만났는지’ 등 ‘완벽한 타인’에 의한 폭력상황에서의 맥락을 적용하며 피해를 의심한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되려 가해자에게는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손쉬운 근거가 된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랑하는 관계를 강조하며 폭력사실을 부인하거나 피해자의 방어적 행동, 폭력을 막기 위한 압력행사나 피해회복을 위한 정당한 보상요구 등의 본질을 왜곡하며 피해자를 쌍방폭행, 명예훼손, 협박 등으로 고소한다.

경찰은 데이트폭력 신고율 4.8%(한국여성의전화, 2016년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트폭력의 특성을 고려한 분명한 수사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고 당시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행위가 발생했는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관계 내에 가해자에 의한 감시와 통제, 협박 등의 행위들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자행되었는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한 신체와 생명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직접적인 폭력이 없었을지라도,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취약한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가해자가 가할 수 있는 위협과 폭력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피해자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데이트폭력을 비롯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여성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운 맥락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나 현재 연인관계였던 가해자에게 갖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피해자는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 있고, 가해자는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너를 사랑해서’, 그저 단지 ‘욱하는 마음에’ 저지른 ‘실수’ 정도로 무마하려는 일이 흔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수사과정 중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사실상 가해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나 마찬가지다.

어제부로 두 번째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경찰이 시행한 조치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데이트폭력에 임하는 경찰의 태도는 보다 나아졌기를, 제발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70725
* 관련자료 : 경찰청 여성폭력 근절 100일 계획 추진 보도자료 https://goo.gl/uqexKK

본 기사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사)한국여성의전화에서 송고하여 게재되었습니다. 페미니즘 및 여성인권, 여성에 대한 폭력, 미디어 비평 등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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